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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금리 동결에… 엔·달러 환율 34년 만에 장중 160엔 돌파

입력 : 2024-04-29 19:03:09 수정 : 2024-04-29 21:4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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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금리차에 엔화 매도 가속화
160엔대 진입 뒤 154엔대로 하락
日언론 “日정부·日銀 개입 가능성”
日 재무성 “지금은 노코멘트” 밝혀
엔·유로화도 사상 첫 171엔대 기록

원·달러 환율은 한때 1384원 ‘터치’
전문가 “엔저 영향은 제한적” 분석

기록적인 엔화 약세 흐름이 좀처럼 깨지지 않으면서 29일 오전 한때 일본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34년 만에 160엔을 돌파했다. 지난 3월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한 일본 중앙은행 일본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 미·일 양국 간 금리차를 의식해 엔화를 팔고 금리가 높은 달러를 사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29일 오전 일본 도쿄의 한 외환거래소 전광판에 1달러 160엔을 넘은 환율이 표시돼 있다. 달러당 160엔선을 넘은 것은 1990년 4월 이후 34년 만이다. 도쿄=AP연합뉴스

NHK방송에 따르면 지난 26일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1달러당 158엔대를 기록한 환율 흐름이 이어지며 이날 엔화를 팔려는 움직임이 강해져 오전 10시30분쯤 160엔대에 진입했다. NHK는 “일본은 29일이 휴일이지만 해외 외환시장에서는 평소처럼 거래가 이뤄졌다”며 “160엔대를 기록한 것은 1990년 4월 이후 34년 만”이라고 전했다. 오후에 접어들면서는 150엔 중·후반대를 오가며 출렁였다. 오후 1시쯤 155엔을 기록했으나 오후 3시를 지나서 157엔대, 오후 4시에는 154엔대를 찍었다.

 

이런 엔·달러 환율 움직임을 두고 일본 정부, 일본은행의 시장개입 가능성이 제기됐다. 교도통신은 시장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간다 마사토(神田眞人) 재무성 재무관은 이에 대해 “지금은 노 코멘트”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당국이 직접 개입했다면 이는 2022년 10월 이후 약 1년 6개월 만이다.

 

유로화에 대한 약세도 두드러져 사상 처음으로 1유로당 171엔대를 기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999년 유럽에서 유로화가 생긴 후 최고치”라고 전했다.

 

지난 26일 금융정책결정회의 후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일본은행 총재가 추가 금리인상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것이 초유의 엔화 약세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강하다. 일본은행은 이날 회의에서 금리 동결을 결정했고, 엔·달러 환율은 156엔대로 떨어졌다. 우에다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물가가 상승한다면 금융 완화 정도를 조정해 나가겠지만 당분간 완화적인 금융환경을 지속할 것”이라며 “엔저 흐름이 현재로서는 물가상승률에 큰 영향을 주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닛케이는 “해외에서는 일본은행이 엔저에 대응해 조기에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란 인식이 부상했지만 우에다 총재의 발언에 따라 ‘엔화 강세를 이끌 요소로서 일본은행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미국의 금리 인하가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영향을 미쳤다. 미·일 간 금리 차이는 외환시장에서 엔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들여 엔저 현상을 만드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NHK는 외환시장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160엔대까지 환율이 형성되면서 일본 정부, 일본은행의 시장 개입에 대한 경계심이 지금까지 이상으로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에 기록적인 엔저가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5원 높은 1377.0원에 마감했다. 오전 한때 1384.0원까지 뛰었지만 일본 중앙은행의 외환시장 개입으로 오후 1시쯤 엔·달러 환율이 150엔 중반으로 떨어지자 원·달러도 1370원대로 내려왔다.

 

이날 원·달러 환율 상승은 일본 엔화의 약세로 인한 글로벌 달러 강세가 영향을 미쳤다. 지난주 미국의 3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시장 전망치를 웃돌면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떨어진 것도 강달러에 힘을 실었다.

 

다만 엔화의 하락폭에 비해 원·달러 환율은 크게 출렁이지 않았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엔화 약세가 대외요인이 아닌 일본 중앙은행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에서 기인했기 때문”이라면서 “또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 1분기 경제성장률이 생각보다 좋게 나오고, 작년과 달리 무역수지 흑자로 펀더멘털도 단단해져서 엔화보다는 약세가 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와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 달러 강세로 귀결돼 원화 가치도 하락 압력을 더 받을 수 있지만, 강도의 차이는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문정희 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환율은 금리 차 영향이 가장 크다”며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5.25∼5.5%이고 우리나라는 3.5%로 2.0%포인트 차이지만, 일본은 현재 0.1%”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일본이 금리를 올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당분간 엔화 약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에선 강달러 기조가 2분기까지 지속되겠지만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문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9월쯤 금리 인하를 시작한다면 기대감에 7, 8월부터는 달러 강세가 약화될 것”이라며 “그러면 원·달러 환율은 3분기에 1300원 초반까지 내려오고, 금리 인하 단행 후에는 1300원 아래로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김수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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