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슬픔에 적막감 감돌아…김포시, 법적 대응키로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해 안타깝다. 같은 동료 입장에서 마구잡이로 항의하는 시민들이 너무나도 무섭다.”
7일 경기 김포시청 본관 앞에 마련된 분향소. ‘포트홀(도로 파임)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온라인을 통해 신상까지 털려 지난 5일 자신의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포시 소속 9급 공무원 A(39)씨의 추모공간이 마련됐다. 이른 오전부터 A씨를 애도하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무거운 발걸음을 이끈 한 동료는 국화꽃 한송이를 정면의 단상에 올리고, 뒤이어 찾은 관계자들과 머리를 숙여 경건한 마음으로 명복을 빌었다. 잠시 묵념 뒤 이동하며 눈물을 훔치고 눈시울이 붉어지는 이들의 모습도 보여졌다.
방명록에는 ‘세상 높은 곳에서 영면하세요’, ‘좋은 곳에서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영원한 안식을 빕니다” 등 고인을 위로하는 글들이 빼곡히 적혔다. 또 “죄송합니다”라며 생전에 견딜 수 없을 만큼 힘들었던 A씨를 보듬지 못해 미안하다는 내용도 썼다. 분향소 외부로 늘어선 근조 화환에는 악의적인 요구가 평소에도 적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는 구절이 담겼다. ‘민원 없는 평안한 곳에서 쉬세요’, ‘뿌리 뽑자’, ‘같은 처지의 공무원’ 등등.
청사 앞 전광판에는 검은색 바탕에 하얀 글자로 ‘소중한 동료 주무관님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추모 문구가 내걸렸다. 이날 둘러본 본관 사무실 여러 곳에는 A씨를 허망하게 떠나보낸 슬픔으로 적막감이 감돌았다. 다수는 그가 마지막으로 머무른 차량 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정황이 나온 것으로 전해져 더욱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고인이 살아서 배치됐던 걸포동 차량등록사업소 내 사무실에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한 공간에서 온기를 나눴던 20여명의 공무원 가족들이 충격과 슬픔에 잠겨 있었다. 일부는 상의 왼쪽 가슴으로 검은 리본을 매달았다. A씨의 책상은 평소처럼 업무 자료들이 깔끔하게 정돈된 채로 남겨졌다.
시는 9일 오후까지 3일 동안 추모공간을 열어두기로 했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전날 “일어나서는 안될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고인은 시와 시민들을 위해 애써온 우리 가족이다”라며 입장을 내 이번의 불법·악의적인 공격에 강력한 법적 대응과 진상 조사 및 경찰 고발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A씨는 지난 5일 오후 3시40분쯤 인천 서구 도로에 주차된 한 차량에서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 그는 한 온라인 카페에서 실명과 소속 부서, 직통 전화번호 등이 공개된 후 ‘마녀사냥’ 수준의 비난을 받았다. 지난달 29일 김포 도로에서 포트홀 보수로 차량 정체가 빚어지자 공사를 승인한 주무관으로 지목됐다.
당시 ‘이 사람 멱살 잡고 싶다’거나 ‘참 정신 나간 공무원이네’ 같은 성토글이 이어졌다. 공무원이 된 지 1년6개월이 된 늦깎이로 연휴 직후인 이달 4일 출근했다가 빗발치는 항의 전화에 시달렸다. 그렇게 정신적·육체적으로 괴로워하다 이튿날인 5일 평소처럼 집을 나섰으나 출근하지 않았다.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