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젊은 소방관의 목숨을 앗아간 경북 문경 육가공공장 화재를 수사 중인 경찰이 사고 경위 조사에 착수했다.
경북경찰청 문경식품가공공장화재 수사전담팀은 2일 오전 10시30분에 문경시 신기동 육가공공장 화재 현장에서 경북소방본부와 전기안전공사, 노동청 등 10개 기관과 합동 감식에 나섰다.
이들은 사고가 발생한 공장 건물의 안전설비와 최초 발화 지점, 순직한 두 소방관의 사고 경위를 찾는 데 집중한다. 거센 화마로 건물이 무너져 내려 혹시나 모를 2차 사고를 예방하고자 기관별로 감식을 진행했다. 이들 기관은 줄자로 바닥에 쌓여있는 기름 막의 폭과 길이를 재고 불에 탄 물품을 카메라에 담았다. 사고 당일 공장에는 4.5t가량의 식용유 등 기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전날부터 불이 난 공장과 협력업체 관계자를 불러 참고인 조사를 했다. 발화점으로 지목된 공장 내부 3층 튀김기와 환풍기의 정상 작동 여부, 튀김기 사용으로 인한 잔열 발생 정도 등을 파악했다.
지난달 31일 인명 검색을 위해 화재 현장에 투입됐다가 목숨을 잃은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소속 고(故) 김수광(27) 소방장과 박수훈(35) 소방교의 장례 절차는 진행 중이다. 두 소방관의 순직에 빈소가 차려진 문경장례식장과 4곳의 분향소에는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문경 여행 중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분향소를 찾은 관광객도 있었다. 집으로 향하던 중 시간을 내 분향소를 찾았다는 중년 남성은 “내 아들과 비슷한 또래 소방관들의 부고 소식을 듣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면서 “천국이 있다면 그곳에선 지킬 것 없이 편히 지내길 바란다”고 했다. 두 사람의 소셜관계망서비스(SNS)에는 “두 소방 영웅의 고귀한 희생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등의 추모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영결식은 3일 오전 10시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경북도청청장으로 엄수된다. 정부는 두 소방관의 희생정신을 기리고자 국립현충원 안장과 1계급 특진,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한다.
불이 난 공장은 돈가스와 탕수육 등을 만드는 육가공 식품 제조업체다.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공장은 연면적 4319㎡, 4층짜리 건물로 2020년 5월 사용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2022년 1월 공장용지와 건물, 내부 기구가 일괄 경매 물건으로 매각돼 대구지법 상주지원에 접수됐다. 매각 결정 기일은 20일이었다.
감정평가법인은 지난 2022년 1월 해당 공장 건물에 대한 감정평가요항표를 작성하며 건물의 구조와 현상 항목란에 화재 탐지 및 경보 설비, 소화전 설비 등이 돼 있다고 적시했다.
수사전담팀 관계자는 “관계자들 진술만으로는 화재 원인을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면서 “다각도로 발화 원인을 들여다보기 위해 수사 중이며 안전설비의 작동 여부를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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