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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터로 시제품 ‘뚝딱’… 첨단산업 성장 디딤돌 [지방기획]

입력 : 2024-06-12 22:00:00 수정 : 2024-06-14 10: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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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테크노파크, 中企·벤처 지원 박차

안테나측정실 등 민간 10% 값에 이용
교육·투자 매칭 지원… 시너지 극대화
3년간 유망기업 100곳 성장 팔 걷어
대학과 손잡고 맞춤형 인재 육성도
대전 지역 넘어 국가경쟁력 고양 효과

11일 대전 유성구 탑립동 대전테크노파크(대전TP) 로봇·방위산업센터 3D프린팅실. 사람 키만 한 3D프린터 안에선 레이저가 붉은 점을 쏘며 쉴 새 없이 움직인다. 레진(합성수지) 3D프린터는 지역 중소기업이 의뢰한 시제품을 출력 중이다. 최대 가로 400mm, 세로 400mm, 높이 400mm 제품을 제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5∼6시간. 같은 공간 건너편에는 레진보다 강도가 높은 아크릴 3D 프린터가 가동 중이다.

대전 유성구 탑립동 대전테크노파크 특화센터 전경.

12일 대전TP에 따르면 3D프린팅실엔 11종 11대의 장비가 있다. 지역 기업은 저렴한 비용으로 시제품을 3D프린팅으로 제작하고, 실증장비로 성능이나 기술 검증을 할 수 있다. 단순 시제품뿐 아니라 인공관절 등 의료기기, 항공우주연구원 초소형위성과 우주발사체에 들어가는 금속 부품 등 정교한 작업에도 3D프린팅 기능이 활용된다. 대부분의 장비를 국비로 유치한 까닭에 민간이 운영하는 실증장비 대여비의 10분의 1 정도의 저렴한 비용으로 전국 기업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대전TP는 대전 지역이 내일을 창조하도록 지원하는 ‘엔진’이다. 산업 육성 거점기관으로 지역 산업의 기술고도화와 기술집약적 기업의 성장을 돕는다. 한마디로 지역 기업의 ‘성장디딤돌’이다. 다양한 지식과 기술이 자유롭게 모이는 이곳은 대전 지역 산업을 움직이는 ‘연결의 힘’이다. 입주한 기업들은 융합의 경계를 넘고, 시너지와 원동력은 연결된다. 지역 기업의 성장은 도시경쟁력을 만들고, 나아가 국가경쟁력을 높인다. 

대전테크노파크(대전TP) 특화센터에 있는 대면적 금속 3D프린팅실. 대전TP 대표 정비로 국방 단종부품 제조지원 및 우주 발사체 등을 제작 지원한다. 대전TP 제공

◆“3년 내 유니콘기업으로” 성장사다리 점프업

 

‘스타트업부터 우주·국방·반도체 등 국가안보를 결정짓는 첨단전략산업, 인재 육성까지 원스톱 지원.’ 대전TP의 비전이다. 대전TP의 특화센터엔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다. 공모를 통해 입주 기업을 선정하고, 각종 교육과 투자 매칭 등 최대 3년을 지원한다. 스타트업이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자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이다. 

 

대전TP의 오픈랩(개방형실험실)은 3D프린팅실과 정밀측정실(3차원 측정·시제품 역설계) 등이 있는 로봇·방위산업센터, 고도의 안테나 성능과 6G(6세대 이동통신) 부품·제품의 무선주파수(RF) 측정을 지원하는 안테나특성측정실, 무선시험인증실 등 우주·정보통신기술(ICT)산업센터, 바이오센터, 반도체·에너지산업센터 등이 있다.

 

안테나특성측정실의 경우 수도권 민간기업의 10분의 1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다른 기관에선 장비 이용에 수개월이 걸리는 반면 대전TP는 보름 정도면 충분하다. 지역뿐 아니라 국가의 관련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대전TP는 올해 ‘성장사다리 점프업 프로그램’을 신설한다. 기업에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으로 스타트업기업을 3년 안에 유니콘기업으로 속도 있게 육성하는 것이 목표이다. 성장사다리 점프업은 유망 중소기업과 예비 중견기업 100개를 선정해 집중 육성한다. 실제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을 목표로 3년간 밀착 관리한다.

 

대전TP는 이를 위해 수직적 지원에서 횡적 연계지원으로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단순 네트워킹이 아닌 개방형 혁신네트워킹으로 사업 간 연계 활성화에서 해답을 찾았다. 다양한 민간 전문가로 구성한 스케일업(실험실에서 성공한 프로세스를 공업 규모의 장치에서도 경제적으로 성립하도록 그 규모를 확대하는 것) 네트워크가 핵심이다. 

 

분야별 전문가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도 대전TP의 차별화된 지점이다. 민간디렉터를 활용해 스케일업 전략을 내고, 성장바우처 지원, 수출·연구개발(R&D), 정책금융을 지원 연계 및 우대한다. 올해 6월까지 반도체와 사용후 배터리 등 업종별 스케일업 대책을 마련해 수출 추가 지원 및 벤처투자 활성화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전문가는 시장·경영전문가, 해외사업전문가, 공공연구기관, 민간투자기관 등으로 구성된다. 시장분석과 마케팅 지원부터 국내 및 해외 판로 개척, 투자유치 기회와 기업 매수·합병(M&A)등 사업 확장 기회를 확보한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중소기업의 해외동반진출, 공동 연구개발 등을 제공한다. 전담디렉터는 주요 기업 임원 출신의 현장 경험이 있는 기업인, 민간 투자자, 분야별 숙련 전문가가 활용된다. 

