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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전 운동장서 구슬땀… 아이들 생기 ‘업’ [심층기획-체육교육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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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0-24 06:00:00 수정 : 2023-10-25 14: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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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체육에 힘쏟는 학교

부산교육청 ‘아침 체인지’ 사업
지역 내 410개교로 참여 늘어나

매일 8시10분부터 20~30분간 체육활동
고학년·저학년 짝지어 요일별 ‘미션걷기’
매주 사다리·고깔·콘·허들 등 과제 수행
“수업 집중 잘 되고 친구와 사이 좋아져”

5·6학년은 실내체육관서 ‘티볼’도 참여
야구와 비슷… 10명서 ‘전원타격’ 차이
“소질 있으면 선수로 활동 가능해 좋아”
부산교육청, 2024년 학교 80% 참여 목표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변했어요. 학교 또한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로 탈바꿈했고요.”

 

아침체육활동을 지도하는 교사들은 학생들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올해 초부터 부산지역 초·중·고교에서 처음 시작된 부산발 아침체육활동 ‘아침 체인지(體仁智)’가 전국 학교를 강타하고 있다.

 

‘아침 체인지’는 학생들의 ‘인성교육’과 ‘학력격차 해소’에 목표를 둔 하윤수 부산교육감의 공약사업이다. 학생들의 건강관리와 수업 집중력 향상을 위해 매일 20∼30분씩 아침 신체활동에 참여시켜 인성을 함양시키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참여 학생들은 원하는 요일에 축구와 농구, 배드민턴 등 인기 단체종목에서부터 걷기와 줄넘기 등 개인종목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이처럼 아침 체인지는 학생들의 학력 신장은 물론 진로·진학지도까지 맞춤형 학습지원 프로그램으로 지역 간 학력격차를 해소하고, 근본적으로 부산의 교육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출발했다. 아침 체육활동 운영형태는 단위학교 자율로 선택할 수 있으며 △요일제형 △자기주도형 △학교스포츠클럽 연계형 등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시행 1년 차 아침 체육활동을 통해 체력신장과 사회성 향상 및 협동심, 학교폭력 예방 등에 효과가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난달 말 기준 부산지역 632개 초·중·고교 중 410개 학교가 참여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기몰이 중인 아침 체인지 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부산 도심의 한 초등학교를 찾았다. 지난 17일 오전 8시쯤 부산 연제구 연서초등학교 교문에 들어서자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와 함께 50여명의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날 부산지역 날씨는 화창했지만 환절기라 일교차가 커 다소 쌀쌀한데도 아이들의 표정은 티 없이 해맑았다.

 

1984년 4월 개교한 연서초등학교는 전교생이 700여명으로, 학생들의 체육활동은 대부분 운동장과 실내체육관에서 진행한다. 이 학교는 매일 아침 8시10분부터 약 30분에 걸쳐 ‘미션 걷기’와 ‘티볼’을 아침 체인지 프로그램으로 진행한다. 운동장을 기준으로 월·목요일은 5∼6학년 대상 티볼을 진행하고 △화요일 1, 6학년 △수요일 2, 5학년 △금요일 3, 4학년이 짝을 지어 미션 걷기를 진행한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화요일이라 1학년과 6학년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미션 걷기를 하고 있었다.

 

