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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전문가 키우고 맞춤형 원예교육 … ‘도시농업 메카’ 일궈 [지방기획]

입력 : 2023-09-13 20:25:46 수정 : 2023-09-13 20:2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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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농업기술센터

도시·농촌 공존 지리적 여건 적극 활용
텃밭강사·컨설턴트 등 전문 인력 양성
꼬마정원사 등 다양한 교육 프로 운영

2005년 국내 첫 ‘도시농업박람회’ 개최
2024년 20주년 맞아 국제행사 도약 계획

부산은 국내 대도시 가운데 엽채류·과채류·화훼류를 재배하는 근교농업과 시설원예가 발달한 특이한 도시로, 연중 신선한 농산물이 생산된다.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지리적 여건을 활용해 도심 속 자투리 공간에 텃밭을 가꾸는 ‘도시농업’이 가장 먼저 태동해 여가형·치유형·생활기술형으로 발전하고 있다.

부산의 도시농업 발달 배경은 도시농업 활동가와 전문가를 지속적으로 배출하고, 관련 단체를 집중 육성한 결과다. 도시농업 전문 인력 양성기관으로 지정된 부산농업기술센터는 초보 도시농부와 전문가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고 있다. 전문가 양성과정을 통해 도시농업관리사 자격을 취득한 교육생들이 농업 관련 단체에 가입해 텃밭강사나 컨설턴트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농업 관련 창업 등으로 이어져 도시농업 붐을 일으키고 있다.

농업기술센터는 농업 활동가들의 단체 활동을 지원하고, 학교·노인복지관·치매안심센터 등 다양한 시설에서 강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보수교육과 역량강화 교육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도시농업의 가치와 잠재력

부산도시농업은 2001년 부산 사상구 낙동강변 삼락공원에 주말농장 텃밭을 조성하고, 시민들에게 분양한 것이 출발점이다. 이후 농업기술센터 내 소비자농업팀을 신설해 도시민들에게 농업의 가치와 지역의 우수농산물을 알리는 도·농 상생의 교류 사업을 추진해 왔다.

2012년 도시농업 육성·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본격적으로 텃밭조성 사업과 재배기술 교육을 통해 도시농업의 기틀을 마련했다. 특히 민선8기 부산시정의 도시 비전인 ‘그린스마트 도시 부산’ 실현을 위해 도시농업이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부산지역 도시농업 인구는 29만6000가구로, 부산 전체 가구의 17.3%를 차지한다. 도심 내 텃밭은 1만5616개(면적 375만㎡)로 가구당 2.4㎡(0.7평)의 도시텃밭이 운영되고 있다.

부산지역 도시농업 관련 시설은 대학 5곳과 도시농업지원센터 7곳, 도시농업 전문 인력 양성기관 14곳 등이다. 이들 기관에서 도시농업관리사 자격을 취득한 도시농업 관련 활동가는 올해 6월 기준 1074명에 이른다. 이처럼 부산은 도시농업의 성지를 넘어 국내 도시농업을 이끄는 ‘K1-도시농업’ 중심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도시농업은 농작물을 재배해 먹거리를 자가 생산하는 것에서 점차 다양한 방면으로 도시생활에 영향을 미치며 발전했다. 도심 속 공터나 골목, 건물 옥상 등에 텃밭과 정원을 가꿔 녹지공간을 늘려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공용텃밭에서 생산된 채소를 나눔 기부하는 활동으로 진화했다. 나아가 학교 텃밭에서 식물을 키우며 자연생태계와 환경의 소중함을 배우는 교육적인 가치와 식물과의 교감을 통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치유적(힐링) 기능 등 다양한 가치와 잠재력으로 여가, 교육, 복지, 의료, 예술 분야로 확산·발전하고 있다.

부산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도심텃밭 가꾸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직접 꽃과 식물을 심는 체험을 하고 있다

◆수요 맞춤형 교육 운영

부산농업기술센터는 시민의 수요와 눈높이를 반영한 반려식물 가꾸기 교육을 시작으로 △학교 텃밭 교사 직무연수 △꼬마정원사 프로그램 △치유농업교육 △마스터가드너(원예와 농업을 매개로 한 자원봉사) 양성과정 △놀이정원사 양성과정 △특수계층 프로그램 △공개강좌 등 시민들의 수요에 부응하는 다양한 교육과 프로그램을 통해 도시농업을 확산시키고 있다. 매년 이들 프로그램에 3000여명의 시민이 참여하고 있다.

또 초보 도시농부를 위한 농사요령 과정과 도시농업관리사 자격 취득을 위한 도시농업 전문가 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 심화교육과 강의기법 코칭교육 등 농업 활동가들의 역량을 높이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학교 텃밭은 눈으로 보고 만지며 자연과 생태계를 이해하는 학습공간으로, 교과서에 수록된 식물들을 실제로 만나는 살아있는 교과서 역할을 수행한다. 아이들은 텃밭활동을 통해 자연과 생명, 환경에 대한 가치관을 형성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게 되며, 감성과 에너지를 상승시킨다.

