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청주 살았었다” 발언에…청주 소재 기업들 주가도 오름세
이준석·조국·이낙연 테마주도…전문가들 “실체없는 투자 주의해야”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 ‘정치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배우 이정재의 ‘친구 인증’ 사진이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퍼지자, 이정재 연인 임세령이 부회장이자, 2대 주주로 있는 대상홀딩스는 지난 27일부터 급등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대상홀딩스는 지난주 금요일인 24일 주당 6940원을 기록했는데 지난 주말동안 두 인물의 회동 사실이 알려진 이후 월요일인 27일 상한가를 치며 9020원으로 뛰었고, 28일에는 1만1290원을 기록했다. 대상홀딩스가 상한가를 찍은 것은 1155원(29.96%) 오르며 5010원을 기록한 2020년 3월26일 이후 3년8개월 만이다.
이를 통해 수익 실현을 한 것은 아니지만 임세령 부회장을 비롯한 임창욱 대상 명예회장 일가가 보유한 대상홀딩스 주식 평가액은 이틀새 1026억원으로 넘게 뛴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대상홀딩스 최대주주엔 임 명예회장과 부인 박현주 대상홀딩스 부회장, 장녀 임 부회장과 차녀 임상민 대상 전략담당 중역이 이름을 올렸다.
대상홀딩스가 지주회사로서는 이례적으로 급등세를 보인 이유는 유력한 ‘한동훈 테마주’로 엮였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정재와 한 장관은 서울 강남 8학군 현대고 5회 졸업 동기 사이다. 이들이 직접적으로 친분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정재가 임 부회장과 연인 관계로 9년째 공개 열애 중인 점이 주가에 작용했을 것이라는 시장 분석이 나온다. 앞서 대상홀딩스는 양동운 사외이사가 한 장관과 서울대 법대 동문, 임상규 사외이사는 한 장관의 배우자인 진은정 변호사(법무법인 김앤장)와 직장 동료라는 점 등을 토대로 일찌감치 한동훈 테마주 후보에 오른 바 있다.
한 장관이 과거 청주에 살았었다고 발언하면서 청주에 소재한 기업들의 주가가 오르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깨끗한나라는 최근 3거래일간 38.11% 폭등했다. 지난 23일 4% 오른데 이어 24일에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전날에도 장중 한때 상한가를 기록했으나 상승 폭이 둔화되면서 2.08% 상승하면서 마감했다. 깨끗한나라의 우선주도 같은 기간 27.06% 급등했다. 심텍홀딩스는 18.58% 올랐으며, 영보화학의 주가는 10.34% 상승했다. 세 기업의 공통점은 청주와 연관이 있다는 점이다. 깨끗한나라는 청주에 공장이 있고, 심텍홀딩스와 영보화학은 청주 흥덕구에 본사가 위치해있다.
또다른 한동훈 테마주인 디티앤씨알오도 11월 들어 급등했다. 지난달 말 3630원이던 주가는 한 장관 총선 출마설에 힘입어 7650원(27일 종가 기준)이 됐다. 모회사인 디티앤씨도 함께 상승세다. 디티앤씨와 디티앤씨알오의 본래 사업부문은 바이오다. 임상시험을 대행하는 CRO기업인데 디티앤씨알오의 사외이사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같은 1973년생에, 서울 법대 동문이라는 점이 주가를 자극했다. 특히 두 기업 주가는 지난 15일 한 장관 아내가 국무위원 배우자들과 함께 봉사 활동에 나선 사진이 보도되면서부터 상승세를 보였다.
연일 신당 창당을 시사하고 있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테마주도 주목받고 있다. ‘이준석 테마주’는 삼보산업으로 자동차 부품기업이다. 이 전 대표의 부친이 삼보산업 자회사인 하이드로젠파워의 법정관리인을 역임한 것이 알려지면서 테마주에 묶였다. 이 전 대표 부친이 2019년까지 감사위원으로 재직했던 넥스트아이, 이 전 대표와 하버드대 동문이라는 이유로 묶인 YBM넷, 대성창투도 있다.
‘조국 테마주’, ‘이낙연 테마주’도 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지난 9월22일 공개된 유튜브에서 “사회적으로 명예 회복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총선 출마 가능성 시사하자 같은 달 25일 화천기계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했다. 화천기계는 남광 전 감사가 조 전 장관과 미국 버클리대 로스쿨 동문으로 알려져 있다. 조 전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화천기계와 어떠한 관련도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이낙연 전 대표 테마주는 삼부토건, 금호전기 등이 꼽힌다. 삼부토건은 대표이사가 이 전 대표의 친 동생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실적 등 기업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오르는 정치 테마주는 언제든 급락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테마주 대부분은 실제 회사의 사업과 관련한 연관성이 없고 학연이나 인맥 등 불분명한 연결고리를 통해 묶이기 때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치 테마주로 묶인 기업 대부분이 후보 공약보다는 지연, 학연으로 엮이기 때문에 수혜를 점치기 어렵다”며 “이들 중에는 실적이 안 좋거나, 동전주거나 상대적으로 조작이 쉬운 경우도 많아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테마주는 실체가 있지 않기 때문에 실적이나 지배구조의 건정성, 장기 사업계획 등에 투자하는 게 아닌 폭탄 돌리기의 일종”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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