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논란에 대해 처음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동안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공작의 덫’에 빠진 피해자라는 입장을 강조했지만, 명품백 수수 논란이 4·10 총선 패배 요인 중 하나로 꼽힌데다 야당이 특검법 재추진을 벼르자 대국민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난 신년 KBS와의 대담에서 “매정하지못해 발생한 일”이라며 아쉽다는 반응에 그쳤던 것과 달리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국민 여론을 의식한 언급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여사 의혹과 관련한 질문에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 끼친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사과’ 표현을 쓴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등 다른 사안에 대해 ‘죄송’ ‘부족’ ‘송구’ 등의 표현을 밝히긴 했지만 “사과드린다”는 표현을 쓰진 않았다.
윤 대통령은 최근 검찰이 가방 수수 의혹 수사에 본격 착수한 데 대해서는 “검찰 수사에 대해 어떤 입장을 언급하는 것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오해가 일어날 수 있다”며 “따로 언급하지 않고 공정하고 엄정하게 잘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야당에서 요구하는 김 여사 관련 특검에 대해서는 “특검은 검·경 공수처 같은 기관의 수사가 봐주기나 부실 의혹이 있을 때 하는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앞서 지난 2월 KBS와의 특별 대담에서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명품가방 수사 논란에 대해 “박절하게 대하긴 참 어렵다. (상대를)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좀 문제라면 문제이고, 좀 아쉽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 여사가 가방을 받은 행위 보다는 김 여사에 의도적으로 접근해 몰래 촬영을 하고 사전 면담을 계획한 최재영 목사 등의 ‘공작’ 행태에 더 무게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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