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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아닌 짐승 죽였다”…33년 전 오늘, 성폭행범 찾아가 사타구니 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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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1-30 15:56:02 수정 : 2024-01-30 15: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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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1월30일, 21년 전 9살 때 물 길러 간 자신을 성폭행한 송씨 살해
“나는 사람이 아니라 짐승을 죽였다”는 진술로 아동 성폭행에 경종 울려
징역 6월, 집행유예 3년 및 치료감호 등 선처 받아 치료 받은 후 석방 돼
경향신문 자료 캡처

 

때는 1991년 1월 30일. 전라북도 남원의 한 가정집에서 55세 남성 송백권이 식칼에 찔려 살해됐다. 살인범은 30살 여성 김부남이었다.

 

김부남 씨는 9살이던 1970년 송 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해 내내 고통 받다가 무려 21년만에 성폭행범을 살해했다. 이 사건은 아동 성폭력 피해자의 고통이 얼마나 큰 지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

 

어린 시절 김 씨는 집에 우물이 없어 송 씨의 집에 있는 우물에서 물을 길어오곤 했다. 34살이었던 송 씨는 자신의 집에 물을 길러 오는 9살 여자아이를 성폭행하고는 입단속을 시켰다. ‘남들에게 알리면 가족을 해치겠다’고 협박한 것.

 

저항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 당시만 해도 성범죄에 대해 쉬쉬하는 분위기였고, 되려 피해자에게 손가락질을 하기까지 했다. 김 씨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속앓이만 하고 말았다.

 

하지만 성폭행에 따른 마음의 상처는 너무나 컸다. 김씨는 성인이 결혼을 했지만, 결혼 생활을 정상적으로 이어갈 수 없었다. 남편이 자기 몸에 손을 댈 때마다 성폭행의 악몽이 떠오른 것. 김 씨의 삶은 산산조각 났다.

 

김씨는 이 모든 것이 송씨 때문이라는 걸 알았지만, 당시 성범죄의 경우 친고죄(피해자가 직접 고소해야 처벌)인 데다 고소기간도 6개월로 매우 짧았다.

 

김부남은 송백권에 집에 찾아가 난동을 피웠으나, 송백권은 단돈 40만원을 김부남의 오빠에게 전달하며 합의를 종용했다.

 

자신의 오빠가 40만원이라는 돈에 합의하기로 했다는 사실과 법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음을 알게 된 김부남은 스스로 가해자를 처단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찾아온 김씨를 송씨는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XXX 왜 왔어’라며 욕부터 했다. 이성을 잃은 김씨는 흉기로 송씨의 사타구니를 난도질해 그 자리에서 숨지게 한 뒤 털썩 주저앉았다.

 

이른바 ‘김부남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후 전북지역의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김부남 사건 대책위원회(대책위)’가 구성돼 김부남의 무죄 석방을 위한 활동이 전개됐다. 아울러 성폭력 피해에 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의 필요성과 성폭력 관련 특별법제정을 촉구하는 활동도 이어졌다.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씨는 1심 3차 공판 때 “나는 짐승을 죽인 것이지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니다”고 진술했다. 이는 아동 성폭행의 심각성과 피해자의 마음을 깨닫게 하는 상징적인 문구가 되었다.

 

재판부도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를 참작해 1991년 8월 26일 징역 6월, 집행유예 3년 및 치료감호를 명령하는 극히 이례적인 선처를 했다. 공주 치료감호소에서 1년 7개월여 치료를 받은 김 씨는 1993년 5월 1일 석방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1994년 1월 5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라는 이름의 특별법이 제정돼 △가해자 처벌 △성폭력 피해 상담소, 보호시설 설치 및 경비의 보조 등을 국가가 책임지게 됐다. 더불어 법이 아동 성폭력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발판이 됐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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