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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열대 과일 이젠 ‘메이드 인 코리아’ [S 스토리-국내 아열대 작목 재배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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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1-11 15:00:00 수정 : 2023-11-11 14:3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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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아열대 작목 재배 확대
지자체선 기술 보급 등 속도

경북·충북, 매년 재배면적 증가세 꾸준
전남, 발빠른 대응으로 최대 산지 부상
망고·파파야·공심채 등 품목도 다양화

기온 상승·다문화 가족 증가 등 영향
지자체 앞다퉈 연구·시범 사업 총력
전문가 “신중한 작목 선택 가장 중요”

광주광역시에 사는 이종국(50)씨는 최근 과일을 구입하기 위해 들른 동네 대형마트에서 샤인머스캣이 진열대를 장악한 모습을 보고 지난 추석 때를 떠올렸다. 국내산 전통 과일인 사과, 배를 선물하려다 1박스에 7만∼10만원이나 하는 가격에 샤인머스캣을 구입했는데, 한 계절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기가 시들지 않아 이젠 ‘국민과일’이 됐음을 실감했다.

 

샤인머스캣은 일본이 주산지다. 한국에선 2006년부터 재배했다. 국내 최초 재배지는 경북 지역으로 상주, 김천과 같은 기존 포도 주산지를 중심으로 대체 작물로 등장했다. 샤인머스캣처럼 백화점에서나 구입해 사 먹을 수 있었던 아열대 과일을 재배하는 국내 농가가 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에 따라 지자체마다 아열대 과수 육성 시범 사업에 뛰어들면서 과수 품목과 재배 면적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경북 의성군 안평면 박종원씨는 토마토를 재배하던 연동 하우스에 2021년부터 대체 작물로 만감류와 레몬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말 레몬을 시작으로 이달 중순에는 만감류인 윈터프린스, 내년 1월에는 한라봉을 순차적으로 수확한다.

 

이 지역은 몇 년 전만 해도 겨울 추위가 심해 엽채류를 중심으로 수경재배 등에 의존했으나, 근래 들어 아열대 작목 재배에 뛰어드는 농가가 확산세다. 이곳에서는 제주도와 남해안 지역에서 생산되는 대표적인 과일인 만감류와 레몬 등 아열대 과일을 지난달 첫 수확했다. 의성군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재배 환경 변화로 기존 연동 하우스 작목 전환으로 아열대 과수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작물 재배 품목이 바뀐 것은 만감류뿐만 아니다. 청도군 각북면에 위치한 농원은 기존 3만4000㎡에서 재배 중인 사과·배·감 외에도 2019년부터 열대 과일인 바나나, 파파야, 커피 등에 눈을 돌리고 있다.

 

경북 지역 아열대과수 재배면적은 매년 소폭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158농가 39㏊ 규모로 재배되고 있으며, 만감류가 26㏊로 가장 많고 백향과, 무화과 등이 뒤를 잇고 있다. 경북도는 2021년부터 ‘경북도 아열대농업 육성 및 지원 조례’를 제정해 전문단지 조성 등 아열대 농업에 투자하고 있다. 농업기술원에서는 한라봉, 레드향, 애플망고 등 3개 과종에 대한 재배 기술 매뉴얼을 제작·보급했고, 올해는 유망 아열대과수 재배 시범사업을 통해 3곳에 1.2㏊를 추가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런 변화는 기후 변화로 작물 재배 환경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90년 이후에는 경북 대부분 지역에서 현재의 특화 작물 재배가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경북 북부의 대표 농산물 중 하나인 사과는 2030년 이후 영양·봉화를 제외한 모든 시군에서 재배가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전북도 ‘바나나·백향과·공심채’ 작목 전환

 

충북에서는 지난해 말 기준 63농가에서 18종의 아열대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면적은 24.2㏊다. 품목별로는 채소 9종(오크라, 삼채, 여주, 공심채, 강황, 얌빈, 롱빈 등) 10.23ha, 과수 39농가 8종(파파야, 백향과, 구아버, 만감류, 망고 등) 13.17㏊, 식량 1종 0.79㏊(카사바)이다. 최근 5년간 만감류(레드향, 천혜향 등), 커피, 망고, 카사바 등은 재배면적이 늘고 여주와 오크라, 백향과 등은 재배 기술, 소비처 확보 등 어려움으로 감소 추세다. 충북도는 기후변화 대응 연구와 기술 보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충북 지역 기온이 최근 45년간 0.83도 상승한 데다 가족 형태 변화로 아열대 작물 소비가 느는 데 대응하기 위해서다. 충북도는 아스파라거스 생력형 수경재배와 아열대과수 소득 자원화, 바닐라 기내 대량증식법 등의 연구도 진행할 예정이다.

 

전북에서는 아열대 작목으로 과수 10종(122㏊)과 채소류 8종(11.8㏊)을 재배하고 있다. 과수로는 한라봉, 홍해향, 청해향 등 만감류를 비롯해 백향과, 구아버, 망고, 바나나, 커피, 파파야 등이 있다. 채소류는 강황, 공심채, 롱빈, 얌빈 등을 기른다. 재배지도 동부 산악지역에서 서부 평야 지대까지 14개 시군에 고루 분포해 있다. 만감류는 완주 삼례지역에서, 백향과와 망고는 남원을 중심으로 확산 추세다. 아열대 채소는 정읍에서, 커피는 장수 지역에서 인기 품종이다.

 

전북도농업기술원 성문호 연구관은 “기존에는 시설 농가에서 파프리카나 토마토 등 작물을 주로 재배했으나, 기후 변화로 연평균 기온이 오르고 다문화가족 증가로 아열대 작물 소비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에 맞춰 지역에 적합한 아열대 작목에 대한 기술 개발과 농가 보급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재배 면적 늘고, 품종도 다양해져

 

아열대 작물 재배 면적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제1의 생산지는 전남이다. 10일 농촌진흥청의 ‘2023 아열대 작물 재배 현황’에 따르면 전남은 전국 재배면적 4126㏊의 59%에 달하는 2453㏊에 아열대 작물을 심고 있다. 이어 경남 1091㏊, 제주 399㏊, 전북 84㏊, 울산 22㏊, 경기 20㏊ 등 순이다. 주요 작물은 채소·특작과 과수를 합해 24개 품목에 달한다. 전남이 아열대 작물 최대 생산지로 부상한 것은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20년 4월 전국 최초로 ‘아열대농업 육성 및 지원조례’를 제정하고, 집중 육성한 데 따른 것이다. 전남도는 2021년부터 아열대농업을 육성하기 위해 기후변화 대응 아열대과수 육성 사업과 신소득 원예특화단지를 조성했다. 아열대 과수와 채소 등 유망 작목의 전체 면적은 꾸준히 늘고 있고 품목도 품종별로 다양화하는 추세다. 다만, 아열대 작물은 재배시설 비용 등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정책적인 지원이 따르는 조건이라면 “꼼꼼하게 계산한 뒤 작목을 선택하는 게 좋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김성철 농촌진흥청 농업연구관은 “아열대과수 종목 선택의 우선 조건으로 시장 접근성과 유통경로, 안정적인 판로 등을 두루 고려해야 한다”며 “특히 한국인이 선호할 만한 품종을 선택하지 않으면 실패할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안·청주·의성=김선덕·윤교근·배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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