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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사의 가장 화려한 시기인 르네상스가 되면서 미술이 지적이며 창조적인 작업으로 여겨졌다. 그 바탕에는 인간의 능력에 대한 새로운 인식인 휴머니즘이 있었다. 휴머니즘은 인간이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중심에 서게 됐고, 스스로 세계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주체가 되었음을 뜻했다. 미술에서는 직접적인 관찰을 통한 묘사가 나타났고, 원근법이나 해부학 같은 이성적, 과학적인 방법이 강조됐다.

그 결과, 미술가들도 인문 학자나 시인들처럼 교양을 갖춘 사람으로 대접받게 되면서 르네상스 미술은 전성기에 도달했다. 전성기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이탈리아 화가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 그리고 라파엘로였다. 그중 가장 어렸던 라파엘로는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가 예술적 명성을 떨치고 있을 때, 이탈리아 중부 작은 도시에서 피렌체로 와서 평온하고 고귀하며 우아한 이미지로 명성을 날렸다.

라파엘로, ‘검은 방울새의 성모’(1506)

이 그림은 성모마리아를 그린 많은 그림들 중 성모마리아를 가장 자애로운 모습으로 나타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린 요한이 아기 예수에게 검은 방울새를 건네는 장면인데, 여기서 검은 방울새는 그리스도의 수난을 상징한다. 십자가를 진 그리스도가 가시관을 쓰고 골고다 언덕을 오를 때 검은 방울새가 그리스도의 이마에 박힌 가시를 빼주었다는 일화에서 유래했다. 온화한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보는 성모마리아의 모습이 그리스도의 험난한 미래와 대비를 이루며, 성스럽고 숙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형식적으로도 평온하고 안정된 분위기를 나타냈다. 삼각형 구도 안에 인물들을 배치해서 안정감을 주었고, 그리스도의 엉덩이에서 시작해서 성모마리아의 어깨와 머리를 지나 다시 아래로 흘러내리는 곡선의 흐름으로 부드럽고 온화한 느낌을 덧붙였다.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앞둔 주말이다. 연일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성모마리아의 온화함과 자애로움을 생각하며 가족과 함께 하는 크리스마스가 되길.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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