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道, 군위·의성에 하나씩 설치 제안
당시 국토부 장관도 “기본계획에 포함”
現 박상우 장관 취임 이후 반대 분위기
국토부 추천 자문기구 편향성 논란도
의성 주민들 “우린 소음만 떠안는 상황”
郡 “신공항 자체를 추진 않겠다” 배수진
“국토교통부는 약속한 화물터미널을 설치하라.”
경북 의성군이 대구경북공항의 화물터미널 유치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주민 200여명은 지난달 2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를 찾아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국토부는 화물터미널 의성에 갖다 놔라’, ‘TK신공항 무산은 국토부 책임이다’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머리에는 빨간 띠를 둘렀다. 의성군 주민 오모(30대)씨는 “물류터미널과 관사 같은 알짜배기는 군위군이 다 가져가고 우리는 소음만 떠안게 된 상황”이라며 “화물터미널 없는 물류단지 조성 계획은 속 빈 강정과 다름없다”며 복수터미널 건립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대구경북공항 건설 사업이 2030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대구경북의 새로운 발전 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밑그림이 하나둘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3월4일 민생토론회에서 “(대구경북)공항 건설은 대선 때 여러분께 드린 약속”이라며 “공항 건설을 차질 없이 추진해 교통망 혁신의 기폭제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대구경북공항 사업 추진에 돌발 변수가 생겼다. 바로 ‘화물터미널’ 입지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면서다. 의성군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했던 화물터미널이 무산될 우려에 놓이자 지역 주민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대구경북공항, 민간·군공항 통합 이전 첫 사례
22일 경북도에 따르면 대구경북공항은 대구 도심에 있는 K-2 군공항과 대구국제공항을 대구 군위군과 경북 의성군 일대로 이전하는 사업이다. 민간·군공항을 통합 이전하는 국내 첫 사례다. 군 공항은 16.9㎢ 부지에 활주로 2본과 계류장, 탄약고, 유류저장시설, 작전·방호·정비·생활·복지시설 등을 갖춘다. 민항은 92만㎡ 부지에 1226만명의 인원과 21만8000t의 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들어선다.
대구경북공항 이전 과정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당초 군위군이 단독후보지를 고수하며 공항 이전 거부 의사를 밝혀왔다. 그러자 2020년 7월 경북도와 대구시는 신공항 유치 신청서 제출에 합의하는 조건 중 하나로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안을 제안했다. 군위군은 공동후보지 유치 시한을 하루 앞둔 2020년 7월30일 극적으로 국방부에 공항 이전 신청서를 제출해 갈등은 어렵사리 봉합됐고, 올해 군위군은 대구시로 행정구역이 편입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항 이전에 따른 물류산업의 핵심 시설인 화물터미널의 입지를 두고 의성군 불만이 거세다. 최근 국토부 실무진이 군위군과 의성군에 각각 화물터미널을 설치하는 안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기 때문이다.
화물터미널 입지 논란은 ‘공동합의문’의 해석 차이에서 촉발됐다. 2020년 대구경북신공항을 군위·의성군에 걸쳐 짓기로 하면서 경북도·대구시와 지역구 국회의원 등은 두 지역에 인센티브를 준다는 취지로 각 지역과 공동합의문을 발표했다. 같은 해 7월 군위군에는 대구 편입과 함께 이곳에 민간공항 터미널을 설치한다는 약속을 했다. 의성군에는 항공물류단지 등 항공물류 관련 시설을 조성하기로 했다.
문제는 경북도와 의성군은 항공물류 관련 시설에 화물터미널도 포함된다고 봤다. 이와 달리 대구시와 군위군은 민간공항 터미널이 여객·화물터미널을 아우른다고 해석했다. 갈등에 불을 지핀 건 지난해 8월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대구 민간 공항 이전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 결과다. 이 용역 결과는 대구경북공항 화물터미널을 의성이 아닌 군위에 배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화물 수요 40만t 예상…경북도 “더는 갈등 안 돼”
화물터미널이 의성에 들어설 것으로 생각한 의성 주민은 이런 결과가 나오자 크게 반발했다. 양측의 첨예한 대립 속에 의성군은 “신공항 사업 자체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사업 무산 배수진까지 치면서 화물터미널 문제가 신공항 건설 사업의 최대 난제로 떠올랐다.
