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예타 면제 요구서 받아 제출
환경부·서울시가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광역자원회수시설(소각장) 전략환경영향평가(사업 이전 계획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절차 완료 한 달여 전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요구 절차를 밟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협의기관인 한강유역환경청이 평가서에 대해 반려나 재검토를 통보할 경우 사업 추진을 장담할 수 없는데도 ‘협의 완료 이후 사업 착수’를 전제로 추후 절차를 미리 진행했던 것이다. 당사자인 환경부도 이와 관련해 환경영향평가 협의 전 예타 면제 추진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환경영향평가의 마지막 관문인 환경 당국 협의가 요식행위로 전락한 현실을 보여 준다는 평이 나온다.
10일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실이 환경부·서울시로부터 받은 서울 마포구 소각장 예타 면제 요구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5월25일 소각장 설치 사업 주관 부처인 환경부 폐자원에너지과에 이 사업 예타 면제 요구서를 제출했다. 예타는 대규모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에 대해 기획재정부 주관으로 실시하는 타당성 검증·평가다. <관련기사 8면>
문제는 서울시의 예타 면제 요구 시점이 소각장 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환경 당국 협의가 한창인 때였단 것이다. 서울시의 예타 면제 요구서 제출 불과 8일 전인 5월17일 협의기관인 한강환경청은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보완하라고 통보를 한 터였다. 1차 보완된 평가서가 한강환경청에 접수돼 협의가 최종적으로 완료된 건 7월20일로, 서울시의 예타 면제 요구서 제출 이후 56일이 지나서였다.
서울시가 제출한 자료에도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완료되지 않았단 사실이 명시돼 있었다. 이들 자료 중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요구서’엔 ‘사전절차 추진내용’을 설명하면서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 협의가 올해 4월부터 진행 중이라고 적어 놓았다. ‘사업 추진의 적시성’을 설명하는 부분에선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해 ‘마무리 단계임’이라고 기재했다. 그런데도 서울시가 예타 면제 절차를 밟은 건 사실상 별 문제없이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경우가 더욱 적절치 않아 보이는 건 환경부가 서울시의 예타 면제 요구서를 넘겨받아 예타 주관 부처인 기획재정부에 최종 제출했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당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검토 중이던 한강환경청의 상급 부처다. 서울시와 함께 소각장 설치사업 주관 부처인 환경부는 서울시로부터 예타 면제 요구서를 넘겨받아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완료(7월20일)보다 한 달 더 이른 지난 6월 초 기재부에 보냈다. 환경부조차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그저 ‘형식적 절차’로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환경부는 관련 서면 답변에서 “전략환경영향평가, 입지선정 등 사전절차가 완료된 뒤 예타 면제를 신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기재부의 예타 면제 심의 일정(8월) 이전에 사전절차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해 요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소각장 사업은 결과적으로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지연 등으로 입지 결정·고시가 지체되면서 예타 면제 대상에 선정되지 못했다.
노 의원은 “부지선정도 끝나지 않았는데도 기재부에 서류를 제출한 것은 명백한 환경부의 업무상 배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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