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투성이서 나온 1500년 前 ‘백제’… 국보 중 국보 금동대향로 다시보기

국립부여박물관 발굴 30주년 특별전

‘국보 중의 국보’로 꼽히는 백제 금동대향로가 발굴 30주년을 맞는 12일 이를 기념하는 고유제(큰일이 있을 때 신령에게 고하는 제사)가 열린다. 지난 9월부터 시작된 특별전시는 내년 2월까지 이어진다.

1993년 백제의 왕릉급 무덤이 모여있는 충남 부여 능산리 고분군(현재 부여 왕릉원) 서쪽에 자리한 능산리 절터에서 나온 향로는 백제 미술사와 고고학의 최대 성과로 꼽힌다.

향로는 우연한 기회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부여 왕릉원을 찾는 관광객을 위한 주차장 조성을 위해 실시된 시굴 조사에서 건물 주춧돌 등이 나오자, 1993년 10월 국립부여박물관을 중심으로 한 2차 조사가 이뤄졌다.

그 결과 그해 12월12일 금속품과 유리구슬 등을 만든 것으로 추정하는 공방 터에 있던 타원형 아궁이에서 뚜껑과 몸체가 분리된 향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물이 흥건한 진흙투성이에서 나온 1500년 전 백제 그 자체였다. 약 10일간 긴급 보존 처리를 마친 뒤 현장 설명회를 열자 언론에서 대서특필했다.

백제 금동대향로는 학계에서도 ‘보면 볼수록 신비한’ 작품이라는 평가가 많다. 중국 한나라 때 유행한 ‘박산향로’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으나, 섬세한 공예 기술과 조형성, 창의성은 비슷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높이 61.8㎝, 무게 11.8㎏인 향로는 크게 몸체와 뚜껑으로 구분돼 있다. 아래부터 보면 힘차게 튀어 오르는 듯한 용이 받침을 이루고 활짝 피어난 연꽃을 연상케 하는 몸체, 23개의 산이 4∼5겹으로 돼 있는 뚜껑, 뚜껑 위의 봉황 등이 배치돼 있다.

향로에 생생하게 표현된 86개의 얼굴도 주목할 만하다. 목을 앞으로 길게 빼고 있는 모습의 새, 무예의 한 동작을 묘사하는 듯한 사람, 세로줄 무늬가 돋보이는 호랑이, 날개 달린 상상 속 동물 등이 섬세하게 표현돼 있다. 긴 코와 상아, 커다란 덩치로 표현한 코끼리 모습도 인상적이다.

백제 금동대향로는 당대 백제 문화를 보여주는 집약체로 여겨진다. 오늘날에도 같은 향로를 만드는 건 쉽지 않다는 게 학계 중론으로 당시 백제인들의 정교한 공예 기술도 엿볼 수 있다. 악사들이 연주하는 악기, 사람들의 옷차림, 다양한 동식물 등도 연구할 부분이 많다.

발굴 30주년을 맞아 특별전 ‘백제 금동대향로 3.0-향을 사르다’가 국립부여박물관에서 내년 2월12일까지 열려 향로와 직접 마주할 수 있다. 박물관은 12일에는 당시 관장으로서 발굴을 이끈 신광섭 전 백제문화제재단 대표이사를 비롯해 조사 발굴팀과 박물관 관계자들을 초대해 능산리 절터에서 발굴 30주년을 기념하는 고유제를 올릴 예정이다.

김신성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