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신청한 김행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2일 자신을 겨냥했던 ‘김행랑’ 등 오명에 “단 한 번도 도망간 적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해 10월 여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파행으로 ‘드라마틱하게 엑시트(exit) 했다’는 야당의 조롱을 받았던 그의 뜸한 행보로 일부에서 ‘잠행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반응이 있었다.
김 전 후보자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조작, 날조된 가짜뉴스”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어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일정이 잡히지 않아 원래 인사청문회를 못할 뻔했고, 야당이 (일정을) 단독으로 잡았다”며 “비토(veto·거부권)한 우리 당에 ‘제가 의혹이 있어서 청문회에 나가야 한다’며 사정했었다”고 되짚었다.
겨우 나간 현장에서는 민주당 소속 권인숙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에게 ‘후보직에서 사퇴하라’는 말을 듣는 등 적잖은 소란이 있었고, 정회로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시간이 자정을 넘기면서 야당의 단독 차수 변경으로 청문회가 파행됐다고 김 전 후보자는 주장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지난해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인사청문회에서 헌정사상 유례없는 단독 차수 변경을 감행하고 그 책임을 후보자와 여당에 떠넘기려 후보자가 줄행랑쳤다는 가짜뉴스를 주장한다”고 쏘아붙였었다.
윤 원내대표는 “우리 당은 권 위원장에게 사과를 요구했고 청문회장 옆 대기실에서 후보자와 함께 자정 넘긴 시간까지 대기했지만, 위원장은 사과는커녕 일방적 차수 변경으로 청문회를 파행시키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후 사정을 떠나 김 전 후보자 ‘이탈’로 비친 여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비판 여론이 같은 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의 여당 패배에 영향 줬다는 지적이 나중에 쏟아졌고, 보선 참패 수습책 논의 자리에서 김 전 후보자 사퇴론이 결국 고개를 들었다. 당 지도부가 여러 경로를 통해 김 전 후보자 인선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대통령실에 전달한 것으로도 알려졌는데, 동시에 ‘자진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지도부 의견도 여러 채널을 거쳐 김 전 후보자에게 전해졌다고 한다.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의 의견 교환이 긴박하게 이뤄지는 사이 본인 거취를 심각하게 고민했던 김 전 후보자는 ‘선당후사’를 내걸고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여가부 장관 후보자 지명 한 달 만의 일이었다.
스스로 ‘잠행은 없었다’고 강조하는 김 전 후보자는 지난 7일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신청했다. 인사 청문 과정에서 민주당이 제기했던 배임 의혹이 경찰 수사에서 무혐의로 나와 짐을 훌훌 털어버린 이유가 가장 컸다.
민주당은 김 전 후보자가 ‘소셜뉴스(인터넷 매체 위키트리 운영사)’의 본인 지분을 공동 창업자인 공훈의 전 대표에게 전량 매각하고, 남편 지분은 시누이에게 팔아 ‘주식 파킹’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백지신탁’은 공직자나 정치인이 재임 기간 보유하는 주식이나 재산 관리를 공직과 관련 없는 인물에게 맡기는 것으로 이해충돌을 막겠다는 취지이며, ‘주식 파킹’은 기업을 인수하려는 회사가 우호 관계에 있는 제3자에게 인수 목표 회사 주식을 매입해서 일정 기간 보유토록 하는 것을 말한다.
김 전 후보자는 무혐의 결과가 나온 직후 보도자료에서 “민주당이 9억원 이상의 배임에 따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당당히 수사에 응했다”며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당당히 수사에 임했고 짐도 덜었지만 애초 서울 중·성동구을에 출마하려던 계획에는 어찌 됐든 차질이 생겼다.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구 출마 선언은 오히려 야당의 역공 빌미가 될 수 있어 아무런 계획도 내비치지 않았는데 시기가 결국 맞지 않았다.
김 전 후보자는 라디오에서 “수사가 빨리 종결됐으면 아마 지역구에 출마했을 것”이라며 “경찰의 불송치로 끝났지만 지역구 출마 선언하기에는 시기적으로 늦었고, 그래서 비례후보로 나가기로 생각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잇따른 가짜뉴스에 마음고생이 심했던 듯 김 전 후보자는 방송 중 “어쩌다 정치판에 와서 이 수난을 겪고 있을까”라며 “중앙일보 기자로 인생을 끝냈으면 얼마나 우아하게 빛났을까”라는 말로 정치판에 발 들인 것을 후회하는 듯도 했다. 특히 진행자인 김현정 앵커에게도 “(현장에 있는 게) 너무 부럽다”며 “정치판 오지 말라”고 한 김 전 후보자는 “중앙일보 기자로 잘 살 걸, (정치판에 온 건) 정말 결정적인 실수였다”고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김 전 후보자는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하면 가짜뉴스와 맞서 싸우겠다는 생각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나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가고 싶다는 소망을 함께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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