미션 걷기란 매주 사다리·고깔·콘·허들·훌라후프 등 새로운 미션을 수행하며 걷는 운동으로, 일종의 장애물 달리기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달리지 않고 걷는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부산 연서초등학교 1학년과 6학년 학생들이 '미션 걷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아이들의 미션 걷기를 담당하는 이혜정 교사는 “미션 걷기는 학년별로 난이도가 있지만, 아이들이 너무 즐거워해 매일 아침마다 지도하고 있다”며 “아침 체인지를 도입하고부터 단 한 명의 지각생이 없을 정도로 아침을 신나게 시작할 수 있어 생기가 넘치고, 무엇보다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운동장을 걸으면서 사다리와 고깔, 허들과 같은 장애물을 넘으면서 때론 속도를 냈다가, 어떨 땐 속도를 줄이기를 반복하면서 친구들과 이야기꽃을 피웠다. 또 지도하는 교사들이 아이들의 자세를 교정해주면서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스킨십으로 친밀감을 높였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운동장을 걷는 것처럼 보이지만, 허들이나 콘, 고깔, 사다리 등 다양한 장애물을 넘으면서 평소 사용하지 않는 신체 기능을 써보며 신체가 골고루 발달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6학년 이주원 학생은 “매주 다른 미션을 통과하면서 성취감과 함께 체력이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피곤할 때도 있지만 수업시간에 집중이 잘되고, 친구와 함께 아침 체육을 하면서 사이도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6학년 최지윤 학생은 “아침 체인지 활동에 참여하고 난 뒤부터 살이 많이 빠졌다. 다이어트에 도움이 많이 된다”며 “협동심과 리더십을 기르고, 친구들과 자유롭게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연서초등학교 1학년과 6학년 학생들은 각자 체력에 맞게 운동장을 걷는 미션을 마치고 교실로 들어갔다. 약 3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다.

같은 시간 학교 실내체육관에서는 ‘티볼’ 연습이 한창이었다. ‘티볼’은 야구와 비슷한 종목인데, 9명으로 구성된 야구와는 달리 10명이 한 팀을 이룬다. 또 다른 차이점은 투수가 공을 던지지 않고 타자가 배팅 티(공을 올려놓는 도구) 위에 공을 올려놓고 치는 것과 ‘스리아웃제’를 도입한 야구와는 달리 10명이 모두 타격을 마치면 공수를 교대하는 ‘전원타격제’ 및 ‘잔루인정제’를 도입하고, 3회까지 진행한 점수로 승부를 결정짓는 점이다. 요즘 초등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운동 종목 중 하나로, 초등학생들이 즐기는 야구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5학년 김시연 학생은 “아침 체인지에 참여하면서 친구 사이가 좋아지고, 생활습관이 달라졌다”며 “티볼 같은 경우 소질이 있을 경우 선수로 활동할 수 있어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6학년 이소예 학생은 “아침 체인지 활동에 참여하면서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생겼다”며 “친구들과도 공부와 운동, 놀이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하다 보면 다른 반 친구들과도 금방 친해진다”고 웃었다.

 

연서초등학교는 2014년부터 5~6학년 남녀학생 30여명으로 티볼팀을 구성하고, 학교스포츠클럽에 참여해 부산대표로 출전한 전국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홍정완 체육담당 교사는 “6월 지역교육청 예선을 거쳐 9월 부산교육감배 대회에서 우승하면 10월 전국대회 부산대표로 출전한다”며 “연서초 티볼팀은 전국 초등학교 티볼 강팀으로 소문이 자자하다”고 말했다.

 

연서초등학교는 아침 체인지를 도입한 뒤, 학교폭력 등의 문제가 많이 줄어 학생지도가 한결 수월해졌다고 한다.

 

김복선 교장은 “아이들 개개인의 수준에 맞춘 프로그램 운영으로 운동을 싫어하던 아이들까지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있다”며 “학년 내 학반 구분이 없는 활동으로 같은 반 친구는 물론 다른 반 친구들과도 교류하며 교우관계가 돈독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침 체인지 도입 초기만 해도 일각에서는 ‘아이들을 아침 일찍 등교시켜 억지로 운동을 시킨다’는 부정적인 의견들이 있었으나, 학생들 사이에 뿌리를 내리면서 아침 체인지가 체력향상은 물론 친구관계를 좋아지게 만들고 수업 집중력까지 향상시키는 1석3조의 효과를 거두면서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편 부산교육청은 내년도 목표를 부산지역 초·중·고교의 80%가 아침 체인지에 참여하는 것으로 정하고, 학부모들도 아침 체육활동에 참여하는 ‘가족 공감 체인지’ 활동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부산=글·사진 오성택 기자 fivest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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