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의식 있지만 불안한 상태”
警 “미성년자인 피의자 조사 중”
한동훈, 순천향병원 직접 병문안
“진상 명확히 밝혀 엄벌을” 규탄
이재명도 “단호하게 대응해야”
국민의힘 배현진(사진) 의원이 서울 강남 압구정 거리의 한 건물 안에서 괴한에 습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피습을 당한 지 23일 만에 또다시 정치인을 상대로 한 습격 사건이 반복된 것이다. 정치테러가 잇따르자 여야는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며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을 겨냥한 물리적 공격이 계속되면서 혐오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경찰과 배 의원실 등에 따르면 배 의원은 25일 오후 5시18분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건물 안에서 자신이 15세라고 밝힌 한 남성으로부터 돌로 머리를 가격당했다. 배 의원은 이날 국회 본회의 참석 후 개인 업무차 이동해 건물로 들어가던 중 범행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실 관계자는 “나이가 몇살인지 모르는데, 한 남성이 ‘국회의원 배현진입니까’라고 물은 뒤 뭔가로 가격했다”며 “배 의원이 피를 많이 흘렸다”고 전했다.
출동한 경찰은 A씨를 특수폭행 혐의로 체포해 서울 강남경찰서로 압송해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미성년자임을 감안, 관련 규정에 따라 수사사항·신상정보 등은 확인해 드릴 수 없다”며 “현재 피의자를 검거하여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건물 1층에서 ‘국회의원 배현진입니까’ 다가오더니 급습
습격범은 15살 중학생으로 인근 중학교의 재학중인것으로 알려졌다. 배 의원은 가격당하면서 1㎝ 정도의 열상을 입고 넘어져 눈 주위 안면에 긁힌 것으로 추정되는 상처를 입고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서울병원으로 호송돼 치료를 받았다. 주치의를 맡은 박석규 신경외과 교수는 “(배 의원이) 응급실에 도착했을 당시 의식은 명료한 상태였지만 많이 놀랐는지 불안한 상태였다”며 “열상에 대해선 2차 봉합을 했고 출혈이 조금 있었지만, 골절 소견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머리를 가격당해 뇌진탕 등을 호소할 수 있어 추가 검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병원 측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후 뇌손상 및 내부 출혈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이재명 대표 흉기 피습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도 채 안 되는 터라 정치권에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일제히 정치테러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배 의원이 치료 중인 순천향대병원을 직접 방문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며 “진상이 명확하게 밝혀져 범인을 엄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테러 피해는 진영이나 당의 문제가 아니다. 다 같이 이런 일이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고 대책을 잘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극한의 정치, 증오의 정치가 가득한 혼란한 시대에 또다시 발생한 폭력과 정치테러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피습 사건 피해자이기도 한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배 의원 피습과 관련해 “믿을 수 없는 사건에 상처가 저릿해 온다”며 “어떠한 정치테러도 용납해선 안 된다. 철저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민수 대변인도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범인이 배 의원임을 알면서 자행한 명백한 정치테러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며 “수사당국은 테러범에 대한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사건의 동기와 배후 등 진상을 낱낱이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이 대표 피습사건의 모방범죄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에 대한 선제적인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학부 교수는 “지난해 이상동기 범죄도 연이어서 있었던 것처럼 지금까지 밝혀진 단편적인 내용으로 봤을 때 이번 사건도 모방범죄인 것으로 보인다”며 “총선을 앞두고 이번 사건이 뇌관이 돼 정치적인 논리에 몰입된 일부에게 테러를 저지를 동기를 제공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선제 조치는 정치인 개인이나 정당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특히 정치적 테러는 범죄를 막기 어려운 확신범인 경우가 많은 만큼 경찰이 명명백백하게 수사하고 확실하게 처벌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상의 위협을 느끼는 정치인은 경찰이 대상이 아니더라도 임의로라도 경호 조처를 하고 정치인 본인도 주의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범죄심리학자인 배상훈 우석대 교수(경찰학)도 모방범죄는 분명해 보이지만, 계획범죄 여부가 추후 수사에서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배 교수는 “이재명 대표를 상대로 한 피습이 워낙 회자했기에 확실히 모방범죄같이 보인다”며 “가장 사회적 혼란이 커질 때는 또 다른 모방범죄로 다른 정치인을 노린 테러가 이어지는 경우”라고 우려했다.
배 교수는 “압구정동 거리가 둔기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이 아니지만, 범죄를 준비했다면서 흉기를 준비한 것도 아니라 앞뒤 맥락이 잘 안 맞는 점이 많다”면서도 “현재 피의자가 미성년자인 것으로 추정된다는데 배 의원을 노린 계획범죄인지, 유명인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를 생각에서 우연히 배 의원이 희생됐는지가 중요한데 계획적이라면 문제가 더 커진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보통 나이가 든 극성 지지자라면 ‘정치색이 강하다’라는 등 통념으로 해석할 여지가 생기는데 청소년이라면 그렇게 해석하기가 어려워 수사 과정에서 공격 이유가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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