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도 소비 촉진 안간힘
예비비 800억 포함 1440억원 투입
전체 매출 2022년 비해 큰 변화 없어
몇몇 어종은 오히려 크게 오르기도
자갈치 시장 등 방문객 늘며 활기
손님들 “韓, 4~5년뒤 영향… 괜찮아”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24일 한 달을 맞았다. 방류 초기 방사능 우려 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수산물 소비가 크게 위축됐었다. 하지만 수입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가 강화된 데다 부적합 사례가 나오지 않으면서 소비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석 명절 효과로 인해 오염수 방류 전과 같이 활기를 되찾은 수산시장도 있을 정도로 확연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이날 경북 포항시 죽도시장은 추석 대목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썰렁했던 분위기와는 달리 안정을 되찾고 있었다. 예년 같으면 추석 차례상에 올릴 수산물을 구입하려는 주민들로 시장 전체가 들썩일 시기지만 오염수 방류 때문인지 조용했다.
박태용(65) 포항죽도시장 상가번영회 회장은 “올해 죽도시장 추석경기는 오염수 방류 가짜뉴스 등으로 매출이 30%가량 줄었지만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다행”이라고 설명했다.
수산물을 판매하는 음식점들은 좀처럼 회복을 하지 못해 울상이다. 강릉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대양수산 박영희 사장은 “평소 주말 매출은 250만원이었는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후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다. 평일 매출도 100만원에서 반 토막 났다”며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인데도 상황이 안 좋다”고 말했다.
강릉수협 관계자는 “오염수 방류 이후 매출액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속적인 판촉 활동 덕분인지 오히려 소폭 상승하는 추세”라며 “다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위판량이 20억원가량 줄어든 금액”이라고 말했다.
포항수협과 구룡포수협, 포항시가 공개한 최근 3개월 위판량은 지난해와 비교해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릉수협이 공개한 8월24일부터 지난 20일까지 한 달간 수산물 매출 현황은 486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230억원보다 약 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산지역 최대 수산물시장인 자갈치시장의 경우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할 때만 해도 손님 발길이 뚝 끊겨 존폐 기로에 섰었지만 한 달이 지난 요즘은 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늘면서 활기를 되찾았다.
자갈치시장을 찾은 손님들은 “후쿠시마 오염수가 곧바로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4~5년 뒤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아직은 수산물을 먹어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어를 취급하는 한 상인은 “정치권과 일부 언론에서 퍼트린 ‘가짜뉴스’ 때문에 나라 전체가 뒤집어졌다”며 “과학적으로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증명됐는데도,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확인되지 않은 거짓말로 상인과 어민을 죽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목포수협의 경우 제철 생선인 조기, 갈치, 병어 등 어종에 한해 잡히는 시기에 따라 위판액에 약간의 변동이 있을 뿐 방류 이후 물량이 줄어들거나 크게 늘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매출도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유지되고 있는 데다 몇몇 어종은 오히려 크게 올라 오염수 방류로 인한 매출 변화는 거의 없다는 게 수협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부·지자체 수산물 소비 촉진 활발
일본의 오염수 방류 이후 우려했던 수산물 소비 위축은 일시적 현상으로 그친 상황이다. 정부 공급량이 늘면서 고등어 등 6개 주요 성수품의 소비자 가격은 지난해 추석 이전 대비 5.6% 정도 낮은 상황이 유지되고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은 자리에서 시장 관계자는 “오염수 방류 이후 소비 위축 우려가 있었지만 적극적인 홍보와 대규모 할인 지원 등에 힘입어 현재까지 우려하던 상황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매출도 지난달 말보다 증가하고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도 예상보다 빠르게 지원금이 소진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올해 예비비 800억원을 포함해 역대 최대 규모(1440억원) 예산을 투입해 수산물 소비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수산물 할인지원율을 연말까지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온·오프라인에서 각각 40%, 30%까지 확대하는 한편 추석 전 4주간 수산물 전용 모바일 제로페이 상품권 발행 규모를 월 최대 35억원에서 80억원으로 대폭 확대하는 등 각종 할인대책도 수산물 소비를 촉진하고 있다.
