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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보 ‘충돌’… 정쟁 도구 된 학생인권조례

입력 : 2024-04-29 19:12:11 수정 : 2024-04-29 19: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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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조례 폐지에 갈등 계속

조희연 교육감, 72시간 천막농성
“시의회에 재의 요구·거부권 행사”

17개 시도 중 조례 없는 지역 10곳
일선교사 학생인권 조례 무관 강조

“실제 학생 권리 보장 힘써야” 제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서울시의회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의결된 데 반발하며 나흘간 천막농성을 진행했다. 조 교육감은 가능한 법적 조치를 다 한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이 계속될 전망인 가운데 일각에선 학생인권조례가 정쟁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례가 실질적으로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데도 진보와 보수 교육계가 소모적인 이념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29일 조 교육감은 서울시교육청 1층 천막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월 중순까지 시의회에 학생인권조례 재의를 요구하고 거부권 행사를 할 것”이라며 “폐지안이 재의결될 경우 조례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고 행정적, 법적 통로를 활용해 폐지를 막겠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지난 26일 시의회가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의결하자 이날 오후까지 72시간 동안 농성을 벌였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9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학생인권조례폐지 반대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된 것은 충남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해 서울 서이초에서 학부모 민원으로 인한 어려움 등을 호소하던 교사가 숨진 뒤 교권침해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고, 학생인권조례가 학생 인권만 과도하게 강조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교육부는 조례에 교사 권리도 포함하는 식으로 개정을 유도하겠다고 밝혔고, 서울시교육청도 조례 개정을 추진 중이었으나 그 사이 시의회에서 조례 폐지를 가결했다.

조 교육감은 “조례 폐지는 최소한의 인권도 지키지 않겠다는 선언”이라고 주장했다. 조례는 ‘학생은 성별, 종교, 나이,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성적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이런 권리는 헌법, 교육기본법 등에서도 보장하는 것이어서, 조례 폐지로 권리가 사라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법적인 실효성은 크지 않은 셈이다.

 

조례가 없는 지역이 다수란 점도 이런 견해를 뒷받침한다. 17개 시·도 중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지역은 충남·서울을 포함해도 7곳뿐이다. 조례가 없는 세종의 한 중학교 교사는 “학생인권조례 폐지가 학생 인권 후퇴라면 현재 조례가 없는 지역에선 학생 인권이 보장받지 못한다는 의미냐”며 “조례 유무로 학생 생활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23회 서울특별시의회 임시회 3차 본회의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교사가 학생의 문제행동에 대응할 수 있는 조치를 담은 ‘학생생활지도고시’가 제정돼 학생인권조례 조항 중 상당수는 이미 무력화된 상황이기도 하다. 교육부는 고시가 조례보다 상위법이어서 학생이 조례를 근거로 교사 행동에 대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상징적인 조례를 두고 보수·진보 교육계가 대립하면서 힘을 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범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조례 폐지는 이제 학생 인권이 필요 없다고 선언한 것으로 이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며 “조례를 굳이 폐지해야 한다는 것도 정치적인 논리”라고 밝혔다.

농성장은 이미 정쟁의 장이 됐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조 교육감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는 등 진보 진영 정치인과 교육계 인사들이 잇따라 농성장을 찾았다.

청소년·시민전국행동 회원들이 지난 26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소모적인 논쟁의 피해는 학생·교사에게 돌아간다. 서울의 한 교사는 “학생인권조례가 교육감이 농성할 정도로 지켜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이보다 시급한 문제들을 해결해 줬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이덕난 국회입법조사처 연구관(대한교육법학회 회장)은 “휴식권이 있다고 선언하는 것과 실제 휴식 공간·시간을 확보해 주는 것은 다르다”며 “조례 폐지로 싸울 때가 아니고 실질적으로 학생 권리를 보장하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김유나·이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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