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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호의미술여행] 앞을 향해 힘차게 달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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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1-05 22:36:52 수정 : 2024-01-05 22:3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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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주의 회화는 19세기 후반 문학이나 음악을 선도하는 진보적인 예술로 여겨졌다. 인상주의자들이 과학기계 시대에 현실과 자연의 새로운 측면을 발견해서 나타냈다는 점에서였다. 이들은 새로운 문명의 도구들이 쏟아져 나오는 도시 문화의 생동감 있는 환경에 사로잡혔다. 카메라와 영사기가 발명되고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폭넓은 시야의 장면을 담아내고 순간 동작을 잡아내는 방법도 배울 수 있었다. 인상주의는 이렇게 당시 발달한 과학기계와 도시 생활의 역동성에 힘입어 탄생했다.

한편 인상주의자들은 현실이란 고정된 물체나 존재가 아니라 생성이요, 결정된 상태가 아니라 움직이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자연이나 외부세계가 끊임없이 움직이며 변해 간다는 점에 주목했고, 순간적 동작이나 효과를 놓치지 않고 담아내려 빠르고 압축된 기교를 사용했다. 특히 에드가르 드가는 순간 동작의 압축된 묘사에서 단연 두각을 보였다.

에드가르 드가, ‘경마기수’(1868)

다른 인상주의자와 달리, 드가는 자연보다 도시 사람들이 즐겼던 여가생활에서 소재를 찾았다. 발레나 승마 모습에서 빠르고 경쾌한 동작과 자세를 특징적으로 포착해서 나타내려 했다. 물론 이런 순간을 잡아내기 위해서 카메라의 도움을 받았고, 연속해서 이어지는 동작 묘사를 위해서는 영사기도 활용했다.

이 그림에서 드가는 순간 동작의 역동성을 표현하기 위해 경마 장면을 선택했다. 앞을 향해 달려나가는 경마 기수의 힘찬 동작이 돋보인다. 마주치는 세찬 바람을 피해 얼굴을 돌리고 말의 몸에 박차를 가하는 장면이다. 말의 머리와 다리는 생략한 채 몸통만으로 말의 모습을 압축한 드로잉이지만, 기수의 힘찬 움직임이 더욱 실감 나게 느껴진다. 말보다 말을 이끄는 기수를 더 강조해서, 변해 가는 현실을 헤쳐 나가는 사람들의 역할과 삶의 자세가 더 중요함을 상징하려 한 듯하다.

새해가 시작됐다. 어지러운 정치, 경제, 사회적 현실들이 펼쳐질 것이라고 여기저기서 말한다. 그래도 굴하지 말고 꿋꿋하게 나를 지키면서 또 한 번 힘차게 달려나가 보자.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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