가격도 안정적인 상황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19일 현재 6개 주요 성수품(고등어, 참조기, 명태, 오징어, 갈치, 마른멸치)의 정부 공급량은 2787t으로 민간 수요 4147t 대비 67.2% 수준이며 이날까지 수요에 맞춰 전량 공급됐다. 정부는 추가 수요가 있을 경우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6개 주요 성수품의 소비자 가격은 지난해 추석 전 3주간 평균 가격 대비 5.6% 낮아 수급이 안정적인 상황이다.
오염수 방류 초기 수산업계의 매출 하락으로 비상이 걸리자 지자체가 수산업계를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선 것도 가격 안정화와 소비 회복에 큰 도움을 줬다는 분석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최근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 동해에서 생산하는 수산물의 방사능 검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경북도는 2014년부터 수산물 방사능 검사 장비를 마련해 현재까지 2700여 건의 관련 검사를 수행했다. 올해 말까지 동해를 끼고 있는 포항·경주시와 영덕·울진·울릉군 5개 시군에 8대의 방사능 검사 장비를 추가로 갖춰 검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방사능 분석 결과는 ‘경북바다환경정보 앱(App)’을 통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한다.
포항시는 수산업계를 살리기 위해 적극적이다. 포항시는 자매도시 소비촉진 행사 및 안전한 수산물 ‘우리부터 알고 먹자’ 캠페인과 함께 죽도시장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 포항역에서 SRT개통 기념 수산물 소비촉진 행사 등을 열었다.
전남도는 일본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수산물 안전생산·관리 대책을 마련하고 전담조직을 구성해 운영하는 등 어민과 상인 등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적극 나섰다. 우선 수산물 판매 증대를 위해 예비비 20억원을 긴급 투입해 온라인 상생 할인, 대도시 직거래 장터, 소비 캠페인 등 전방위적 위기 극복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등 소비위축에 따른 수산업 위기를 극복하는 데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전남도는 지난달 22일 전남도·수협 수산물 소비촉진 행사에 이어 30일까지 온라인 쇼핑몰 남도장터에서 ‘수산물 상생 할인대전’을 개최한다.
이달에는 서울과 전남지역에서 수산물 직거래 장터를 열어 판촉전을 펼치고, 추석맞이 ‘수산물 선물 사주기’ 운동도 대대적으로 펼칠 예정이다.
일부 지자체도 수산물 소비 촉진 캠페인에 나서고 있다. 목포시는 진도군, 목포지방해양수산청과 함께 진도수산시장을 방문해 수산물 소비 촉진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오염수 방류로 힘들어 하는 수산인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목포지방해양수산청과 수산물 소비 활성화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이를 통해 수산물 소비 위축에 공동 대응하고 있다.
◆어업인 경영안정자금 지원 등 촉구
포항시는 대표 어종인 오징어와 대게 등이 4년째 어획 부진에 시달리고 고수온 영향으로 양식어류가 집단 폐사하는 상황에서 원전오염수 방류로 인한 소비 위축으로 피해를 받고 있다며 정부의 강력한 지원책을 촉구했다. 또 선원 인건비 등 고정경비 지출로 도산위기에 직면한 어민들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경북 지역 어업단체는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추석 이후 해수부와 국회를 항의방문하겠다고 밝혔다. 전남도는 지역 차원의 조치로는 역부족인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주요 촉구 사항은 수산업계의 직간접적 피해보상과 기금 조성, 생계지원 등을 위한 가칭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수산분야 피해대책 특별법’ 제정, 일본산 수입 수산물 유통이력제 품목을 현 21개에서 전 품목 확대 및 원산지 의무표시 제도 강화 등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