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선 직장인 전용 수업 첫 개설
야간반설명회 대기업 직원 등 몰려
타학원도 ‘의대특수’ 노린 마케팅
일각선 사교육비 폭증 우려 목소리
“의대 증원 발표 소식을 듣고 준비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5일 오후 7시 서울 서초구 메가스터디 의약학전문관에서 열린 의학계열 야간특별반 설명회에서 만난 30대 여성 A씨는 금융기업에 다니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새로운 기회를 찾아 학원 문을 두드린 것.
이날 설명회에는 20명가량이 참석했는데, 이 중 상당수는 A씨처럼 퇴근 뒤 온 것으로 보이는 20~30대 청년들이었다.
이번 설명회는 오는 18일 개강 예정인 의대 야간반 과정을 소개하기 위해서 진행됐다. 메가스터디가 의대 야간반을 개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 의대 야간반을 운영하고 있는 학원들이 있지만, 직장인만을 대상으로 한 수업은 메가스터디가 업계 최초다.
‘의대 쏠림’ 현상 자체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40개 의대가 3401명의 증원을 신청하는 등 파격적인 정원 확대 소식에 직장인들까지 의대 진학을 꿈꾸는 모습이다.
그렇지 않아도 의대 ‘만학도’는 빠르게 늘고 있다. 2023학년도 25세 이상 의약계열 신입생은 796명으로 2017학년도의 157명에서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는 25세 이상 지원자가 평소보다 크게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A씨는 “법학전문대학원이 생길 때를 생각하면 지금 이렇게 정원 늘리는 것도 부족한 편이라고 본다”며 “의대 증원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니까 학교에서 3000명 넘게 증원을 신청한 것 아니겠느냐”라고 증원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설명회에 참석한 유통계 대기업 직원인 30대 B씨는 “의대 증원 정책으로 인해 다들 의대 입시 준비를 생각해보는 것 같다”며 “주변에서 우스갯소리로 ‘나도 한번 해볼까’라고 얘기하는 이들이 많다”고 밝혔다. B씨는 “문과 출신으로 회사 생활을 하는 것보다는 자격증이 있는 직업을 갖고 싶다”고 덧붙였다.
메가스터디는 15명가량의 직장인이 등록할 경우 직장인만으로 한 반을 구성하되, 이보다 적은 숫자가 등록하면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과 섞어서 수업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문의가 왔던 분 중 제일 나이가 많았던 분은 52세로 금융권 임원”이라며 “이번에 의사라는 직업에 또 한 번 도전해 보는 것도 유의미한 것 같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다른 사교육 업체 역시 ‘의대 특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종로학원은 지난달 7일 의대 입시 설명회를 개최했는데,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약 4000명이 참여했다. 이투스는 ‘의대가기 쉬워요, 직장인도 도전해보세요’, ‘이투스 직원들도 인강(인터넷강의) 들으며 의대 준비 중’이라는 홍보 문구를 내걸었다.
한쪽에선 ‘의대 쏠림’ 현상 심화와 이에 따른 사교육비 폭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송경원 녹색정의당 정책위원은 논평을 통해 “의대 증원의 중장기 효과와 별개로 단기적으로 학원행 발걸음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교육부의 사교육 과열 관련 대책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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