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최고령 상원의원 다이앤 파인스타인(민주, 캘리포니아)이 28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0세.
29일 파인스타인 의원의 X(옛 트위터)에 발표된 공식 성명에 따르면 고인은 전날 워싱턴의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사인에 대한 언급은 따로 없었지만, 뉴욕타임스(NYT)는 고인이 지난 몇 달간 대상포진에 걸려 뇌염 등의 심각한 합병증을 앓았다고 설명했다.

고인은 1933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유대인 가정의 딸로 태어났다. 전직 모델 어머니와 유명 외과 의사인 아버지는 지역 사회에서 명망 높은 부부였다. 1955년 스탠퍼드 대학에서 문학사 학사 학위를 취득한 고인은 1960년 캘리포니아 여성 가석방심사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돼 6년간 근무했다.
고인은 36세이던 1969년 첫 여성 시의원(수퍼바이저)으로 샌프란시스코 시청에 입성했다. 수퍼바이저는 카운티(County)의 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최고 책임자다. 한국의 도지사와 비슷하다.
파인스타인 의원이 미 전역에 이름을 알린 건 1978년 11월 샌프란시스코 시의회 고문 하비 밀크가 조지 모스콘 시장과 함께 시청 안에서 동료의원 댄 화이트에게 암살당하면서다. 총격당한 밀크를 가장 먼저 발견한 고인은 침착한 언론 대응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시장직을 이어받아 1988년까지 10년간 재임하며 시 상징물인 케이블카를 유지하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정치적 입지가 급상승한 고인은 1992년 캘리포니아 첫 여성 상원의원으로 선출됐다. 입법 활동으로는 1994년 반자동 소총의 제조·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 통과를 이끈 것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당시 상원의원이었던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고인과 입법 과정에서 함께했다.
30년 넘게 캘리포니아주 연방 상원의원 자리를 지켜 온 고인에게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건강 문제가 불거졌다. 고령으로 인한 인지 능력 저하가 의심된다는 목소리가 민주당 내에서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대법관 지명자인 에이미 코니 배럿의 인준 청문회에서 법사위원장으로서 참석한 고인은 이들에게 관대한 모습을 보여 진보 진영의 빈축을 샀다. 결국 2월 고인은 내년으로 예정된 연방 상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정계 은퇴 예고 선언이었지만, 공식 사망 발표 16시간 전까지도 X를 통해 아제르바이잔 국경 충돌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다.
고인은 1980년 국내에도 잘 알려진 사모펀드 뉴브리지캐피털의 리처드 블룸과 세번째 결혼했다. 유족으로는 두 번째 결혼에서 낳은 딸이 한 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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