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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억울하다”는 학부모에…숨진 대전교사 남편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입력 : 2023-09-13 07:05:00 수정 : 2023-09-13 02: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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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교사노조, 유족과 가해 학부모 고소·고발 논의 예정
숨진 교사 남편 “아내는 어떻게 학부모를 신고하냐고…”
악성민원으로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진 대전 초등 교사의 유족들이 지난 9일 오전 교사가 재직하던 유성구 한 초등학교에 교사의 영정사진을 들고 지나가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대전 초등학교 교사의 유족이 가해 학부모에 대한 경찰 고소·고발 여부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해당 교사의 남편은 가해자로 지목된 학부모들이 악성 민원을 제기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온라인상에 잇따라 올리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다”며 직접 댓글을 달고 나섰다.

 

13일 대전교사노조 등에 따르면 이날 노조는 숨진 교사 유족을 만나 가해 학부모에 대한 경찰 고소·고발 여부, 가해 학부모에 대한 입장, 교사 순직 요청 등 주요 사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노조 측은 가해자로 지목된 학부모들이 사실을 바로잡겠다며 잇따라 입장문을 올리는 것과 관련해 “‘인민 재판’과 ‘병가로 회피’ 등의 표현은 고인을 모독하는 행위”라며 “명예훼손으로 고발을 준비 중”이라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앞서 가해 학부모 중 한 명으로 알려진 미용실 운영 학부모 A씨는 지난 11일 온란인 커뮤니티를 통해 “아이가 같은 반 친구와 놀다가 손이 친구 뺨에 맞았고, 선생님이 제 아이와 뺨을 맞은 친구를 반 아이들 앞에 서게 해 사과하라고 했다”며 “교사가 학생들 앞에 자신의 아들을 홀로 세워두고 어떤 벌을 받으면 좋을지 한 사람씩 의견을 물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후 숨진 교사, 교장, 교감과의 면담 자리에서 ‘인민재판식 처벌방식’을 지양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아이를 일찍 등교시킬 테니 안아주고, 미안하다고 한마디만 해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그는 “면담에 앞서 선생님께 아이 잘못을 인정했고, 아이에게도 선생님께 사과하라고 지도했는데, 선생님은 면담 다음 날부터 학기가 끝나는 내내 병가를 썼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또 다른 가해 학부모로 지목된 체육관장의 아내 B씨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문제 행동을 보인 4명의 학생 중 1명은 제 아이가 맞다”면서도 “2019년 학기 초 선생님과 2차례 상담을 하고 심리치료를 추천받아 꾸준히 가정 내 지도에 힘썼다. 선생님의 지도에 불만을 품고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하거나 학교에 민원을 넣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주장했다.

숨진 대전 초등학교 교사 가해자로 지목된 학부모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성구의 한 가게 앞에 12일 오후 ‘대대손손 천벌받길 바란다’는 내용의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대전=연합뉴스

 

이에 숨진 교사의 남편 C씨는 “선생님 남편입니다. 이제 오셨군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에 B씨의 남편인 체육관장의 입장문도 올라왔다. 체육관장은 “여기저기에 퍼진 기사 댓글을 읽다보니 ‘살인자’라는 글도 있었다. 가슴이 울렁거리고 손이 떨리고 너무 답답하고 억울해서 경찰관과 상담했다. 잘못된 행동을 한 사람에게 벌을 주기 위한 마음으로 그러신 것을 알지만 저희는 이번 사건과 아무 연관이 없다”며 “저희는 정말 아니다. 제발 마녀사냥으로 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교사의 남편 C씨는 해당 글에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습니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C씨는 전날 “아내는 학부모들로부터 고통을 받아왔지만, 교사로서 이들을 신고하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해왔다”며 “저 역시 이를 지켜보면서도 지금껏 속앓이만 해왔다”고 연합뉴스에 전했다. 그는 “아이들이 많이 불안해한다. 아직 학교에 가려 하지 않아서 집에서 24시간 계속 돌보고 있다”며 “활동에 제약이 많다. 힘을 내려고 하는데도 많이 힘들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한편 20년 넘게 교직생활을 해왔던 40대 여성 교사가 지난 5일 대전 유성구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만에 숨졌다. 대전 교사노조와 동료 교사들에 따르면 그는 2019년 유성구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중 친구를 폭행한 학생을 교장실에 보냈다는 이유 등으로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고소를 당하고 수년간 악성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7월 실시한 초등교사노조의 교권 침해 사례 모집에 생전 아동학대로 고소당하고 무혐의 처분을 받기까지 혼자 무기력함을 느꼈다며 자신의 사례를 직접 작성해 제보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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