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파기 선언한 北… 남북 ‘강대강 대치’ 긴장 고조

“MDL에 신형무기 전진 배치
충돌사태 땐 南 책임” 으름장

軍 백령도 일대서 방어훈련
北 위성 궤도진입 성공 확인

우리 정부가 9·19 남북군사합의 일부 조항의 효력을 정지하자 북한은 기다렸다는 듯 합의 전체에 대한 파기를 선언했다.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9·19 합의가 유명무실해짐에 따라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북한 국방성은 23일 “대한민국 것들은 북남 군사 분야 합의서를 파기한 책임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으며 반드시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성명을 내고 ‘3대 원칙적 입장’을 천명했다. 3대 입장의 내용은 △북한은 9·19 합의에 더는 구속되지 않을 것 △9·19 합의에 따라 중지됐던 군사적 조치 회복 및 MDL에서 신형무기 전진 배치 △충돌사태 발생 시 대한민국 책임이다. 북한은 3대 입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위임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담화보다 높은 수준의 구속력과 무게감을 가진다.

앞서 우리 정부는 21일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한 직후 MDL 일대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 9·19 합의 1조 3항의 효력을 정지하기로 의결했다. 다만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파기를 선언한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파기되거나 합의가 없어졌다고 판단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군은 철저한 대비 태세 유지에 돌입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이 (9·19 합의) 효력 정지를 빌미로 도발을 감행한다면 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병대는 21일부터 이날까지 백령도 일대에서 서북도서 방어 종합훈련을 진행했다. 북방한계선(NLL)과 가까운 백령 도서군 일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도발 유형을 상정한 야외기동훈련(FTX)이다. 육·해·공군은 철저한 정신적 대비 태세를 유지하기 위해 각군 본부나 사관학교 같은 비전투부대 장병들에게도 근무복 대신 전투복을 착용하라고 지시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2일 전날인 21일 밤 발사한 군사정찰위성의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11월21일 22시42분28초에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신형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라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한편 북한 정찰위성은 궤도 진입에 성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 우주군이 운영하는 위성 추적 사이트에 따르면 만리경 1호에 위성 번호 58400, 식별번호 2023-179A가 주어졌다.

위성 번호는 미 우주군이 지구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에 부여한다. 국제우주연구위원회(COSPAR)가 관리하는 식별 번호는 지구 상공의 인공위성에 부여된다. 식별번호 2023-179A는 만리경-1호가 올해 179번째로 발사된 위성이라는 뜻이다. 해당 사이트에 따르면 만리경-1호는 고도 500㎞ 안팎의 타원 궤도를 도는 저궤도 위성이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정찰위성 3차 발사가 성공적”이라고 보고했다고 정보위 국민의힘 간사 유상범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간사 윤건영 의원이 전했다.

국정원은 “러시아의 도움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정찰위성의 연내 추가 발사는 어렵다는 취지의 보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현모·김예진·유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