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기각에 항의하며 ‘재판 거부’를 선언한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가 3일 자신의 ‘돈봉투 사건’ 재판에 불출석했다. 지난 1일에 이어 두 차례 연속 재판에 나오지 않은 것이다. 법원은 송 대표가 다음 재판에도 나오지 않으면 피고인 없이 재판을 진행하거나 강제소환도 검토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허경무)는 이날로 예정된 송 대표의 뇌물 등 혐의 공판기일을 15일로 연기했다. 송 대표는 이날 오전에야 구치소와 법원을 오가는 호송 담당 교도관을 통해 불출석 사유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대표는 전날 변호인을 통해 “보석청구 기각 등으로 참정권을 침해당한 입장에서 저항권의 하나로서 재판을 거부하고 단식에 돌입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1일에 잡혀 있던 공판기일에도 법원까지 도착했다가 “정신적 충격을 받아 심리 치료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송 대표는 이처럼 ‘심리적 이유’를 들어 재판에 나서지 않고 있지만 이에 대한 병원 진단서는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재판장인 허경무 부장판사는 “심리적 불안감이 있을 수 있겠지만,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안고 가야 하는지 객관적인 정신과 의사 등의 판단이 있어야 한다”면서 “피고인은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고 선거 얘기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날 재판까지는 연기하되 다음 재판부터는 ‘불출석 재판’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형사소송법(276조)은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재판을 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구속된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교도관에 의한 인치(引致)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된 때에는 피고인 출석 없이 공판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피고인인 국정농단 재판이 이런 조항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진행되기도 했다.
허 부장판사도 “(송 대표가) 15일 재판에도 불출석한다면 구속 피고인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불출석 재판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송 대표가 불출석을 고집하면 그가 수감된 서울구치소 측과 협의해 구인영장을 발부할 수도 있다고도 경고했다.
송 대표가 전날 밝힌 입장에 대해선 “다소 억울하고 기소 자체를 인정하지 못한다 해도, 법정 출석을 거부하면서 그렇게 표현하는 것은 재판부 입장에서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며 “법정에 나와서 자기 억울함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것이 사법시스템을 존중하는 태도가 아닐까”라고 했다.
재판부는 송 대표뿐 아니라 변호인도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데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허 부장판사는 “변호인은 피고인의 불출석과 상관없이 출석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재판을 거부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서 우려스럽다”고 했다.
또 “저는 재판 전 30∼40분 정도 오늘 재판이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돌린다”며 “(이와 달리) 피고인 측에서 한 명도 나오지 않는 바람에 엉망이 돼 버렸다”고도 했다.
송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 후보로 당선되기 위해 총 6650만원이 든 돈봉투를 민주당 국회의원과 지역본부장에게 살포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올해 1월 구속기소됐다. 이와 별도로 2020년 1월∼2021년 12월 자신의 정치활동을 지원하는 사단법인 ‘평화와 먹고사는문제 연구소’(먹사연)을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구속 상태에서 소나무당을 창당한 그는 2월 말 보석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지난달 29일 증거 인멸 우려 등을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