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공사에 신입생 예측 실패 탓
시교육청 2억 들여 통학버스 운영
광주서도 타 지역 고교 배정 잡음
돌봄교실 선정 ‘제비뽑기’ 등장도
초·중·고 신학기를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황당한 학생 배정 사례로 잡음이 일고 있다. 교육당국의 수요예측 실패로 학교·교실 배정에 제비뽑기가 등장하는가 하면 대중교통이 거의 없는 학교까지 등장했다.
울산 북구 한 아파트에 사는 학생 100여명은 3월이면 인근 농소중을 두고 4㎞쯤 떨어진 이화중으로 가야 한다. 이화중은 화물트럭이 쌩쌩 달리는 7번 국도와 맞붙어 있다. 국도를 따라 걸으면 1시간 넘게 걸린다. 대중교통은 30분 배차 간격의 버스 1대가 전부다. 농소중 건물이 공사에 들어간 데다 교육당국이 올해 신입생 수요 예측을 잘못한 탓에 이 같은 황당한 배정이 이뤄졌다. 학부모 A씨는 “무작정 학교 배정만 하면 어쩌자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에 울산시교육청은 2억3000만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 통학버스를 운영하기로 했다.
울산 중구 복산초에선 학부모들이 배정을 두고 ‘제비뽑기’를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복산초가 올해 돌봄교실 수요를 조사한 결과, 1학년 50명, 2학년 38명이 신청했다. 그러나 학교 측이 준비한 돌봄교실은 2개뿐. 학교가 1학년을 우선배정하자 2학년 학부모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결국 ‘방과후 연계형 돌봄교실’을 1개 더 늘리기로 했는데, 이곳에 배정할 학생을 뽑느라 제비뽑기를 한 것이다. 제비뽑기 결과 25명이 배정됐고, 13명은 탈락했다. 학부모들은 여전히 불만스럽다. 돌봄교실은 전용 교실에 전담 돌봄사가 있는 반면, 방과후 연계형은 자원봉사자가 틈새만 메꾸기 때문이다. 학부모 B씨는 “돌봄교실 때문에 제비뽑기를 한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광주 광산구에선 지역 중학생 1152명이 대중교통으로 1시간 이상 걸리는 북·서구 소재 고교로 배정됐다. 지난 18일 2024년도 고입 평준화 일반고 합격자 1만1599명의 배정 고등학교 발표에서다. 광산구엔 중학교는 26개인데, 고등학교는 11개뿐이다. 이 때문에 북·서구지역 예비 고1들도 동·남구 등 다른 지역 고교로 배정되는 일이 벌어졌다.
경기 화성시 동탄에서도 특수목적고에 지원했다가 불합격한 중학생 100여명이 먼 지역으로 통학하게 됐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공립인 특수목적고에 지원한 동탄지역 학생 123명 중 74명이 불합격했다. 비평준화 지역인 동탄에서는 학생들이 후기고 입학 전형에서 특목고와 일반고 중 1곳만 지원할 수 있다. 통상 특목고에 지원했다가 떨어지는 경우 일반고에 진학하게 된다. 그러나 화성지역 올해 16개의 고교 대부분이 1차에서 입학 정원을 모두 채웠고, 추가 배정이 불가능해졌다.
신학기부터 각 지역 초등학교에서 전면 시행하는 ‘늘봄학교’ 배정을 두고도 시위와 천막농성까지 벌어지고 있다. 늘봄학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학교에서 초등학생을 돌보는 것인데, 교사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개학이 한 달가량 남았지만, 업무 분배와 공간 확충 계획이 정해지지 않아 교사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다. 교사노조는 늘봄학교 시행에 반대하며 지난 15일부터 교육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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