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섬공원 1만여㎡에 정원 76개
개막 6일 만에 방문객 114만명
10월 초까지 계절의 변화 만끽
6월 1일엔 드론이 밤하늘 장식
체험·공연 풍성한 ‘힐링의 공간’
심리적 안정·우울감 해소 기대
22일 오후 2시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 서울지하철 7호선 자양역 3번 출구를 나서자마자 햇살이 쏟아지는 한강을 배경으로 서울시 캐릭터인 ‘해치’와 ‘소울프렌즈(청룡·백호·주작·현무)’의 대형 조형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평일 오후인 데다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26도에 달하는 등 초여름 뙤약볕이 내리쬐는 날씨에도 공원 입구부터 인파로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뚝섬한강공원은 평소에도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장소 중 하나지만 평일 오후에 이처럼 많은 인원이 찾은 건 이례적이다. 서울시가 지난 16일 개막한 ‘2024 서울국제정원박람회’를 즐기러 온 것으로 보인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부부와 돗자리를 펴고 앉아 데이트를 즐기는 청춘 남녀,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 양산과 선글라스를 쓴 채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노인 등 남녀노소, 각계각층이 저마다의 상황과 속도에 맞춰 하나의 ‘시민 대정원’으로 꾸며진 공원을 향유했다.
◆6일 만에 방문자 110만명 넘어
2015년부터 열린 서울정원박람회를 국제행사로 확대해 처음 열린 이번 국제정원박람회에선 약 1만460㎡의 뚝섬한강공원 수변 부지에 국내외 정원전문가와 기업, 기관, 학생·시민·외국인 등이 만든 다양한 정원 76개를 즐길 수 있다. 이날 기자가 둘러본 곳곳의 정원은 저마다의 특색과 매력으로 시민들의 발길을 끌었다. 뙤약볕이 조금 걱정됐지만, 시설물 또는 나무 밑 그늘이 군데군데 자리하고 있고 벤치도 쉽게 찾아볼 수 있어 쉬엄쉬엄 거닐 수 있는 분위기였다.
벤치에서 간식을 먹으며 쉬거나 대화하는 시민이 자주 눈에 띄었다. ‘책읽는 한강정원’ 코너에 설치된 빈백에 기대거나, 소형 텐트 안에서 낮잠을 자는 이들도 많았다. 매시 정각마다 공원 안 음악분수가 가동되는데, 그때마다 백여명이 빙 둘러 모여 관람하면서 시원한 물방울을 온몸으로 맞았다. ‘가든센터’를 비롯해 곳곳의 정원에선 삼삼오오 사진을 찍거나 유심히 정원을 살펴보는 시민이 가득했다. 일안 반사식 카메라(DSLR)를 들고 온 일명 ‘출사족’도 있었다.
시민들은 하나 같이 “좋다”,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중랑구 면목동에서 왔다는 이옥진(67·여)씨는 “평소에 화초 가꾸는 걸 좋아해 동네 할머니들과 함께 와 봤는데, 정원을 아주 잘 만들어 놨다”며 “점심 먹고 바로 와서 한참을 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한 ‘기업동행정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며 “특히 보라색 꽃(알리움)이 예뻤다. 신선놀음 같다”고 말했다.
자전거를 타고 강남구 삼성동에서 온 김홍은(47)씨는 “라이딩 중간에 들러 봤다”며 “생각보다 훨씬 볼만하고 활기찬 분위기”라고 놀라워했다. 그는 “작가정원에 있는 ‘회복의 시간’이 구불구불한 형태에 초화를 심어놓은 게 특히 좋았다”며 “더 더워지기 전에 강아지를 데리고 다시 오고 싶다”고 했다. 가든센터에서 정원용품을 샀다는 정진영(41·여)씨는 “오늘은 혼자 왔는데, 가족과 함께 한 번 더 올 생각”이라며 “구경만 해도 시간 보내기 좋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국제정원박람회 방문객은 개막 6일 만인 지난 21일 기준 114만338명에 달했다. 이미 전날(20일) 102만명을 넘어서면서 2015년 첫 서울정원박람회가 열린 이래 최단 기간, 최다 인원이 찾은 행사로 기록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이나 박람회 개최 전주의 뚝섬한강공원 방문객과 비교할 때 많게는 7배 이상 뛴 것으로, 그만큼 수많은 시민이 찾은 셈이다.
◆가을까지, 다채로운 행사 가득
‘서울, 그린 바이브(Seoul, Green Vibe)’를 주제로 열린 이번 국제정원박람회는 10월8일까지 이어진다. 서울시민과 서울을 찾는 관광객들은 봄부터 올해 가을까지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풍경을 자아낼 역대 최대 규모의 정원을 경험할 수 있다고 시는 강조했다. 이수연 서울시 푸른도시여가국장은 “앞으로 남은 상설 전시 기간 동안 계절마다 색과 모습이 바뀌는 정원의 놀랍고도 아름다운 변화를 경험해 보고, 정원이 주는 행복을 얻어가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국내외 전문가가 조성한 ‘초청정원’(1개)과 ‘작가정원’(10개)에선 정원의 본질 중 하나인 심신 회복력과 안정감을 확인할 수 있다. 초청정원은 지난해 서울시 조경상 대상을 받은 김영민·김영찬 작가의 ‘앉는 정원’이다. 작가정원은 국제공모를 통해 선정된 한국·중국·태국·방글라데시 등 국내외의 총 10팀이 만든 정원으로 채워졌다. 기업동행정원(17개)에는 정원 전문기업과 친환경 사회공헌에 힘쓰는 기업의 작품들이, ‘기관참여정원’(4개)엔 국립생태원·서울대공원·서울식물원·푸른수목원 등 유관기관의 노하우가 집약된 정원들이 자리했다. 정원 관련 분야 전공 학생들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학생동행정원’(10개)과 시민 참여형 ‘시민동행정원’(15개) 등도 조성됐다.
단순히 정원만 꾸며놓은 게 아니라 다채로운 행사도 가득하다. 정원에 대한 이해를 돕는 교육 프로그램과 각종 정원 체험, 라이브 공연 등이 이어진다. 내달 초에는 정원을 보며 휴식하는 ‘한강풀멍타임’이 열린다. 같은 달 1일엔 ‘드론라이트쇼’가 밤하늘을 수놓는다.
이번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공언한 ‘정원도시 서울’의 모습을 미리 엿볼 수 있는 행사이기도 하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 16일 열린 국제정원박람회 개막식 환영사에서 “서울시민의 60% 이상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그래서 더 녹지나 정원, 꽃에 대한 로망이 있는 것 같다”며 “제가 앞서 발표한 정원도시 서울을 반드시 만들어 내겠다”고 역설했다.
서울시는 “정원은 심리 안정과 삶의 질 향상 측면에서 보건·복지적 가치와 효과가 높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원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도심 경관에 비해 20% 이상 우울감이 해소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내년에는 뚝섬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 시는 보라매공원 등 서울 서남권을 개최지로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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