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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사 첫 영장심사 받은 제1 야당 대표… 李, 지팡이 짚고 법원 출석 [이재명 영장심사]

입력 : 2023-09-26 18:00:00 수정 : 2023-09-26 22:5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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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명예 기록’ 세운 제1 야당 대표

부축받으며 이동… 휘청거리기도
쏟아지는 질문에 ‘묵묵부답’ 일관
수백명 궂은 날씨에도 “기각” 구호
한쪽선 “구속”… 욕설 오가 일촉즉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6일 헌정사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첫 현직 제1 야당 대표’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겼다. 이 대표는 지팡이를 짚은 채 병원에서 법정으로 향하면서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영장실질심사가 열린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주변은 이 대표 지지자와 반대자들로 한때 인산인해를 이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출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날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 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영장실질심사는 오전 10시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빗길 교통 체증으로 이 대표가 법원에 오전 10시3분 도착해 시작 시간이 다소 지연됐다. 이 대표는 오른손에 지팡이를 짚고 왼손엔 우산을 든 채 땅만 바라보며 법원 청사 현관을 향해 46보를 걸었다. 취재진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심사가 열린 321호 법정이 있는 복도에서 넘어질 정도로 휘청거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만큼 법정에 의료 인력이 배치됐으나 긴급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법정 내부에선 휠체어를 탔다고 한다.

 

이 대표는 영장실질심사가 끝난 뒤 혈압을 재고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법원 청사를 떠날 때도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 대표가 도착하기 전 서울구치소 주차장에선 이 대표 지지자와 반대자들이 충돌해 한 명이 재물 손괴 혐의로 입건되기도 했다.

 

앞서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의원들 배웅을 받으며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나섰다. 오전 8시30분쯤 천준호 비서실장의 부축을 받으면서 병원 밖에 모습을 드러냈다. 24일간 단식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듯 지팡이를 짚고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이 대표는 정청래·고민정·박찬대 최고위원, 조정식 사무총장 등과 차례로 인사를 나누고 차량에 탑승했다. 당내 강성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박홍근 전 원내대표와 김영진 의원, 비명(비이재명)계인 정태호 민주연구원장도 이 대표를 배웅했다.

지난 25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취재진 사다리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전 서울 지하철 2·3호선 교대역 출구부터 서울중앙지법 앞까지 이어지는 왕복 6차선 법원로 양쪽엔 이 대표의 지지자와 반대자들이 격렬한 집회를 벌였다.

 

법원로 남쪽에는 더민주전국혁신회의와 촛불연대 등 250여명의 이 대표 지지 행렬이 늘어서 “우리가 이재명이다”, “구속영장 기각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지지자들은 파란색 우비를 입고 따듯한 차를 나눠 마시며 도로 쪽 펜스에 바짝 붙어 이 대표 차량을 기다렸다. 일부 지지자들은 격앙된 감정에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날 녹색병원부터 이 대표 동선을 함께한 기승희(35·여)씨는 “이 대표를 지지하는 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어 새벽부터 나왔다”며 “구속 심사가 부당하게 느껴져 어제 한숨도 못 잤다”고 눈물을 쏟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26일 서울중앙지법 인근에서 이 대표의 지지자들이 구속 반대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 차량은 법원로가 아닌 다른 길로 우회해 법원으로 향했다. 오전 10시8분 이 대표가 법원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지지자들은 연신 이 대표 이름을 복창하며 구속영장 기각을 촉구했다. 법원 쪽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김모(68)씨는 “대선 때까지는 이 대표를 반신반의했지만, 지금은 그의 억울함에 동감해 나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원 쪽 방향으로 북쪽에는 신자유연대, 애국순찰팀 등 반대 단체 회원 50여명이 붉은색 천막 아래 모여 “사법 방해 이재명 구속”, “도주 우려, 증거인멸” 등의 구호를 연발하며 지지 단체에 맞불 함성을 외쳤다. 이 집회에 참여한 김지숙(65·여)씨는 “이 대표가 대한민국을 반쪽으로 나누고 있다”고 소리쳤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26일 서울중앙지법 인근에서 이 대표의 구속을 촉구하는 반대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이 대표 지지 단체와 반대 단체 사이에선 욕설이 오가며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반대 단체 측에서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을 때려잡자”, “빨갱이 XX” 등 지지 단체를 비방해 이 대표 지지자들이 몸싸움을 시도했으나, 경찰이 막아서 큰 충돌로 번지진 않았다. 경찰은 양측 사이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곳곳에 경력을 배치해 돌발 사태에 대비했다.

굳은 표정의 李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백현동 개발 특혜 및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관련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 조사를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한 영장심사는 이날 오전 10시7분부터 오후 7시24분쯤까지 9시간 16분 동안 진행됐다. 뉴스1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백현동 개발 비리’ 관련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경기도지사 시절 쌍방울그룹 ‘불법 대북 송금’ 관련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검사 사칭’ 사건 관련 위증 교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박진영·배민영·김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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