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위원장이 날 사면해줬잖아요. 선거는 걱정 없죠.”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TK(대구·경북) 지역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한 인사는 지인들에게 연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이야기를 꺼낸다. 과거 범죄에 연루됐다 사면 복권된 그는 “한 위원장이 법무부 장관 때 자신을 사면해준 당사자”라며 “한 위원장과의 친분을 이용하면 지역구 의원 컷오프는 물론, 공천도 문제없다”고 주변에 언급했다고 한다.
이른바 한동훈 프랜차이즈다. 최근 한 위원장이 대구·경북을 방문한 뒤 내년 총선에 나선 TK 출신 예비후보들은 연일 한 위원장을 입에 올리고 있다. 인재영입위원장까지 맡으며 국민의힘 차기 총선의 선봉장에 선 한 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이른바 한동훈 프랜차이즈다. 하지만 윤심 프랜차이즈와 마찬가지로 이번 한동훈 프랜차이즈도 과열 양상을 보이며 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TK지역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한동훈 프랜차이즈는 2일을 기점으로 폭발했다. 당시 한 위원장은 지난 총선에서 지역구 의석을 1석도 확보하지 못한 ‘산토끼’ 대전과 보수의 텃밭인 ‘집토끼’ 대구를 찾아 외연 확장과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한 위원장은 이날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경북(TK) 신년 인사회에서 “대구·경북은 우리의 기둥”이라면서 “대구는 저의 정치적 출생지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전·TK 신년 인사회에는 시당·도당 관계자들과 국민의힘 소속 자치단체장들, 당원, 지지자, 유튜버 등 500여명이 집결해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오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피습 여파로 신변보호 7개팀 70여명이 한 위원장 밀착 경호에 나서는 등 대구경찰 240명이 동원되기도 했다.
특히 공천이 곧 당선인 TK지역 예비후보들은 한 위원장과 근거리에 사진을 찍기 위해 앞다퉈 나섰다. 당시 신년 인사회에 참석한 경북 지역의 한 의원은 “예비후보들의 경우 한동훈 위원장과 사진 한장을 얻는 게 가장 중요한 것 아니겠냐”며 “결국 지역주민들에게 인정받기 힘들다고 생각하니 이런 식으로 한 위원장의 이름을 파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무엇보다 사면 복권된 인사들이나 전과를 가진 예비후보들이 한 위원장을 입에 올리는 것 자체가 당 입장에서 부정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 예비후보는 한 위원장 옆에서 찍은 사진과 에스컬레이트 옆에서 찍은 동영상 등을 지인들에게 뿌렸다. 한 위원장과 그의 사진을 본 시민들은 그를 한 위원장의 최측근이라고 생각한다. 대구의 한 지역 정가 관계자는 “한동훈 위원장의 옆에 붙어서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주니 당연히 뭔가 인연이 있겠거니 생각하는 거 아니겠냐”며 “그래도 윤석열 정부 핵심인데, 아무래도 시민들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특히 국민의힘이 한 위원장을 영입한 핵심 가치인 공정과 정의가 사면 복권된 인사들 및 전과자 예비후보들로 인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근 국민의힘은 사면 복권된 몇몇 인사들의 총선 출마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정치자금법상 부정수수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최구식 전 의원은 진주갑에서, 국정농단 사건 및 국정원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경북 경산에서, 공직선거법과 국가공무원법 위반 유죄 판결로 임기 절반을 남긴 채 의원직을 잃은 권석창 전 의원은 충북 제천·단양에서, 불법여론조사 혐의로 구속수감됐던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은 대구 동구을에서 각각 총선 출마 의지를 밝힌 상태다. 이들 모두 사면 복권된 후 다가오는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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