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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 부흥 위해서라도, 나는 희망한다 [이지영의K컬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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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26 22:41:22 수정 : 2024-04-26 22:4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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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영국인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직장 일로 바쁜 와중에도 금요일 저녁을 한국 드라마의 날로 정해 이웃 가족과 함께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다고 했다. 이 친구처럼 많은 외국인이 K드라마를 비일상적인 행위가 아니라 지극히 일상적인 행위로 향유하고 있다. 그들의 일상에까지 깊숙이 파고든 K드라마의 매력으로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기본적으로는 훌륭한 만듦새가 뒷받침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K드라마의 인기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하나의 요인으로 K드라마의 인기를 모두 설명해내는 것은 가능하지 않지만, 그래도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한 가지 요인을 이야기하자면 ‘비판정신’이다. ‘기생충’과 ‘오징어게임’에도 그리고 그 외에도 많은 K드라마에는 우리 사회의 빈부 격차나 사회 부정의 및 빈약한 사회안전망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 등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드라마에서 사회 부정의에 대해 비판하거나 부당한 국가 권력에 대해 응징하는 모습 등은 한국 드라마에서는 예외적인 소재가 전혀 아니다. 최근 종영한 ‘원더풀 월드’에서도 범죄를 저지른 권력자 대선 후보를 결국 법적으로 응징하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런데 문제해결식 시즌제 포맷 위주의 미국 드라마나 사회의 부조리를 수긍하고 넘어가는 측면이 강한 일본 드라마 등 사회비판이 잘 등장하지 않는 다른 나라의 드라마들을 떠올려 볼 때 K드라마의 이러한 소재들은 무언가 특별한 의미를 가진 것으로 느껴진다.

사실 현실에서는 부정의나 부당함을 언제나 응징하거나 정의 구현을 이루지는 못한다. 드라마니까 가능한 판타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판타지라고 하더라도 정의 구현을 당연한 기본값으로 제시하며 비록 비현실적일지라도 드라마 속에서 구현하는 정의에 대한 한국인들의 열망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정치적 무의식을 반영한다. 시민들의 힘으로 독재를 종식시키고 민주화를 이루었으며 대통령을 탄핵시키기도 했고 시대의 요구에 따라 끊임없이 사회를 바꿔온 한국인들의 드라마틱한 역사적 에너지가 드라마 속에 반영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K컬처의 부흥을 위해서라도, 나는 희망한다. 대한민국의 역사적 에너지가 퇴행하지 않기를, 어렵게 이룩해 온 민주주의의 가치가 권력에 의해 훼손되지 않기를, 문화예술인들이 자유롭게 비판하고 더 나은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토대를 사회가 무너뜨리지 않기를. 그리하여 세계인이 함께 그러한 꿈을 꿀 기회를 K컬처가 그려내기를.


이지영 한국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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