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운영비를 횡령한 70대 통장이 마을기금으로 벌금을 내려다 다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울산지법 형사6단독 최희동 판사는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0대 통장 A씨와 그의 아들 40대 B씨에게 벌금 500만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최 판사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마을 총무 70대 C씨에게는 벌금 100만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와 B씨는 2013년부터 2020년까지 경남 양산시 한 자연부락 마을의 통장과 개발위원 등으로 일했다. 그러다 마을운영비 48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고, 2020년 10월 법원에서 각각 500만원의 형을 선고받았다.
A씨는 새로 바뀐 통장에게 “벌금을 해결할 수 있도록 임시총회를 소집해달라”고 했지만, 새 통장은 “개인 벌금을 마을 공동기금으로 지급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A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같은 해 11월2일 주민 20명의 이름을 받아 마을 임시회 개최요구서를 작성해 새 통장에게 보냈다. 그날 저녁 7시 마을회관에서 임시총회를 열어 ‘마을기금으로 자신과 아들의 벌금을 납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리곤 총무 C씨가 보관하고 있던 마을회 명의 계좌에서 1000만원을 인출해 벌금으로 냈다.
이런 A씨의 행동은 또 ‘업무상 횡령’이 됐다. 이 마을은 규약상 통장이나 개발위원장 및 개발위원회가 임시총회를 요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런데 A씨 등은 개발위원장이 없는 상태에서 6명 중 아들이 포함된 5명의 개발위원들만 개최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총회를 열었다. 소집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또 가구대표 3분의 2 참석과 과반수 이상 찬성으로 결정해야 했지만, 당시 총회에는 24가구 중 15가구만 참석했다.
최 판사는 “마을공동기금은 주민의 복리증진 등을 위해 운영되는 것이고, 지출도 그에 부합해야 한다”며 “A씨 개인 벌금을 납부하는 것은 기금조성 목적에 맞지 않고, 임시총회에 이를 의결할 수 있는 권한도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다만 A씨 등이 별다른 처벌전력이 없는 점, 마을 주민 상당수가 A씨 등의 벌금을 마을 공동기금으로 지출한 데 동의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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