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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호의미술여행] 눈길을 뚫고 힘찬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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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1-19 23:11:03 수정 : 2024-01-19 23: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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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초 유럽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프랑스 대혁명 후 격동하는 현실과 자유주의를 향한 열정이 넘쳐났고, 이익을 향한 각 나라의 대립과 갈등이 표출되는 시대였다. 이런 시대적 흐름을 작품으로 담아내는 데에는 안정적 규범을 추구하는 고전주의보다 변화를 나타낼 수 있는 양식이어야 했다. 그래서 규범과 제도로부터의 해방과 자유, 일체의 외부적 권위를 배제하는 낭만주의가 그 중심에 자리 잡았다.

19세기 중엽을 지나자 혼란한 정치적 현실이 가라앉았고, 낭만주의 미술도 달라졌다. 격동하는 현실 세계 대신 자연풍경을 대상으로 삼았고, 낭만주의의 또 다른 경향인 낭만적 자연주의가 나타났다. 감성을 통해서 직접 체험한 자연풍경을 솔직하게 나타내려 한 낭만주의였다. 고전주의 풍경화가 자연에 입혀온 이성적이며 인위적인 틀을 벗기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과 느낌을 담아내자는 것이었다.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 ‘눈 폭풍: 항구를 떠나는 증기선’(1842)

대표적 작가 중 한 명인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는 거친 파도나 망망대해 같은 대자연의 장엄함과 숭고함을 나타내려 했다. 그 안에서 인간이 느끼는 한계나 자연에 대한 외경심을 표현하려 했다. 위협적인 자연을 통해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게 하면서도 배후의 신비스러운 힘에 대한 동경과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시도이다.

증기선이 눈 폭풍을 뚫고 항해를 떠나는 그림이다. 휘몰아치는 눈 폭풍과 거친 파도가 배에 부딪혀 위험천만해 보인다. 터너가 이 급박한 상황을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거칠게 표현했고, 눈 폭풍과 바다는 빛과 색으로 웅장하면서 신비롭게 나타냈다. 자연의 위협적인 모습으로 공포와 압박감을 느끼게 했고, 증기선으로는 자연 앞에서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은유했다. 자연에 대한 공포감뿐 아니라 외경심과 경이로운 감동도 불러일으키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증기선은 눈 폭풍을 뚫고 어딘가로 힘차게 나아간다는 메시지도 읽힌다.

올겨울은 눈이 참 많다. 눈 덮인 풍경이 보기는 좋은데, 오가며 생활하는 데 무척 불편하다. 그래서 새해 출발부터 일이 조금 더뎌지지만 그래도 안전과 건강이 첫째.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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