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CCTV 영상 분석 결과 공개
인화성 물질 추정 PET병 반입 찍혀
주지스님 등 3명 참고인 신분 조사
차량서 메모 2장 발견… 필적 감정
조계종 “소신공양… ‘열반송’ 남겨”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 칠장사에서 일어난 화재로 ‘입적’한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69) 스님이 머물던 요사채(승려들이 거처하는 곳)에는 자승 스님 외에 다른 출입자가 없었다고 경찰이 30일 밝혔다.
앞서 전날 오후 6시50분쯤 칠장사에서 불이 나 자승 스님이 열반했다. 자승 스님은 조계종 33대와 34대 총무원장을 지낸 조계종 고위 인사로, 서울 강남구 봉은사 회주(큰 스님)를 맡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자승 스님이 소신공양을 했다”며 스스로 분신을 택했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자승 스님은 ‘생사가 없다 하니 생사 없는 곳이 없구나’라는 열반송(입적에 앞서 깨달음을 전하는 것)을 남겼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날 오전 경기남부청 과학수사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기소방재난본부 등과 화재 현장 합동감식을 벌여 사찰 안팎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전수 분석에 들어갔다.
CCTV 영상 분석 결과, 요사채에는 자승 스님 외에 다른 출입 흔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CCTV에는 자승 스님이 인화성 물질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하얀색 플라스틱 통 2개를 들고 요사채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경내 다른 장소에 있던 주지 스님 등 3명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아울러 차량에서 나온 2장 분량의 메모에 대해선 필적 감정에 나섰다. 메모에는 “이곳에서 세연을 끝내게 돼 민폐가 많았소”라며 “이 건물은 상좌들이 복원할 것이고, 미안하고 고맙소. 부처님 법 전합시다”라는 내용 등이 담겼다.
경찰은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다만 수거한 잔해를 정밀 감식해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도 경찰 수사와 별도로 현장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계 유력 인사의 입적을 둘러싼 테러 여부 등을 확인하는 차원이었다.
조계종은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브리핑을 열어 자승 스님이 분신했다는 판단을 내놨다. 조계종 대변인인 총무원 기획실장 우봉 스님은 “(자승 스님이) 종단 안정과 전법도생을 발원하면서 소신공양 자화장으로 모든 종도에게 경각심을 남기셨다”고 말했다. 소신공양은 불교에서 자기 몸을 태워 부처 앞에 바치는 것을 의미한다.
조계종은 총무원장인 진우 스님을 장의위원장으로 하는 장례위원회를 꾸려 종단 총본산인 조계사에 분향소를 마련해 3일까지 자승 스님의 장례를 종단장으로 모실 예정이다. 영결식은 장례 마지막 날인 3일 오전 10시에 예정돼 있다.
1954년 강원 춘천에서 태어난 자승 스님은 1972년 해인사에서 지관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74년 범어사에서 석암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받았다. 1994년 종단 개혁 후 연임한 총무원장은 자승 스님이 유일하다.
자승 스님의 입적 소식에 칠장사를 찾는 신도들의 발걸음도 이어지고 있다. 강원 원주에서 왔다는 한 신도는 “예전에 다녔던 절에서 불이 나 큰스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찾아왔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칠장사는 국보 제296호인 칠장사 오불회 괘불탱을 비롯해 다수의 보물을 소장하고 있지만 이번 화재로 인한 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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