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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희창칼럼] 연금개혁 공회전 더는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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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5-06 23:11:46 수정 : 2024-05-06 23: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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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화委 ‘더 내고 더 받는’ 案 채택
미래세대 보험료율 지금보다 4배↑
여권·야당 입장 차 커 합의 미지수
21대 국회가 절충안 내 처리해야

국민연금 개혁이 산으로 가고 있다. 최근 국회 연금개혁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 시민대표단이 ‘더 내고 더 받는’ 1안(소득보장안)을 선택했지만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노후소득 보장을 중시하는 국민의 뜻”이라고 환영한 반면 정부·여당은 “조금 더 내고 더 많이 받는, 명백한 개악”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연금특위는 공론화위 최종 결과를 토대로 여야 합의를 시도할 예정이지만 20여일 남은 21대 국회 임기 내에 처리가 될지 미지수다.

1안은 보험료율을 현재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생애소득 대비 연금수령액 비율)을 40%에서 50%로 올리는 게 골자다. 이 안으로 할 경우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은 2055년에서 6년 늦춰지지만 받는 돈이 늘어나면서 향후 70년간 누적 적자를 702조원이나 증가시킨다. 소득대체율 인상(10%)의 영향이 시간이 갈수록 보험료율 인상(4%) 효과를 압도하기 때문이다. 기금 고갈을 막고 지속 가능한 연금으로 가기는커녕 재정수지를 더 악화시킨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채희창 논설위원

이대로라면 기성세대는 높아진 소득대체율로 혜택을 보지만 이에 따른 빚은 미래세대에게 돌아간다. 기금 소진 이후 미래세대가 부담해야 할 보험료율이 무려 43.2%에 달한다. 현재의 제도를 유지하거나, 2안(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 유지)을 선택하는 경우보다 부담이 훨씬 크다. 20·30세대는 “월급에서 연금, 소득세, 건강보험료를 내면 뭐가 남느냐”고 항변한다. 아예 안 내고 안 받는 게 낫다고 한다. 오죽하면 현행대로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까지 나오겠나.

정부는 1안이 ‘연금의 지속 가능성에 역행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연금특위 위원장도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여야 영수회담에서 “21대 국회 임기가 얼마 안 남았는데 연금개혁은 22대 국회에서 천천히 논의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17년 만에 불을 지핀 연금개혁이 공회전만 하다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문제는 시민 숙의 과정을 거쳐 채택한 단일안을 비토할 거면 왜 국회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공론화 과정을 거쳤느냐다. 국회 주도로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도 그 결과를 부정하는 건 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이다. 더구나 연금개혁이 가능하려면 야당의 동의가 필수인데 야당이 절대다수인 국회가 4년 더 연장된 상황이다. 정부·여당이 자력으로 연금개혁안을 통과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정부의 책임이 크다. 윤 대통령은 노동·교육과 함께 연금개혁을 3대 핵심 과제로 꼽고 “인기 없는 개혁이라도 회피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민연금 운영계획안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어떻게 조정할 건지 숫자 자체가 빠진 ‘백지안’이었다. 총선을 의식해 꼼수를 쓴 것이다. 구체적인 정부안도 내지 않은 정부가 공론화위의 결정을 비판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고 민망한 일이다. 여당이 총선에서 참패하고 대통령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지자 공무원들이 복지부동하고 있다. 연금개혁 추진 동력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연금개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안 하면 국가 재정과 복지 제도 자체가 무너진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연금개혁이 1년 늦춰질 때마다 50조원의 국가 재정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지금은 26년째 못 올린 보험료율을 인구수가 가장 많은 40·50대가 은퇴하기 전에 소폭이라도 올려놓는 것이 시급하다. 보험료율 인상 등 합의 가능한 접점을 찾아 미흡한 개혁이라도 해놓고 차기 국회에서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야는 시민대표단 숙의 토론 결과를 토대로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이는 합리적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여야가 한발씩 물러나면 입장 차를 좁힐 수 있다. 보험료율 12%, 소득대체율 45%같이 절충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결국 의지의 문제다. 국회는 이달 29일 회기 종료 전에 국민연금법을 개정해야 한다.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은 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차기 국회로 떠넘기는 건 무책임하고 미래세대에 죄를 짓는 일이다.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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