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 쳐서 지켜주고, 쓰레받기로 보호해주고….’
울산의 한 지자체가 두꺼비들의 봄 이삿길 지키기에 나섰다.
울산 중구는 29일 “장현저류지(貯留池)에서 태어난 새끼 두꺼비들의 안전한 이사를 위해 저류지 일대에 이동 유도 울타리(길이 195m) 설치를 마쳤다”고 밝혔다.
중구는 2018년부터 매년 5월이면 저류지 일대에 안전한 이삿길로 유도하는 울타리를 설치한다. 5월1일부터 6월30일까진 장현저류지와 저류지와 맞붙은 장현천 사이 도로에 차량 통행을 막는다. 두꺼비 보호를 도와달라는 현수막까지 내건다. 중구청 직원과 환경단체 회원들은 현장에서 길을 잃은 새끼 두꺼비들을 산으로 가는 길목으로 옮기는 일도 한다. 개체수가 많아 쓰레받기로 주워담아야 할 정도라고 한다.
장현저류지 새끼 두꺼비들의 성체는 저류지와 300m쯤 떨어진 황방산에 산다. 성체 두꺼비는 매년 2∼3월 산에서 장현저류지로 내려와 알을 낳는데, 암컷 1마리당 1만여개를 산란한다. 알에서 깬 새끼 두꺼비들은 60∼70일 동안 자란다. 몸길이가 2~3㎝로 커진 5∼6월이 되면 황방산으로 이사한다.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 수천여마리가 일제히 이삿길에 오른다.
이삿길은 험난하다. 장현저류지와 장현천 사잇길을 지나 황방산으로 가야 하는데, 조금만 길을 벗어나면 도로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에 치어 죽을 위험이 크다. 중구 측은 “이 지역에 도로가 생기면서 두꺼비의 서식지와 산란지가 분리됐고, 찻길 사고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두꺼비는 수중과 육상 생태계의 건강도를 알 수 있는 환경지표종이다. 두꺼비가 있다는 것은 환경적으로 오염이 적다는 의미다. 중구가 울타리를 치고, 차량 통행까지 막아가며 두꺼비를 살피고, 지키는 이유다.
대구 수성구에서도 장현저류지처럼 두꺼비떼의 대이동을 볼 수 있다. 매년 200만∼300만마리의 새끼 두꺼비들이 산란지인 망월지에서 서식지인 욱수골로 옮겨간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2010년 망월지를 ‘꼭 지켜야 할 자연유산’으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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