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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제대군인 취업지원 돕는 보훈부 허위 실적 900건 넘게 적발 [심층기획-제대군인 취업실적 부풀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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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0-09 17:58:43 수정 : 2023-10-09 21:3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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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부, 허위 실적 3년간 910여건 적발
고용·건강보험 미취득 업체 추천해주고
1개월 이내 조기 퇴직한 사례까지 집계

비정규직 상담사 공무직 전환해줬더니
매년 교육비 받고도 자격증 취득 ‘미적’
요직 꿰차고 상담 배정 ‘텃세’ 부리기도

국가보훈부 산하 제대군인지원센터의 취업 실적 부풀리기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제대군인의 취업난이 최근 초급간부 지원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음에도 센터 상담사들은 전문적 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는 실적 부풀리기에 급급한 것이다.

 

2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국방부와 중소벤처기업부 공동 주최로 열린 ‘2018 전역예정장병 취업박람회’에서 장병들이 취업 컨설팅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전역을 앞둔 장병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박람회는 포스코와 한화 등 대기업을 포함한 200여 개 기업이 참가하며 오는 22일까지 이틀 동안 열린다./2018.03.21./고양=하상윤 기자

9일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실이 보훈부에서 제출받은 제대군인사업 모니터링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총 910여건의 허위 실적이 적발됐다. 특히 모니터링을 처음 시작한 2021년 한 해에만 699건이 적발됐다. 그해 전국 10개 지역센터의 취·창업 지원서비스를 받아 전직했다고 보고한 실적(7007명) 중 약 10%는 허위로 판명된 것이다.

 

특히 1개월 내 단기 퇴직한 사례를 실적으로 올리거나 고용·건강보험 미취득 업체에 취업한 사례를 실적으로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양질의 일자리를 알선해 주거나 취업 지원을 해 주기보다는 당장 취업을 시킬 수 있는 단기 일자리를 추천해 주는 식으로 실적을 부풀렸다는 뜻이다. 제대군인지원센터 한 관계자는 “모니터링하기 이전에도 실적 부풀리기 사례는 너무 많았다”며 “모니터링을 실시한 이후로 다소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눈속임을 할 뿐이지 여전히 허위로 실적을 올리는 경우는 너무 많다”고 말했다. 보훈부 제대군인일자리과에 따르면 현재 직원 한 명이 10개 센터의 모든 실적을 모니터링하고 있어 허위를 다 적발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보훈부 관계자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실적 미인정 사례는 감소하고 있으며 철저한 교육과 점검 등을 통해 앞으로 유사 사례 재발 방지 등 신뢰성 있는 양질의 전직 지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공무직 전환에도 직업상담사 자격증 無

 

제대군인 사업이 부실하게 운영되는 주된 원인은 상담사들의 전문성 부족이다. 2019년 당시 국가보훈처는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고자 제대군인지원센터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근로자 90명을 무기계약직(공무직)으로 전환했다. 당시 보훈처는 “제대군인지원센터 근로자의 공무직 전환으로 고용 불안이 해소됨에 따라 제대군인에게 더욱 전문적인 전직 지원 서비스를 제공해 민원 만족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공무직으로 전환된 상담사들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상담사로 채용되거나 승급을 하려면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소지해야 하지만, 공무직으로 전환된 상담사들은 주로 각 센터에서 팀장급으로 근무하면서도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갖고 있지 않았다. 매년 교육비 70만원이 개인에게 지급되나 5년 가까이 자격증을 취득하지 않은 것이다. 보훈부 노조가 지난해 6월 자체조사를 한 결과 대전·경남·대구·부산 센터의 경우 직업상담사 자격증이 없는 직원이 제대군인 상담은 물론 그들의 채용을 기업에 추천하는 취업상담·기업협력팀 팀장을 맡고 있었다. 특히 부산센터의 한 팀장은 교육비로 업무와 상관없는 전기기사 자격증 강의를 들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17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4 전역예정 장병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일자리를 찾고 있다./2014.04.17 /고양=이제원기자

보훈부도 지난달 27일 각 센터에 공무직으로 전환된 상담사 중 일부가 직업상담사 자격증이 없고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비를 매년 지원하고 있으니 직업상담사 자격증 취득에 교육비를 사용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바 있다. 보훈부는 상담사들의 전문성 제고 방안에 관한 세계일보의 질의에 “2019년부터 제대군인 상담사 역량 강화를 위해 직무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련된 교육에 대해서 지원을 하고 있다”며 “직무와 관련 없는 분야(자격증)에 대해서는 세밀한 조사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업무 전환 이뤄지지 않아 부작용 커져

 

이 밖에도 업무량이 많은 취업상담팀과 상대적으로 업무 강도가 낮은 기업협력팀 간 업무 전환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2021년 허위 실적이 230여건으로 전국 센터 중 가장 많이 적발된 대전센터의 경우 최근 5년 가까이 업무 전환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직원들 사이에는 ‘2019년 공무직으로 전환된 이들이 주로 기업협력팀에 근무하고 있다’는 문제의식도 커지고 있다. 보훈부도 동일 직무를 장기간 수행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지난 8월10일 자로 전국 센터장에게 직무 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업무 전환을 권고한 바 있다.

보훈부 노조 관계자는 “공무직으로 전환됐던 상담사들이 요직을 차지하니 실적을 부풀려도 감시하거나 문제를 제기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취업상담팀에서도 전직 가능성이 높은 저연차 전역자들은 자기들에게 배정하고, 새로 들어온 상담사들에게 고연차 전역자들을 배정하는 식으로 텃세를 부리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이어 “보훈부 공무원들에게 제대군인센터가 한직으로 분류돼 관리자인 센터장들도 업무 파악이 너무 안 돼 있어 통제 시스템이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국가보훈처가 부(部)로 승격된 만큼 책임은 더 커져야 한다”며 “제대군인의 안정적인 사회 진출이 가능하도록 국가보훈부가 해당 사업의 내실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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