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증원 2000명 방침에 반발해 전공의 7800명이 집단이탈하면서 수술 취소·연기 등 의료대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는 23일 오전 8시부로 보건의료재난 경보단계를 위기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고, 의원급 재진만 허용하던 비대면 진료를 이날부터 한시적으로 전면 확대 시행키로 했다. 정부는 당초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의사들이 반대하는 비대면 진료도 전면 허용한다”고 했는데, 전공의 집단이탈 나흘만에 전면 허용이 현실화했다. 사태 장기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집단이탈 나흘만에 전면 허용
앞서 보건복지부는 19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전공의 등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비해 여러 비상진료대책을 밝혔다. 전국 응급의료기관 409곳이 원활하게 운영되도록 신속한 이송과 전원을 지원하고, 중증·응급환자와 경증·비응급 환자를 나눠 대형병원과 지역병원으로 분산하기로 했다. 대형병원은 응급·중증 환자 중심으로, 경증과 비응급환자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종합병원으로 전원하는 방안을 통해, 환자 불편을 줄이겠다는 복안이었다.
아울러 공공보건의료기관 97곳을 중심으로 평일 진료시간을 확대하고, 주말과 공휴일 진료도 실시하기로 했다. 국군병원 12곳의 응급실을 일반인에게 개방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정부는 여러 방안과 달리 비대면 진료 전면 확대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조치로 소개했다. 의사들의 집단행동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병원급을 포함한 모든 종별 의료기관에서 초진과 재진 환자 관계없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면 확대 가능성을 밝힌 지 5일만에 최악의 상황에 부닥친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당초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 시점’과 관련해 “당장은 전공의들이 현장을 떠나더라도 실제 외래진료에 영향이 오는 경우는 흔치 않을 것으로 보여 상황을 점검해 판단하겠다”고 한만큼 현재 전공의 집단이탈이 외래진료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일반 병원에서도 비대면 진료 가능”
비대면 진료는 현재 의원급 의료기관과 재진 환자를 중심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의료취약지나 휴일·야간엔 초진부터 허용돼 왔다. 지난해 12월 비대면 진료 예외를 적용받는 지역과 시간이 대폭 확대됐지만,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는 극히 일부만 허용됐다.
병원급 이상에서는 재진 환자 중 병원급 진료가 불가피한 희귀질환자(1년 이내), 수술·치료 후 지속적인 관리(30일 이내)가 필요한 환자만 비대면 진료가 허용될 정도로 엄격히 제한됐다.
이번 의료 대란으로 비대면 진료가 대폭 허용되면서 ‘평일 초진’뿐만 아니라, 의원급을 넘어 병원에서도 비대면 진료가 가능해진다.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비대면 진료를 활용하다 이후 시범사업을 제한하면서 관련 업계 반발을 샀다. 플랫폼 업계에선 의료계 협조 없이 비대면 진료 활성화가 불가능한데 정부와 의료계 갈등으로 의료 대란이 빚어진 데 대한 대체재로 전면 확대가 언급된 상황이라 난감하다는 표정도 읽힌다. 정부는 비대면진료 확대 방침을 밝히면서도 “상황이 정상화하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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