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심사 방식 전면 손질 강조
문체부 산하기관 철저 감사 예고
“文정부때 만든 블랙리스트 백서
너무 무책임하고 일방적” 폄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문화예술과 콘텐츠 분야 지원사업 공모 심사 방식을 전면 손질해 ‘책임심의관 제도’를 도입키로 하는 등 문화예술 지원 원칙을 재정립하기로 했다. 문체부 산하기관들에 대한 철저한 감사도 예고했다. 문재인정부 시절 만든 ‘이명박·박근혜정권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사건 백서’에 대해선 “너무 무책임하게 일방적으로 자기들(문재인정부) 입장에서만 만들어진 백서”라고 폄하하면서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유 장관은 30일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문화예술·K콘텐츠·체육·관광 분야 주요 정책방향을 소개한 뒤 이 같이 밝혔다.
유 장관은 “문화예술계 쪽과 (영상·만화·웹툰·게임 등) 콘텐츠 분야 정책은 대부분 지원”이라면서 “창작물이 자유롭게 더 많이 생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되 바뀐 환경에 맞춰 (지원 원칙을) 다시 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원기관들의 책임성과 전문성, 사후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각종 지원공모 사업을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현행 문화예술·콘텐츠 지원사업은 상당수가 일회성 자금 지원만 할 뿐 사후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다는 게 문체부의 판단이다. 외부 심사위원 중심으로 심의 절차를 거쳐 지원 대상을 선정하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 등 지원기관은 지원금만 주고 마는 식이란 지적이다. 유 장관은 “손이 안으로 굽는 심사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 결과에 대해 심사위원이나 지원 기관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술위와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지원기관 직원들이 분야별 전문가가 돼 지원사업을 계속 관찰하면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 책임심의관 제도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우수하거나 가능성 있는 창작물로 선정되면 자금뿐 아니라 법률·홍보·컨설팅·인력 등을 꾸준히 지원해 국내 유통과 해외 진출도 적극 뒷받침할 방침이다. 유 장관에게 자칫하다 ‘문화예술은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윤석열정부 원칙과 상충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창작(과정)에 간여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지원 예산을 아무렇게나 써도 문제삼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 방안에 대한 질문에, “책임심의관 제도가 그런 것을 차단할 수 있다. 본인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어떤 청탁도 듣지 않을 것이고, 부당한 혜택을 주더라도 금방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블랙리스트 백서를 언급한 유 장관은 “백서에 제 이름이 백 몇 번 나오는데, (반박하는) 백서를 하나 만들어보고 싶을 정도로 너무 엉터리다”며 “대부분 ‘이런 소문이 있다더라’, ‘이런 주장이 있다더라’는 내용이라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 문제를 삼아야 할지 그냥 넘어가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달 초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문재인정부 시절 만들어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의 이명박·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사건 백서를 언급하면서 “유 후보자 이름이 104번 언급된다. 증거와 증언이 후보자를 향하고 있다”며 유 장관이 이명박정부 당시 첫 문체부 장관을 할 때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유 장관은 다만, 백서 작성자나 백서에 등장하는 사람들도 만나 의견을 들어보고 세부적인 문화예술정책을 마련할 때 반영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산하기관 감사 계획에 대해선, “국회 국정감사에서 문제점이 지적된 기관, 목적과 무관한 사업을 많이 하거나 오랫동안 감사를 받지 않은 기관을 시작으로 모든 산하기관에 대한 전면 감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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