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제고 등 위한 노력 통해
전체 고용의 질·다양성 등 신장
진정한 ESG 경영 만들 수 있어
초기 산업자본주의의 위기를 주주자본주의로 극복한 자본주의체제는 주주 편향성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발전하면서 경영전략으로 단기이익 감소를 감수하면서도 기업의 사업적 책임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기업의 자발성’에 근거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연기금·대형 자산운용사의 투자 유치를 위한 기업 활동으로 이해되는 환경보호를 강조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우리 기업이 궁극적으로는 지향하여야 하는 과제가 되었다.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정서에 우리나라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이 명시되었듯이 EU, 미국 등이 “자국 시장의 발전과 보호를 위한 레버리지(지렛대)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ESG 공시를 의무화한 나라가 84개국(2020년 기준)이고 EU는 2021년부터 500인 이상 기업 및 공익 관련 기업에 자체 CSR(기업의 사회적 의무) 지침에 따라 ESG 관련 내용을 공시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도 조만간 ESG 공시의무 기준을 확정할 계획이다. ESG 공시의 주요한 국제적 준거인 IFRS-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공시 기준이 지난 6월에 확정됨에 국내 대기업들의 ESG 공시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2026년경부터 ESG 공시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노동조합의 영향력이 많은 국가에서 1990년대 말부터 감소하고 있으나 예외적으로 커진 우리나라는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이 강화될 때 진정한 의미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 그리고 ESG 경영이 완성될 수 있다.
기업별 노조 체제에서 대기업, 공공부문 노조의 이기적 행태가 시정될 때 근로계층 전체의 고용의 질, 건강과 안전, 인적자원 개발, 다양성, 노동권과 인권이 신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은 14.2%로, 노조의 영향력이 크지 않은 일본의 17.1%(2020년)보다 3%포인트 가까이 낮다. 기업규모별 노조 조직률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은 46.2%, 공공부문은 70.0%이다. 반면에 근로자 30인 미만, 근로자 30인 이상 100인 미만 기업의 노조 조직률은 각각 0.2%, 1.6%에 불과하다.
‘무늬’만 산별 노조 체제에서 지불 능력이 좋은 대기업 노조의 자기 이익 지향적 행태가 청년들의 대기업 진입을 막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및 근로조건 격차를 벌림으로써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 기피는 심해지고 중소기업은 인력난으로 외국인 근로자의 추가적인 도입에 목마르다. 정년 연장을 요구하면서 노사대립이 격화되었던 기아의 2022년 임금인상 총액은 중소기업 대졸신입 사원 연봉인 근로자 1인당 3000만원에 가까웠다.
노동조합이 기후변화에 따른 생산체계의 혁신의 결과 야기되는 일자리 소멸에 저항하기보다는 생산성 제고를 위한 인적자원 투자에 눈을 돌리고 성과, 역량 중심의 노동시장 구축에 앞장서야 한다. 대기업 공공부문의 닫힌 노동시장이 열려야 더욱 고착화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고 대기업·중소기업 임금격차가 축소되는 길이 열린다.
한국경제가 극복해야 할 난제의 하나인 재벌중심 경제체제에 기대어 우리 경제·사회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노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바닥권이고 노조는 위기 상황이다. 한국비정규직센터와 노회찬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노동조합이 ‘전체근로자의 이익을 도모’하기(11.0%)보다는 ‘노동조합 간부나 일부 근로자의 이익을 도모’하는(51.4%)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본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2017년 조사보다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아졌다.
국민들은 노동조합이 미래에는 ‘정치 활동’(0.2%)을 지양하고 ‘조합원의 근로조건 개선’(27.1%)보다는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 보호’(38.7%)하는 방향으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본다. 국민들이 인식하는 노조가 집중하고 있는 현재 활동은 ‘조합원의 근로조건 개선’, ‘정치 활동’,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 보호’가 각각 58.7%, 21.0%, 5.8%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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