양측의 갈등이 확산하자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군위와 의성에 각각 물류터미널을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군위군은 여객기 전용 터미널을 배치하고, 의성군은 화물기 전용 터미널을 만들자는 내용이 골자다. 경북도는 결국 복수터미널 건설을 대구시와 합의해 국토교통부에 제안했고 당시 원희룡 장관도 “복수 설치안을 적극 검토해 민간공항 기본계획에 포함시키겠다”고 약속하며 갈등은 봉합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취임한 이후 복수터미널 반대 기류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대구경북공항의 화물 물동량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국토부는 신공항 개항 30년 뒤 2060년 신공항의 항공화물 수요를 21만t으로 예측했다. 반면 경북도는 2050년 항공 수요가 40만t을 넘을 것으로 봤다. 전자상거래 확산과 첨단산업 물류 증가 등으로 항공 물류가 급증할 거란 이유에서다.
국토부는 전문가 자문기구를 통해 이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 대부분이 국토부 추천 위원으로 구성되면서 편향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달 열린 마지막 전문가 자문회의에서도 복수터미널 안에 대해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정부는 민항 건설사업의 기본계획을 올해 말까지 수립하고 내년 설계에 착수한다. 따라서 복수 화물터미널 건립에 대해 국토부가 이제는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항공 물류 산업을 통해 수십만 개의 일자리와 막대한 경제효과가 예상되는 만큼 의성에 화물 전용 터미널을 반드시 건립해야 한다”면서 “복수터미널 문제로 더 이상 지역 간 갈등이나 소모적인 논쟁이 확산하지 않도록 지역 정치권과 국토부 민간 공항 기본계획에 복수터미널을 반영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남억 경북道 TK공항추진본부장 “복수 터미널은 합의된 사항 해외공항도 두 개 이상 설치”
“복수터미널 설치는 합의사항입니다.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남억(사진) 경북도 대구경북공항추진본부장은 22일 “대구경북공항 복수터미널 건설은 300만 경북도민의 미래가 달린 일”이라며 “대구·경북 상생 합의까지 더해진 사안으로 필수 불가결해 복수터미널을 반드시 설치해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본부장은 자타 공인 ‘공항 전문가’로 통한다. 한국공항공사에서 사내 변호사로 근무하며 청주공항 민영화와 필리핀 클라크공항 인수에 참여했다. 중국과 베트남의 로펌에서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 법제처에서 입법담당 사무관을 맡아 항공산업과 공항시설법에 대한 빠삭한 지식을 갖고 있다.
이 본부장은 대구경북공항이 몸집을 키우고 쓰임새 있는 공항이 되기 위해선 복수터미널 설치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바이오와 백신, 신선농산물 등은 의성 화물터미널에서 처리하고 군위 화물터미널은 여객기 하부 탑재 화물만 취급하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그는 “세계 항공화물 물동량 10위권 내의 대표적 물류 공항인 홍콩 첵랍콕과 미국 멤피스, 중국 상하이 푸둥, 대만 타오위안,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은 화물터미널이 두 개 이상 설치돼 있는 데다 물류단지와 연접해 있다”며 해외 선진 사례를 설명했다.
도는 대구경북공항을 물류거점 공항으로 육성하고자 머리를 맞대고 있다. 대한민국 중앙에 들어서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현재 인천공항에서 처리하는 대구·경북의 화물뿐만 아니라 충청과 대전 등 인접 지역의 화물까지 확보하는 전략을 세웠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복수터미널의 효율적인 물류 인프라 구축이라고 보고 차근차근 사업 밑바탕을 그리고 있다.
이 본부장은 “글로벌 물류기업을 유치하고자 화물터미널을 복수로 설치하고 화물 종류에 따라 활용을 달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는 화물전용항공사인 에어인천과 소시어스PE와 2030년 32만t의 화물처리를 목표로 하는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스위스의 스위스포트와 2030년 15만t 화물처리를 목표로 둔 협약도 맺는 등 대구경북공항을 국제적인 물류 공항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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