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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러, 韓·中 ‘신합종연횡’… 숨가쁜 한반도 [뉴스분석]

입력 : 2024-06-13 19:03:06 수정 : 2024-06-14 15:3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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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주 치열한 ‘동북아 외교전’

대통령실, 푸틴 방북 공식화
이르면 18·19일 성사 가능성
韓·中도 서울서 외교안보대화
北·日 대화 가능성도 무시못해
“신냉전 시대 약한 고리 공략”

北, 전통우방 中·러간 ‘줄타기 외교’
北·러, 군사협력 강화 선언 가능성

北, 백년숙적인 日과도 ‘교섭의 끈’
‘신냉전 구도 틈 벌리기’ 전략인 듯
南北대치 속 中·러관계 관리 주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이 임박했다. 2000년 7월 북한을 방문한 이후 24년 만이다. 북·러 밀착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한국은 다음주 북·러 정상회담이 열리는 시기에 중국과 외교안보 대화를 통해 ‘맞불 외교’에 나선다. 한국은 중국을, 북한은 일본을 끌어당기면서 다음주엔 남과 북, 중·일·러의 ‘신합종연횡’으로 숨 가쁜 외교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대통령실이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공식화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2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이 국빈 방문 중인 카자흐스탄에서 기자들을 만나 “며칠 안으로 다가온 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문, 비슷한 시기에 전개되는 한국과 중국의 외교안보 전략 대화가 있다”며 “이를 고려하면서 주요 우방국과 우리의 전략적 파트너들이 북한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와 궤를 같이할 수 있도록 순방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18, 19일쯤으로 전망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북·러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경제·외교적 고립이 심화하는 북한으로서는 러시아와 협력이 절실하다. 또 푸틴 대통령도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국제사회에서의 우군 확보와 동시에 북한 무기를 수입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푸틴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3년 9월 13일 러시아 보스토치아 우주기지에서 만나 서로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만큼 단순 친교방문 수준을 넘어 양국 외교관계를 재정립하는 수준의 정상 선언이나 협정이 발표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북한이 1961년 옛 소련과 맺은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은 한국과 소련 수교 이후 폐기됐다. 2000년 체결된 양국 ‘우호·선린·협조 조약’에는 자동군사개입 조항 대신 ‘쌍방 중 한 곳에 침략당할 위기가 발생할 경우 (중략) 쌍방은 즉각 접촉한다’는 내용만 담겼다.

 

◆中 거리두기에 경제난 北, 러와 밀착… 日과도 물밑 접촉

 

이런 가운데 비슷한 시기에 서울에서 한·중 외교안보 대화가 9년 만에 열린다. 한·중 관계 개선의 신호로 평가된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한·중은 18일 행사 개최를 두고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3·2015년 국장급으로 치러졌다가 지난달 한·일·중 정상회의 계기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차관급 회의체로 격상이 합의됐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멀어진 양국 관계를 복원하고 관계 재설정을 위한 방안들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조·중 친선의 해’를 선포한 북·중은 별다른 관계강화 동향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올해 초 ‘조중 친선의 해 2024’ 배너까지 만들어 교류 현황을 신속하게 알린다는 계획이었지만 4월14일 이후 새 소식이 뚝 끊겼다. 양측은 중국 내 북한 외화벌이노동자 파견 문제로 지난해 말부터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이 중국의 길들이기를 거부하고 관계 긴장을 유지하면서 러시아와 밀착하는 현 상황은 동아시아에서 북한을 개입고리로 삼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를 경쟁구도로 만들고 자국 이익을 취하는 1960년대 북한의 줄타기 외교술과 흡사하다”며 “북한은 자주외교라고 내세우는 일종의 헤징(위험분산)을 해온 북한의 전통적 외교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고 했다. 당시 북한은 중국과 밀착하면서 소련 니키타 흐루쇼프 정권의 내정 개입을 견제했다.

 

이 같은 평가를 의식한 듯 중국 정부는 북한과의 불화설 및 북·러 밀착 견제설을 진화하는 언급을 했다. 린젠(林劍)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한 질문에 “러·조(러·북) 양자 교류의 일에 대해 논평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중국은 러시아와 관련 국가(북한)가 전통적 우호 관계를 공고화하고 발전시키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북·러 정상회담 당시 중국이 “북·러 사이의 일”이라고만 한 반응과 차이가 있다.

 

북한이 일본과 교섭의 끈을 이어가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북한과 일본은 최근 몽골에서 비밀 접촉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북소식통은 “북한이 몽골에서 일본과 접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히 몽골 접촉은 3월26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내고 “그 어떤 접촉도 거부할 것”이라고 공개 선언한 다음에 진행된 것으로, 북·일 대화 성사 가능성이 계속 살아있다는 의미다. 북한이 대일 접촉을 유지하는 것은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하에서 상대 진영에 균열을 내는 전략적 효과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왼쪽부터), 리창 중국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AP뉴시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한국과 북한은 각각 한·미·일과 북·중·러 구도에서 약한 고리를 공략하려는 것”이라며 “우리는 중국을 활용하기 위해 한·중·일 정상회의를 한 것이고, 마찬가지로 북한도 북·일 교섭을 통해 기회를 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미·중 관계 개선을 의식하는 중국이 북·중·러 구도에 깊이 연계되는 것을 경계해왔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명예교수는 “중국은 미국에 맞서는 G2 국가로서의 입지를 생각하기에 러시아, 북한과의 관계에서 절제를 하는 것 같다”며 “이 시기에 우리가 한·중 외교안보대화를 하면서 한·중 관계의 기회로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러시아의 향후 행보에 대해 외형적으로 북·러 밀착을 강화하더라도 내심 속도조절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그는 “푸틴 방북은 지난해 김정은 방러에 대한 교환 성격으로, 아직은 군사적 협력이 필요하니 가는 것이지만 군사 물자 이외에는 북한에 얻을 것이 없다”고 했다.

 

한편 국가정보원은 북·일 몽골 접촉과 관련, “예의주시 중이나 확인된 바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예진·정지혜 기자, 아스타나=박지원 기자,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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