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루미네이션 ‘인투 더 월드’… 동물 캐릭터 빌린 우화
꿈과 도전. 새해에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영화 소재가 있을까. 추운 날씨, 가슴을 따뜻하게 해줄 두 편의 애니메이션이 갑진년 새해 극장 스크린을 밝힌다.
하늘을 보며 소원을 비는 건 동서양 공통적 정서인 모양이다. 3일 개봉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위시’는 마법 왕국 로사스에 사는 소녀 아샤가 하늘의 별을 보며 소원을 빌고 장난꾸러기 별님이 이에 응답해 땅으로 내려오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로사스 왕국의 매그니피코 왕은 주민들의 소원을 대신 맡아뒀다가 하나씩 꺼내 이뤄준다. 노력과 고통 없이 꿈을 이뤄준다는 믿음을 가진 국민은 왕을 사랑하고 충성하지만, 아샤는 왕이 자신이 선호하는 꿈만 이뤄주고 사람들의 사상을 통제하려는 아집에 사로잡혀 있단 사실을 깨닫고 반기를 든다.
디즈니 100주년 기념작인 ‘위시’는 과거 많은 디즈니 영화의 전통을 따른다. 영화의 제목인 ‘위시’(소원)부터 그렇다. 1940년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피노키오’의 대표곡은 ‘When You Wish Upon a Star’(별을 보고 소원을 빌 때)로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은 디즈니의 상징 같은 노래다. 창업자인 월트 디즈니가 가장 좋아한 노래로 꼽았고, 빌리 조엘 등 많은 가수가 리메이크해 부르기도 했다. 백설공주 등 많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이 외치는 대사가 “내 소원은”(I wish)이기도 하다.
영화는 여러 부분에 과거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대한 오마주(존경)와 ‘이스터 에그’(제작자가 일부러 숨겨 놓은 메시지나 장치)가 숨겨져 있다. 백설공주의 일곱 난쟁이는 일곱 명의 친구들로 바뀌는 등 옛 디즈니의 캐릭터들과 전작을 떠오르게 하는 장면이 대거 등장한다. 시대상을 반영한 변화도 있다. 전형적인 악당이었던 여성은 남성으로 바뀌었고, 주인공은 이제 더는 금발의 공주가 아니다.
먼저 상영된 해외에선 평가가 갈리는데 권선징악의 공식, 흐름과 배경이 진부하다는 부정적 의견과 디즈니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라는 긍정적 반응이 맞선다. 영화는 ‘겨울왕국’처럼 완전 새롭고 환상적인 얘길 담아내진 못했지만 꿈이 허황한 것으로 느껴지는 요즘 같은 삭막한 세상엔 여전히 이런 착한 동화가 필요하다.
‘위시’보다 한 주 늦은 10일엔 주인공이 동물임에도 인간 주인공보다 훨씬 현실적인 ‘인투 더 월드’가 개봉한다. 제작사는 할리우드의 메이저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디즈니나 드림웍스에 비해 적은 예산으로 ‘슈퍼배드’와 ‘미니언즈’ 시리즈, ‘씽’, ‘마이펫의 이중생활’ 등 창의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온 호평받고 있는 일루미네이션이다. 지난해엔 닌텐도와 함께 제작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신작 애니 ‘인투 더 월드’는 청둥오리인 말러드 가족이 평생 살아온 작은 연못을 떠나 철새들의 겨울 안식처이자 낙원인 자메이카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초보 여행가인 말러드는 가족에게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려 애쓰지만 이내 길을 잃고 오리의 천적(?)인 왜가리 부부를 만나고 도시에 불시착해 비둘기들과 시비가 붙는다. 내내 삶에 소극적이었던 말러드는 모험을 통해 성장하며 자메이카로 가는 길을 아는 앵무새를 구해내기 위해 오리구이 전문 요리사와 맞선다.
벤저민 레너 감독이 연출한 ‘인투 더 월드’는 빠른 전개, 만약 사람이 주인공이었다면 인권 논란이 빚어질 수도 있는 신랄한 대사와 슬랩스틱 코미디(몸개그), 그리고 아슬아슬한 모험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크리스 멜라단드리 일루미네이션 대표는 한국 언론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오리들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미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안전한 곳으로 피하려고만 하는 인간의 본성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를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어필하고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매력적인 이 동물, ‘오리’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니까 ‘위시’가 동화라면, ‘인투 더 월드’는 ‘우화’다.
일루미네이션은 ‘인투 더 월드’ 상영에 앞서 미니언 캐릭터가 출연하는 약 15분 분량의 애니 ‘달 탈출’을 함께 선보인다. ‘마샤와 곰’, ‘라바’와 같은 슬랩스틱 코미디 장르를 좋아하는 관객이 반길 단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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