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옥 “공정하게 전대 관리할 분”
나경원·안철수 등 “무난한 인선”
일각선 “민심 수습 역부족” 비판
‘당원 투표 100%’ 전대 룰 개정 압박
새 원내대표 이철규 카드도 우려
“다른 후보 없으면 선거 연기해야”
국민의힘이 29일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에 황우여(77·사진) 당 상임고문을 내정하며 총선 참패 수습의 첫발을 뗐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4·10 총선 다음날 사퇴하며 당대표직이 궐위 상태에 놓인 지 18일 만이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선자 총회에서 황 상임고문 인선안은 만장일치로 추인됐다. 그러나 ‘황우여 체제’가 총선 민심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론도 당내에 많다. 수도권, 원외 인사들이 쇄신책으로 요구하는 ‘당원투표 100% 전당대회 룰 개정’ 여부가 당장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정에 초점… “무난한 인사”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당선자 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장 인선 조건으로 “당과 정치를 잘 아시는 분”, “당대표로서 덕망과 신망을 받을 수 있는 분” 등을 꼽으며 황 상임고문에 대해 “공정하게 전당대회를 관리할 수 있는 분”이라고 설명했다.
‘황우여 비대위원장’ 지명을 두고 당내에선 임기 두 달가량의 관리형 비대위원장에 걸맞게 안정에 ‘몰빵’한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황 상임고문은 정치 일선을 떠난 지 오래돼 얽혀 있는 이해관계가 없고, 사욕도 적어 차기 전대를 관리하기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당권 주자로 꼽히는 나경원 당선자는 황 상임고문에 대해 “정치 경험이 많으니까 잘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 역시 “무난한 인선”이라고 평했다. 5선 출신의 황 상임고문은 2013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를 지냈고, 이후 박근혜정부에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역임했다. 다음 달 2일 전국위에서 황 상임고문 인선안이 의결되면 비대위원장으로 정식 임명된다.
◆원외 “정신 안 차리기로 했나”
그러나 지나치게 안정에 초점을 맞춰 총선 참패로 드러난 민심을 수습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인사라는 비판 역시 적지 않다. ‘혁신형 비대위’를 주장해 온 윤상현 의원은 ‘황우여 체제’에 대해 “총선에 나타난 민의를 받들고 어떤 혁신의 그림을 그려나갈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소속의 한 수도권 낙선자는 통화에서 “당이 정신을 못 차린 게 아니라 안 차리기로 마음먹은 것 같다”며 “당을 이끌 사람이 아니라 대신 매 맞아줄 유순한 원로를 뽑은 것”이라고 혹평했다. 윤 권한대행이 인물난 속에 고육책으로 황 상임고문을 내정한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수도권, 원외 인사를 중심으로 ‘황우여 비대위’가 전당대회 룰 개정을 통해 쇄신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수도권 당선자는 통화에서 “황 상임고문이 낼 수 있는 쇄신 메시지는 전당대회 룰을 민심을 반영해 개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상임고문은 언론 인터뷰에서 “기존 룰을 전제로 하되 수정·보완할 게 있으면 널리 의견을 듣고 나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당선자 총회에선 수도권 당선자와 낙선자를 비대위원으로 발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철규 추대 분위기에 친윤도 우려
친윤(친윤석열) 핵심 이철규 의원이 차기 원내대표로 유력시되는 데 대한 당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원내대표 선출일이 4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 의원 외 뚜렷한 후보군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 의원이 단독 출마해 추대될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친윤계 내에서도 잡음이 나오고 있다. 한 친윤 의원은 통화에서 이 의원 외 원내대표 후보군이 없는 데 대해 “빨리 지도부를 꾸리자는 취지로 원내대표 선거 일정을 당겼는데, 이렇게 아무도 안 나오면 의미가 없다”며 “정 안 되면 (선거 일정을) 늦추는 방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당선자 총회 비공개회의에서도 다른 친윤 의원이 ‘원내대표 선출까지 충분한 시간을 갖자’는 취지의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권한대행은 이에 “다음 달 1일 후보 등록일에 등록하는 후보가 한 명도 없으면 자연스럽게 연기되지 않겠느냐”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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