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 자진 반납한 고령운전자는 전체의 2.6% 수준
`적은 보상` 탓에 면허 자진 반납하는 운전자 적어
만 75세 이상 고령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3주 전 70대 후반 고령운전자가 모는 승용차가 버스정류장을 덮쳐 고등학생이 숨진 데 이어 22일엔 80대 고령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 3명을 쳤다. 이들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숨졌다.
현재 고령운전자 면허 자진반납제도가 있긴 하지만 보상이 일시적 교통비 지급에 그쳐 당사자들은 면허 반납을 꺼린다. 특히 지방에 사는 고령운전자 입장에선 면허를 반납하고 쌈짓돈을 받는 것보단 면허를 갖고 있는 것이 비상상황에 대응하기 훨씬 용이하다. 보상을 현실화하고 적성검사 등을 엄격하게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는 3만4652건으로 전년(3만1841건) 대비 8.8% 증가했다. 2020년 3만1072건이었던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체 교통사고 건수가 2020년 20만9654건, 2021년 20만3130건, 2022년 19만6836건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실제 최근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로 시민이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일엔 전남 보성의 한 도로에서 78세 고령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버스정류장을 덮쳐 고등학생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이 고령운전자는 경찰 조사에서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차량이 버스정류장 방향으로 돌진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늘은 강원 춘천의 한 도로에서 80대 고령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 3명을 들이받았다. 3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숨졌다. 당시 보행자 신호등은 파란색이었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고령운전자 사고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지자체는 고령운전자 면허 자진반납제도를 시행 중이다. 2018년 부산시가 처음 도입한 이 제도는 65세 이상 고령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하면 수십만원 상당의 교통비 등을 지원해주는 게 핵심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2년 면허를 반납한 고령운전자는 11만2942명으로 전체 고령운전자(438만7358명)의 2.6% 수준이다. 면허 반납이 고령사회 전반으로 확대되진 않은 것이다. 65세 고령운전자 10명 중 7명은 면허 반납에 회의적이다. 이들은 운전면허 반납을 고려하지 않는 이유로 △시간 단축 등 이동·편의 때문(45.8%) △안전 운전 가능(35.0%) △긴급 상황 대비(24.1%) △대중교통 이용의 불편함(22.4%) 등을 꼽았다.
고령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적은 보상’이다. 현재 지자체별로 10만~수십만원 상당의 교통비를 지원해준다. 전문가들은 보상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미래자동차공학)는 “일회성으로 (교통비) 10만원을 주는 것 등은 의미가 별로 없다”며 “‘100원 택시’ 등 지속성 있는 인센티브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65~75세 미만은 5년, 75세 이상은 3년마다 받아야 하는 적성검사를 엄격하게 치러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현실에선 검사에서 떨어지더라도 재시험, 재재시험 등 기회를 부여하다보니 적성검사에서 걸러지는 인원이 사실상 없다는 이유에서다.
가족 등 지인이 노화에 따른 판단능력 저하 등을 일깨워주는 것도 중요하다. 또, 자율주행기술이 발전한 만큼 위급 상황 시 제동장치가 작동하도록 하는 시스템 등을 승용차에 의무 장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김 교수는 “고령운전자의 자각, 보상 현실화, 적성검사의 엄격한 시행, 자율주행기술 응용 등 다양한 방법들의 융합되어야만 실질적으로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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