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직 파트타임·과외 구인 공고
단체 대화방에 계좌 올려 지원도
병무청 “사직서 수리 땐 입영절차”
‘내시경 실습하실 분. 월급+숙식도 제공.’ ‘병원 행정직 해보실 분. 최근 사직한 전공의 우대.’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집단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개원가에선 인턴을 포기한 의대 졸업생들이나 사직 전공의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형편이 어려운 전공의들에게 선배 의사들의 후원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의사 커뮤니티나 단체 카카오톡·텔레그램 방 등을 통해 ‘사직한 전공의를 채용하거나 후원하는 방법으로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자’는 취지의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의사 커뮤니티에는 내시경이나 피부·미용 관련 기술을 배울 전공의를 찾는 채용 공고가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숙식을 제공하거나 사비로 월급을 주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전공의들이 다른 병원에 취업해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령인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전공의는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고, 감염병 등 재난으로 긴급하게 의료인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다른 의료기관 등에 겸직할 수 없다.
이를 의식한 듯 의료행위가 아닌 병원 전화접수 등 행정직 파트타임이나 자녀 과외 교사를 구하는 공고 등도 의사 커뮤니티 등에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개원의는 “사직한 전공의들 상당수는 휴식 겸 재충전 시간을 갖고 있다고 들었지만, 일부는 생계 유지나 실습 차원에서 일자리를 찾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동문이나 지역의사회를 중심으로 (사직한 전공의를) 도와주자는 얘기가 돌고 있고 채용한 사례도 있다고 들었다”고 털어놨다.
선배 의사들의 후원도 줄을 잇고 있다. 의사들이 모인 한 텔레그램방에서는 일자리나 금전적인 지원을 요청한 전공의들 명단을 매일 업데이트하고 있는데, 이날도 15명의 전공의 명단이 올라왔다고 한다. 명단에는 전공의 이름과 소속 시도의사회, 출신 대학 등과 함께 이들의 계좌번호까지 공개됐다. 명단 작성자는 “생활이 어려운 전공의 분들”이라며 “1000원, 2000원도 좋으니 주저하지 말고 도와주면 여러 명의 전공의가 위기를 버틸 수 있다”고 적었다. 의대 증원을 탄압으로 규정한 의사들이 후배들의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셈이다.
한편, 전공의들의 사직서가 수리되면 내년부터 입영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기식 병무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병역 미필 전공의들의 입영절차는 사직서가 수리되기 전까지 진행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내년에 전공의들이 한꺼번에 의무 사관으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이 청장은 “군에서 수용할 수 있는 인원만 받아야 한다”며 “(레지던트) 4년 차부터 순서대로 보낼 것인지, 나이가 많은 순서대로 보낼 것인지 합당한 방안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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