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반도체 불황 여파로 제조업 생산이 25년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매판매는 고금리·고물가 영향으로 2년째 감소세가 이어졌고, 설비투자도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는 반도체 수출이 늘어나면서 산업생산이 증가세를 보였지만, 소매판매는 여전히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내수 부진은 계속되는 모습이다.
◆소비·투자도 동반 부진
통계청의 ‘2023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산업생산 지수(2020년=100)는 110.9로 전년보다 0.7% 증가했다. 산업생산지수는 2021년 5.3% 증가한 이후 3년째 증가세를 유지했다.
산업생산 증가는 서비스업이 견인했다. 지난해 서비스업은 도소매 등에서 줄었지만 금융·보험, 운수·창고 등에서 늘어 2.9% 증가했다. 반면 광공업 생산은 3.8%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 시장 악화로 제조업 생산이 3.9%나 급감했다. 이는 1998년(-6.5%) 이후 최대폭 감소다. 반도체 생산은 5.3% 줄며 2001년(-15.3%)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반도체는 2019년(11.7%), 2020년(22.7%), 2021년(26.8%)까지 계속 증가하다 2022년(7.6%) 상승 폭이 둔화한 뒤 지난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소비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1.4% 감소했다. 승용차 등 내구재(0.2%) 판매는 늘었지만 비내구재(-1.8%), 준내구재(-2.6%)가 줄어든 영향이다. 지난해 소매판매 감소폭은 2003년(-3.2%) 이후 최대다.
김귀범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면서 실질임금이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자비용이 높아져 가처분 소득이 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연령대로는 젊은층의 소비가 덜 살아났다”고 말했다.
설비투자는 기계류(-7.2%), 자동차 등 운송장비(-0.4%) 등에서 줄어 5.5% 감소했다. 이는 2019년(-5.6%)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폭 감소다. 건설기성(불변)은 건축·토목 등 공사실적이 늘면서 7.7% 증가했다. 하지만 건설 경기의 향후 흐름을 보여주는 건설수주(경상)는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으로 19.1% 감소하며 2017년(-1.7%) 이후 6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해 12월만 놓고 보면 전산업 생산(계절조정지수·농림어업 제외)은 전월보다 0.3% 증가했다. 반도체 수요 확대에 따라 광공업 생산이 증가하고, 서비스업은 증가로 전환했다. 광공업 생산은 반도체와 자동차 등에서 늘면서 전월보다 0.6% 증가했다. 반도체 생산은 8.5% 늘며 전달(13.2%)에 이어 두 달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반도체 재고는 4개월째 줄었고, 감소 폭(20.9%)은 2001년 12월 이후 22년 만에 가장 컸다.
◆작년 세수펑크 ‘역대 최대’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2023년 국세수입 실적(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국세수입은 344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실적(395조9000억원) 대비 51조9000억원(13.1%) 줄었다.
정부가 예상한 본예산 국세수입(400조5000억원) 대비 세수 오차율은 –14.1%에 달했다. 초과 세수 사태로 2021년과 2022년 각각 세수오차율이 21.7%, 15.3%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3년 연속 정부가 큰 폭의 오차를 내며 세수 추계에 실패한 것이다.
세목별로 보면 지난해 법인세가 80조4000억원 걷혀 전년보다 23조2000억원 줄었다. 2022년 상장사 영업이익이 2021년 대비 31.8% 감소하고, 지난해 상반기 역시 전년 동기보다 70.4% 줄어드는 등 기업 경기가 악화하면서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토지·주택 거래가 줄면서 양도소득세도 14조7000억원 감소했다. 전체 소득세 수입도 115조8000억원으로 집계돼 전년보다 12조9000억원 줄었다.
또 공시지가 하락과 세율 인하의 영향으로 종합부동산세 수입(4조6000억원)은 전년보다 2조2000억원 줄었고, 부가가치세 역시 7조9000억원 감소해 73조8000억원에 그쳤다. 수입 감소로 관세(7조3000억원)가 3조원 줄었고,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 영향으로 교통·에너지·환경세(10조8000억원)도 3000억원 감소했다. 기재부는 다만 작년 4분기 들어 소득세 등이 늘면서 지난해 9월 세수 재추계 당시 예측됐던 국세수입(341조4000억원)보다는 2조7000억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올해 국세수입은 지난해 실적보다 약 23조 증가한 367조4000억원으로 전망된 상황인데, 법인세 등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정부는 내다봤다. 최진규 기재부 조세분석과장은 “경제가 성장하면 소득세와 부가가치세가 영향을 받아 세수가 증가하는 게 당연하지만, 명목변수에 영향을 안 받는 양도소득세와 법인세 실적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 ‘시동’
금융당국이 DGB대구은행(이하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시 인가방식 및 절차 기준을 확정했다. 은행업 허가를 ‘변경’으로 하되, 신규에 준해 면밀히 살펴보기로 했다. 대구은행이 지난해 증권계좌 부당개설 문제로 내부통제 미비 질타를 받았던 것이 심사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현행 은행법령 체계에서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방식·절차를 명확히 하기 위한 인가방식 및 절차를 마련해 제2차 금융위 정례회의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은행의 종류는 크게 △시중은행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나뉘어 은행업 영위 인가를 받는다. 은행의 종류를 변경하는 것에 대한 특별한 규정이 없어서 이번에 절차를 마련했다. 지방은행 중 시중은행 전환을 공개 추진하는 곳은 대구은행이 유일해 사실상 대구은행을 위한 규정이다.
금융당국은 기존 지방은행 인가를 고려해 시중은행으로의 전환인가를 ‘신규’가 아닌, ‘변경’ 형식으로 하기로 했다. 대신 중요사항의 변경에 해당하는 만큼 신규인가에 준해 법령상 대주주요건, 사업계획의 타당성 요건, 임원 요건, 인력·영업시설·전산설비 요건 등 모든 세부 요건을 심사한다. 특히 금융위는 종전 대비 은행 영업범위가 확대되는 점을 감안해 사업계획, 내부통제, 임원 자격요건 등 경영 관련 세부심사요건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히 심사할 방침이다.
핵심 변수로는 ‘내부통제’가 꼽힌다. 지난해 금감원 검사에서 대구은행 직원들이 예금 연계 증권계좌 1662건을 고객 적법 동의 없이 개설한 사실이 적발된 바 있다. 금감원은 당시 “사고자 및 관련 임직원에 대해 금융실명법 등 법규 위반과 내부통제 소홀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구은행 측은 이 사태와 관련해 “당국에 소명을 하고 있는 단계”라며 내부통제 방안과 관련해 보완책 및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인가 신청서에 담아 제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체 심사기한은 석 달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은행업감독규정상 본인가 심사기한은 자료 제출에 걸리는 시간 등을 제외하고 3개월이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인가 신청서 제출 시점에 대해 “구체적인 시점은 정해져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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