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6시 50분쯤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사에서 발생한 화재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 스님이 입적했다. 향년 69세.
이날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화재 진압을 위해 요사채 내부로 들어갔을 당시 숨진 스님 1명을 발견했다.
이후 대한불교조계종은 공식 입장문을 내고 “제 33·34대 총무원장을 역임하신 해봉당 자승 스님께서 입적하셨음을 확인했다”며 “종단 차원의 공식 부고는 조계종 총무원장과 재적 교구본사인 용주사와 상의해 30일 오전 중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화재 현장에 4명의 스님이 함께 있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면서 “자승 스님은 (요사채에 계시다) 홀로 입적했다”고 덧붙였다.
소방당국은 오후 7시52분 큰 불길을 잡고, 오후 9시48분 불을 완전히 정리했다. 투입된 소방력은 장비 18대, 소방관 63명이다. 칠장사는 경기도문화재 24호다. 이번 화재로 인한 문화재 훼손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승 스님은 총무원장에서 물러난 후 죽산면에 위치한 아미타불교요양병원의 명예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었다. 아미타불교요양병원은 조계종 스님들의 노후를 돌보는 무료 병원으로 지난 5월 개원했다. 자승 스님은 이따금 칠장사에 들르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도 칠장사를 방문해 요사채에 머물다가 화재 전후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로 추정되는 메모에는 ‘검시할 필요 없습니다. 제가 스스로 인연을 달리할 뿐인데, CCTV에 다 녹화되어 있으니 번거롭게 하지 마시길 부탁합니다’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메모의 작성자는 ‘자승’으로 돼 있었다. 다만 불교계 관계자들은 고인이 최근까지 왕성하게 활동해 유서를 작성할 근거가 희박하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 메모의 필적이 자승 스님 본인의 필적과 일치하는지 등 극단적 선택 가능성에 대해 수사에 들어갔다.
자승 스님은 1954년 강원 춘천에서 태어났다. 18세였던 1972년에 해인사에서 지관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받아 출가했다. 2009년 조계종 제33대 총무원장에 당선됐고, 2013년 재선해 2017년까지 총무원장을 지냈다. 2021년에는 동국대학교 건학위원회 고문 및 총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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