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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달살기 떠난 일가족, 완도 풀빌라서 마지막 여행 [그해 오늘]

입력 : 2024-05-31 06:00:00 수정 : 2024-05-30 11:2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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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완도의 송곡선착장 인근 방파제에서 인양되는 조 양 가족의 차량. 연합뉴스

 

2022년 5월 31일 ‘제주도 한 달 살기’ 체험을 위해 떠난 줄로만 알았던 광주광역시에 거주하던 일가족 3명이 전남 완도의 한 선착장 인근 바다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광주광역시 남구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5학년 조유나 양과 그녀의 부모는 제주도에서 한 달을 보내기 위해 체험학습을 신청했다.

 

하지만 실제로 조 양 가족은 5월 24일부터 28일까지 완도 명사십리해수욕장 인근 풀빌라에 머물렀으며, 29일부터 30일까지 다시 1박 2일을 묵었다.

 

가족은 다른 투숙객들과 달리 온수를 사용하지 않았고, 대부분의 시간을 방 안에서 보냈다. 경찰이 확보한 CCTV 영상에 따르면, 가족의 차량은 5월 29일 완도로 진입했으나, 이후 보도에 따르면 실제로는 5월 23일에 완도에 도착했다. 그들은 23일부터 30일까지 3차례 해남군과 강진군 방향으로 이동한 것이 확인되었으나, 그 목적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5월 31일 오전 1시쯤 조유나 양과 어머니의 휴대전화가 꺼졌고, 아버지의 휴대전화는 그로부터 3시간 후 송곡선착장 인근에서 꺼졌다. 이 시점 이후로 가족의 생활반응이 사라지면서 행방이 묘연해졌다. 약 3주간 연락이 끊긴 후에야 학교 측의 신고로 실종 사실이 알려졌고, 경찰은 광주광역시 남구와 전라남도 완도군에서 실종 경보를 발령하며 조유나 양 가족의 신원과 차량 정보를 공개했다.

 

조 양의 아버지는 컴퓨터 판매 자영업을 하다가 폐업했고, 어머니도 일을 그만두어 가족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가족의 집에서는 청구서와 독촉장이 발견되었고, 수면제와 암호화폐(루나 코인)에 대한 검색 기록도 있었다. 그러나 조 양 가족의 차량이 완도를 떠나는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고, 어떠한 통신이나 금융 활동의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경찰은 가족이 바다에 빠졌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색 작업을 진행했으며, 해경도 수색에 참여했다. 또한, 경찰은 실종 가족에 대한 금융, 통신, 인터넷, 의료 내역을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수사를 이어갔다.

 

경찰은 완도군 신지면 송곡항 인근 바닷속에서 실종된 일가족의 차량으로 추정되는 아우디 로고가 부착된 라디에이터 덮개 일부를 발견했다. 이후 가족의 아우디 차량이 송곡선착장 방파제로부터 80m 지점 바닷속에서 전복된 채 발견되었으며, 차량 번호판이 실종 가족의 차량과 일치함이 확인됐다. 차량은 수심 10m에서 반쯤 펄에 잠겨 있었고, 트렁크는 열려 있었으며 여행용 가방, 손가방, 옷가지, 목베개 등이 발견됐다. 이후 차량 인양이 시작되었고 차량 내 시신 3구가 확인됐다.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교수는 조유나 양 가족이 완도에서 자살을 계획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가족의 완도 및 주변 지역 방문은 자살에 필요한 세부 위치와 방법을 결정하기 위한 마지막 여행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프로파일러 배상훈 전문가 역시 조유나 양이 체험학습이 아니라 학대를 받으며 떠돌았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펜션을 나서며 깔끔하게 정리한 것은 신변을 정리하는 심리적으로 위험한 상태였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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