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피해자가 5명 중 1명 ‘최다’
적발돼도 대부분 징역 3~6년 그쳐
범죄수익 은닉·탕진… 회수 힘들어
전문가들 “약한 형량이 피해 키워”
#1. “시세조종으로 50배 차익 볼 수 있어.”
가상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던 40대 A씨는 2019년 3월부터 8월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팅방 등에서 불특정 고객을 상대로 자신이 직접 발행한 코인에 투자·거래하면 50배 차익을 볼 수 있다고 광고해 90여명으로부터 12억원 상당을 뜯어냈다. A씨는 특히 코인 가격이 떨어지면 자체 보유한 현금 10억원으로 코인을 매수해 가격 하락을 방지하겠다며 피해자들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A씨는 6억원 대 빚을 지고 있었고, 피해금으로는 빚을 갚거나 생활비 등으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 12일 부산고법 울산재판부는 A씨에 대해 징역 8년의 원심을 깨고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했다.
#2. 부유한 사업가·예술가 행세를 하며 남성 7명과 동시에 교제하면서 30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로 40대 여성 B씨가 지난 9일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한 피해자 C씨는 사업을 함께하자는 B씨의 회유에 넘어가 교제 6개월 만에 억대 연봉을 받던 직장을 나와 퇴직금 포함 11억원을 B씨에게 건네기도 했다.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42)씨의 약혼자로 알려진 전청조(27)씨가 벌인 사기 행각의 피해자가 23명, 피해 규모는 28억원에 달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에서 각종 사기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5년(2018∼2022)간 사기 범죄는 매해 30만건씩 발생해 피해 규모는 126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18년부터 지난 10월까지 발생한 사기 범죄는 154만2099건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10월까지 28만9183건이 발생해 올해도 어김없이 사기 범죄 건수는 30만건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사기 범죄로 인한 피해금은 최근 5년간 126조4245억원으로, 올해의 경우 10월까지 15조9877억원에 달했다. 피해는 다양한 연령대에서 발생했는데, 지난해의 경우 20대 피해자가 5명 중 1명꼴로 가장 많았다.
사기 범죄로 인한 피해금은 매년 십수 조원에 달하지만, 사기범죄 피해자들의 경제적 회복은 이뤄지기 어려운 현실이다. 피의자가 이미 피해금을 탕진했거나 범죄 수익을 은닉하는 경우가 흔해서다. 피의자의 재산을 동결하는 추징·보전 명령 제도가 있지만, 일반 사기 사건의 경우 피해 복구 절차는 대부분 민사 절차를 통해 진행된다. 민사 재판이 마무리되기까지 수년간 사기 피해 입증은 모두 피해를 본 개인의 몫이다. 금전적 사기 피해에서 현금 거래가 이뤄진 경우도 많아 수사기관이 아닌 개인이 피해를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도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사기 범죄가 빈번한 원인으로 약한 형량을 지적했다.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일반 사기의 경우 범죄로 인한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경우 기본 3∼6년형을 선고하고, 피해가 커 형량이 가중되면 4∼7년형이다. 형사·사기범죄 전문 곽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청)는 “사법부가 범죄수익을 압류하고 추징하도록 제도가 있기는 하다”면서도 “피의자가 범죄단체를 운영하며 피해금을 탕진하거나 투자 실패로 돌려줄 돈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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