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학교 의대 4학년 학생 전원이 정부 의료개혁에 반발해 휴학계를 제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지난해 이 학교에서 벌어진 시험 집단 부정행위가 재조명되고 있다.
20일 한림대학교에 따르면 의과대학 1학년생 9명은 지난해 10월 30일 치러진 기생충학 학명 시험에서 학명이 적힌 쪽지를 몰래 가지고 시험장에 들어갔다가 감독을 하던 조교에게 적발됐다. 해당 시험장에는 70여명의 학생이 시험을 보고 있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부정행위를 하지 않은 학생들은 성실하게 시험을 준비한 이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며 즉각 반발했다. 의과대학 한 학생은 “부정행위를 하지 않은 학생들은 바보가 되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건을 인지한 한림대 의과대학은 학생지도위원회를 열고 부정행위자들에 대한 심의에 나섰다. 한림대는 학생 상벌에 관한 세칙에서 수업 중 부정행위를 한 학생에게 근신, 유기정학, 무기정학, 제명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부정행위를 저지른 의대생 9명 가운데 누구도 징계를 받지 않았다. 한림대 의과대학은 기생충학 시험은 정식 시험이 아니기 때문에 부정행위를 했더라도 징계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을 내놨다.
부정행위를 하지 않은 의대생들은 기생충학 시험계획서에는 학명 시험이 성적에 반영된다고 쓰여 있다며 재차 반발했으나 사건은 그대로 마무리됐다. 해당 시험계획서에는 성적 반영 비율이 30%라고 명시돼 있었다.
시험 부정행위는 한림대 의대 학생행동규범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학생행동규범은 의대생으로서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하지 않을 것과 과제물 작성이나 제출 시 위조·변조·표절을 하지 않을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의과대학이 의대생들의 부정행위를 눈 감고 넘어가면서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되는 미래 의료인들에게 꼼수를 가르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와 관련해 대학 관계자는 “부정행위를 한 의대생들에게는 구두로 경고했다”며 “문제가 된 기생충학 시험은 성적에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고 해명했다.
한편 정부 의료개혁에 반발해 집단 휴학계 제출을 예고했던 한림대 의대 4학년 학생들은 휴학을 발표한지 닷새째인 이날 오전까지 한 명도 휴학을 신청하지 않았다.
한림대 의대 비상시국대응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5일 한림대 의대 의료정책대응TF 공식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의과대학 의학과 4학년 학생들은 의견을 모아 만장일치로 휴학을 결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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