부산농업기술센터는 2012년부터 학교교육형 텃밭 모델화 시범사업을 통해 텃밭에서 즐기고 배우는 활동 프로그램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또 강사로 활동하는 도시농업 활동가들이 직접 텃밭활동 프로그램을 짜고 운영함으로써 도시농업 분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2002년 부산시교육청과 학교 텃밭 활성화 업무협약을 맺고 학교 텃밭 담당교사에 대한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도시농업 활동가와 텃밭담당 교사로 구성된 ‘찾아가는 학교 텃밭 컨설팅단’ 운영을 통해 텃밭을 조성하거나 처음 작물을 재배하는 학교와 교사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교육청과 협업으로 올해만 160개 학교에 텃밭사업을 지원했고, 우수한 텃밭활동과 프로그램 공유를 통해 농촌진흥청 주관 ‘생활원예 중앙경진대회’ 학교 텃밭 부문에 출전한 학교가 5년 연속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다양한 정보 플랫폼

부산의 대표적인 도시농업 브랜드는 ‘부산도시농업박람회’로 귀결된다. 2005년 전국에서 가장 먼저 시작된 부산도시농업박람회는 도시민들에게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알려 ‘도시농업’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고 시민문화로 정착시킨 마중물이다.

도시농업에 관한 전문지식과 최신 정보, 트렌드 및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면서 농림축산식품부를 비롯한 농업 관련 국가기관과 지자체, 농업단체 및 학교들이 참여하는 전국적인 도시농업 박람회로 성장했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선보인 도시농업박람회

특히 다른 시·도 도시농업 활동가와 공무원들이 벤치마킹을 위해 찾아오는 브랜드를 가진 박람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4월 ‘치유와 반려, 도시농업과 함께’라는 주제로 부산시민공원에서 개최된 올해 부산도시농업박람회는 지구 온난화 시대 자연이 주는 치유와 반려의 의미를 되새기고, 도시농업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작은 실천임을 강조했다.

인간과 동식물이 공존하며 치유한다는 의미를 담은 주제관을 필두로 △텃밭에서 즐기는 팜핑&팜 파티관 △아이들이 배우고 즐기는 교육형&놀이형 텃밭 △도시를 치유하고 재생하는 도시재생 마을텃밭정원관 △생활 속에서 만나는 반려식물관 △플랜테리어(식물로 실내를 꾸며 공기정화 효과와 심리적 안정을 얻기 위한 인테리어 방법) 카페 등 다양한 기획전시관을 통해 변화하는 도시농업 트렌드를 소개했다.

또 도시농업 및 치유농업 워크숍, 탄소중립 그린창업 포럼 등의 학술프로그램을 통해 도시농업에 대한 지식과 정보,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도시농업박람회 개최 20주년을 맞는 내년에는 ‘글로벌’이란 키워드로 K1-도시농업 부산을 전 세계에 알리고, 지속가능한 그린스마트 도시발전을 위해 농업 선진국과 정보를 교류하는 국제적인 박람회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김정국 부산농업기술센터 소장 “마을텃밭 함께 만들며 공감대 형성 지원할 것”

 

김정국(사진) 부산시농업기술센터 소장은 13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부산을 국내 최고의 도시농업 선도도시로 탈바꿈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세계에 부산도시농업을 알리고 선진국과의 교류를 통해 국제적 도시농업 르네상스시대를 열어 가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부산농업기술센터는 지난 7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발표한 제3차 도시농업 육성 5개년 종합계획에 따라 공공 유휴지를 활용한 대규모 경관농업 녹지 공간 조성 및 자원 순환형 도시농업 모델을 개발하는 등 정부의 탄소중립 계획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 소장은 “디지털 스마트 도시농업 기술을 보유한 지역 업체 육성과 전후방 산업 상생 성장을 지원하고, 아파트 중심의 공동 커뮤니티 가든 확산으로 공동체 활성화 및 반려식물 가꾸기와 실내 플랜테리어 기술을 보급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노후 주거지가 많은 원도심을 중심으로 도시재생 마을텃밭정원 사업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버려진 공터나 골목에 텃밭정원을 만들고 가꾸는 프로그램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김 소장은 “주민들이 직접 공동텃밭과 정원을 만들고 농작물과 화초를 가꾸면서 마을환경을 개선하고, 다양한 문화 활동을 즐기며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주민들이 공터를 예쁜 텃밭정원으로 변신시키는 ‘게릴라 가드닝’과 공동텃밭에서 수확한 농작물로 음식을 만들어 함께 나누는 ‘팜 파티’를 운영하며, 생활원예와 정원 기술 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다.

 

김 소장은 “치유농업거점센터 육성 및 도시형 치유공원 조성, 치유반려 프로그램 개발 등 도시농업에 치유농업과 반려농업을 접목해 시민이 행복하고 건강한 도시를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부산=오성택 기자 fivest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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