 

박태훈 대전TP 기업지원단장은 “경제 역동성은 기업과 개인의 공정하고 원활한 이동성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기업 성장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의 핵심이며, 중소기업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단장은 “현재보다 2배 이상의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육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지속성장이 가능한 성장사다리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전테크노파크 3D프린팅으로 출력한 제품.

◆기업 지원 거점기관에서 대학 인재 양성으로

 

대전TP가 그저 기업 지원 기관에 머무른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대전TP는 기업 지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지역 산업에 맞는 인재 육성에도 본격 팔을 걷어붙였다. 지역 주도의 혁신생태계 조성이 어젠다인 지금, 대전TP가 주목받는 이유이다. 

 

대전TP는 국방, 우주, 바이오, 반도체라는 대전시의 4대 전략사업 외에도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사업 안착, 지역 공공기관과 출연기관들이 가진 인프라를 활용한 대전의 미래 유망산업인 양자산업, 이차전지산업, 원자력산업, 물산업 분야의 신규사업 기획 및 발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노력 중이다. 

 

양자기업은 전국 6곳 중 5곳이 대전에 있다. 대전 지역 양자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그만큼 큰 것이다. 대전TP는 양자컴퓨팅, 양자통신, 양자센서 세 가지 분야 기술을 통해 미래 디지털 기반사회의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RISE 체계는 지역발전 전략과 대학지원을 연계해 지역과 대학의 동반성장과 함께 인재양성-취·창업-정주에 이르는 선순환 혁신생태계 조성하기 위해 추진된다. 앞서 대전TP는 교육부 대학지원의 행·재정 권한을 지자체에 위임·이양하는 대학재정 지원사업의 체계적인 운영과 대전시 RISE 추진체계의 성과 달성을 위해 지난해 10월 교육부로부터 ‘RISE 전담기관’ 지정 승인을 받았다.

 

대전TP는 RISE 전담기관으로서 내년부터 본격 추진되는 RISE 체계기반확립을 위한 사전 준비로 올해 ‘대전 5개년 RISE계획’을 수립했다. 앞으로 대전시·대전대학들과의 협력체계 구축, 기업-대학 얼라이언스 시범사업, 외국인 유학생 유치활동 지원 시범사업 등 RISE 사업이 조기 정착될 수 있도록 적극 운영할 계획이다. 

 

김우연 대전TP 원장은 “지역의 큰 변화 중의 하나는 RISE 도입”이라며 “중앙정부가 아닌 지역 주도로 지역거점대학들을 육성하고, 지역 인재가 지역 혁신을 이끌어나가는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산업 맞춤형 인재를 육성한다는 취지라는 얘기다.

◆김우연 대전TP 원장 “국비로 최첨단 장비 유치… 대전 경제의 마중물 될 것”

 

“기업을 잇고 기술발전을 이루는 건 지식과 기술, 인재를 결합해 대전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입니다.”

 

김우연(63·사진) 대전테크노파크(대전TP) 원장은 기업지원의 사회경제적 가치를 도시 비전에서 찾았다. 김 원장은 11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기업들의 성장을 돕는 성장디딤돌 역할에 대전TP가 전면에 나서겠다”며 “판로 개척에 앞서 중요한 기업 제품의 실증화와 마케팅, 인재 교육 등 대전TP가 지역 경제의 마중물이 돼 도시경쟁력을 갖춰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지난 30여년 동안 대전시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근무한 ‘행정의 달인’으로 지난해 4월 제7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지난 1년여간 김 원장은 대전 경제의 기틀이 되는 지역 기업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대전TP의 비전을 새로 세웠다. 

 

중앙부처에서 근무했던 김 원장은 대전시의 지원에 기대지 않고 직접 국비지원 공모사업을 적극적으로 뚫고 있다. 중앙부처 예산을 통한 생산장비 고도화 지원 사업과 스마트 특성화 기반 구축사업으로 신규장비를 구축하는 데 노력했다. 그 결과 최근 3년간 대전TP의 4개 특화센터에선 22대의 장비를 신규로 도입하는 성과를 냈다. 올해 1월 기준 대전TP 보유장비만 274종 507대로 장비가액만 485억원에 달한다.

 

주요 장비로는 첨단화학소재 공정기술개발에 활용되는 미세유체반응시스템실과 안테나 성능 측정을 지원하는 안테나측정실, 우주항공 분야 부품 시제품 제작이 가능한 각종 3D프린터와 정밀측정장비, 바이오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세포주자동화선별시스템과 세포측정기 등이 있다.

 

김 원장은 “대전TP의 4개 특화센터는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에 맞게 고성능으로 고도화한 장비를 구축·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성능이나 기술 검증이 필요한 기술개발제품 실증이 중소기업에선 가장 중요한데 막대한 비용으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대전TP는 그 부분을 최우선 해결과제로, 국비지원을 받아 장비를 유치해 저렴한 비용과 짧은 대기 시간으로 시의성 있는 지원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로봇·방위산업센터의 경우 올해 산업통상자원부 사업으로 선정된 ‘국방·우주 소부장 3D프린팅 공동제조센터 구축사업’을 통해 올해부터 2027년까지 앞으로 4년간 대형 3D프린팅 장비 등 8종 8대 90여억원 규모로 새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전TP는 매년 보유한 장비들을 다양한 기업들이 혁신기술 연구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홍보하고 있다. 기업들은 직접 생산장비들을 구축하지 않아도 대전TP의 장비를 활용해 시제품 제작 등을 할 수 있어 비용 절감 면에서 만족도가 높다. 김 원장은 “대전 지역 기업이 세계를 상대로 뛰어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혁신생태계 구축에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대전=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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