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광주, 김대중 업적 흔적 곳곳에
대구는 박정희 업적 흔적 안 보여…유감”
반발 나선 야권…“비웃음거리만 될 것”
‘공과’ 역사적 인물 동상 건립 논란 계속
홍준표 대구시장이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힌 것을 두고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홍 시장은 “대구에 박 전 대통령 업적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며 광장에 박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우는 것도 검토 중이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비웃음거리만 될 것”이라며 즉각 반발에 나섰다. 박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이승만 전 대통령 등 공과를 모두 갖고 있는 역사적 인물의 동상 건립을 두고 논란은 잇따르고 있다.
◆“박정희, 대구·경북 대표하는 인물” vs “공과 논란 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구시는 동대구역 광장에 박 전 대통령 동상을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홍 시장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명명하고, 그 앞에 박 전 대통령의 동상을 건립하는 방안은 어떠할지 검토 중에 있다”며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보겠다”고 밝혔다.
홍 시장이 동상 건립 검토에 나선 데는 대구시에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념하는 상징물 등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홍 시장은 “달빛철도(광주와 대구를 잇는 철도) 축하행사차 광주를 가보니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 흔적이 곳곳에 스며 있었다”며 “대구로 다시 돌아와 대구시를 돌아보니 대구에는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박 전 대통령의 업적 흔적이 보이지 않아 참 유감스러웠다”고 적었다.
대구에 박 전 대통령 동상 건립을 추진하는 민간단체의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있었다. ‘박정희대통령 동상 건립추진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출범식을 열고 박 전 대통령 생일에 맞춰 오는 11월14일 동상 제막식을 열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홍 시장은 이날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 동상 건립 구상과 관련해 “대구시장 당선 이래로 쭉 생각하고 있었던 일”이라며 “시민의 대표 기관인 시의회와 논의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홍 시장은 “일부 시민단체서 동상 세우기 하고 있는 것과는 전혀 무관하며 그들과 같이할 생각도 없다”고 덧붙였다.
동대구역 광장의 ‘박정희 광장’ 명명 및 동상 건립 추진을 두고 지역 야권에선 반발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전날 논평을 내고 “하필이면 왜, 이 시기에 동대구역 광장이 박정희 광장이 돼야 하는가”라며 “아마도 두고두고 흉물 논란에 1년 내내 새 오물 등의 관리가 안 될 것이고, 비웃음거리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대구시당은 박 전 대통령의 공과를 놓고 논란이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민주당 대구시당은 “박 전 대통령의 공과는 논란이 많다”며 “역사의 흔적이 뚜렷하니 평가가 엇갈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미 국민의 평가가 끝난 분”이라며 “역사의 죄인을 기리고, 저렇게 하지 말자는 것을 우상화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 문제는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2017년에도 동상 건립 놓고 찬반 논쟁…이승만 동상도 논란
박 전 대통령 동상 건립을 두고 논쟁이 벌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이승만·트루먼·박정희 동상건립추진모임’이 높이 4.2m의 박 전 대통령 동상을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에 기증해 서울 마포구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에 설치하려 했으나 민족문제연구소와 ‘박정희동상 설치 저지 마포비상행동’ 등 시민단체가 격렬히 반대한 바 있다. 동상 기증식이 열렸던 2017년 11월13일에는 행사에 앞서 일부 보수 시민과 진보 시민 간 설전과 몸싸움도 벌어지면서 경찰이 이들을 갈라놓기도 했다. 당시 해당 동상 건립은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해 경북 구미에서는 ‘박정희 대통령 숭모관’ 건립을 놓고 찬반 논란이 벌어졌다. 구미시는 기존 추모관이 협소하다는 이유 등으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예우와 위상에 걸맞은 숭모관 건립을 추진한다고 밝혔으나 민주당 경북도당은 “박정희 우상화”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박 전 대통령 외에도 역사적 공과를 안고 있는 인물들의 동상 건립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7월27일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는 6·25전쟁 당시 한·미 정상이었던 이승만 전 대통령과 해리 트루먼 미국 전 대통령 동상 제막식이 이뤄졌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제막식 행사에서 “낙동강방어선 격전지인 경북에 이승만·트루먼 대통령의 동상을 건립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수호 의지를 후손들도 알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제막식 현장에서는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단체 회원 30여명이 이승만 기념사업 중단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독선과 아집으로 독립운동 진영을 분열시킨 이승만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탄핵에 이어 4월혁명으로 역사적인 평가가 끝났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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