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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유일 향토서점 계룡문고, 시민 품에 안긴다

입력 : 2024-03-07 22:09:52 수정 : 2024-03-07 22: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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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난에 25일까지 시민주주 모집
인당 최소 10만원… 운영자금 활용
대표 지분 95% 중 44% 우선 대상
이틀 동안 단골손님 등 70명 동참

대전 유일의 향토서점인 계룡문고(사진)가 시민 서점으로 발돋움한다. 온라인·대형서점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코로나19 사태까지 겪으며 존폐위기에 놓인 지역서점 입장에서 마련한 경영난 타개책이다.

 

7일 계룡문고에 따르면 서점 측은 오는 25일까지 시민주주를 모집한다. 1인당 최소 10주(10만원) 이상 사야 하며 이는 향후 계룡문고의 운영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현재 계룡문고 주식(비상장)은 이동선 계룡문고 대표와 임원이 각각 95%, 5%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매각 주식은 이 대표의 보유 지분 95%(11만4000주) 가운데 44%(5만2800주)가 대상이다.

 

이동선 대표는 “지역서점의 지속가능한 경영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며 “시민이 주인이자 고객인 공간으로, 시민 서점이 갖는 공간적 가치를 높여나가고 싶다. 점진적으로 보유 주식을 지속 매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계룡문고 전경. 강은선 기자

1996년 대전 원도심인 중구 은행동에 문을 연 계룡문고는 3년 뒤인 1999년 주식회사로 전환했다. 2007년엔 선화동 대전테크노파크 지하 1층에 새 둥지를 텄다. 계룡문고는 지난 30여년간 ‘책 읽어주는 서점’을 표방하며 학생들을 위한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작가 초청 북콘서트, 각종 문화행사 등을 여는 등 지역 독서문화를 이끌어왔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22년 9월 문화체육관광부의 독서문화상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온라인·대형서점에 뒤처지면서 설 자리를 잃은 데다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며 경영난이 악화했다. 원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시민 발길이 줄어든 것도 서점 경영난 악화의 한 요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22년 하반기엔 입점 건물주인 대전테크노파크 측으로부터 임대료와 관리비 인상 통보까지 받았다. 다행히 계룡문고는 대전테크노파크 측과 원만한 협의를 이뤄 이달 말 재계약한다.

 

대전 지역서점은 매년 줄고 있다. 2003년과 2009년 대형 향토서점이었던 대훈서적과 문경서적이 잇따라 폐업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지역서점 인증 서점은 대덕구 9곳, 동구 13곳, 서구 28곳, 유성구 26곳, 중구 18곳으로 총 94곳이다. 2009년 300곳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계룡문고의 시민주주 모집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자발적 동참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일 모집공고 이후 이날까지 이틀 새 70명의 시민이 동참했다. 매수 주는 10주에서 500주까지 다양했다. 계룡문고를 거의 매일 찾는다는 김홍신(44·유성 반석동)씨는 “계룡문고는 단순히 책을 사고 보는 공간이 아닌 지역민들의 문화공간으로 사회적·경제적 가치가 큰 곳”이라며 “계룡문고를 잃을 수 없어 시민주주가 됐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계룡문고 시민주주 동참 캠페인’이 확산하고 있다. 한 시민은 SNS에 “향토서점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계룡문고로 달려갔다”며 “지역민들이 나서면 향토서점을 살릴 수 있다. 지역향토기업이나 공기업도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대전=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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